넷플릭스는 왜 <밴더스내치>를 만들었을까?

지난해 12월 28일, 넷플릭스(Netflix)의 첫 성인 대상 인터랙티브 콘텐츠인 <블랙미러: 밴더스내치>(Black Mirror: Bandersnatch, 이하 밴더스내치)가 공개되었습니다. 2017년부터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테스트해 온 넷플릭스는 이전에도 <마인크래프트: 스토리 모드>(Minecraft: Story Mode),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Puss in Book: Trapped in an Epic Tale), <스트레치 암스트롱: 탈출>(Stretch Armstrong: The Breakout) 등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으나, 이는 모두 어린이 대상의 콘텐츠였습니다. 선택지가 다소 단순해도 그냥 넘어가 주는 어린이 관객들과는 달리,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선택지가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하고, 선택을 전후로 한 스토리의 연결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점에서 제작 난이도가 훨씬 높은 편이죠. 더군다나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의 대표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블랙미러>의 정식 에피소드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제작 사실이 처음 공개된 시점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밴더스내치>는 1984년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인 주인공 스테판(Stefan)이 게임 회사로부터 채용 제의를 받고, 밴더스내치라는 이름의 소설을 원작으로 동명의 게임을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선택지는 아침으로 어느 시리얼을 먹을 것인지나 이동 중에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지 등, 무엇을 선택해도 결말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선택지부터, 채용 제의를 받아들일 것인지, 살인을 저지를 것인지 말 것인지 등 주인공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선택지까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시청자는 10 초 안에 주어진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며,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엔딩이 총 다섯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전체 시청 시간 역시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가장 빠르게 결말에 이를 수 있는 선택지만을 고른 경우 총 시청시간은 40분이며, 평균 시청 시간은 90분 정도라고 합니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결정적인 분기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밴더스내치의 선택 화면



출처: UPROXX


<밴더스내치>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월 28일 자정에 <밴더스내치>가 처음 공개된 이후, 트위터 등의 SNS에는 주인공의 운명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엄청난 긴장감과 스릴에 대한 코믹한 토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주인공 스테판이 누군가 자신의 운명을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는 설정을 삽입해서 시청자가 상황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돋보입니다. 물론 일부 평론가들은 <밴더스내치>가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으며, 시청자들 중에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밴더스내치>가 엄청난 화제성을 만들어냈다는 것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로 인한 마케팅 효과 역시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죠. 2017년에 크게 화제가 되었던 오리지널 영화 <옥자>와는 달리, 불법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특성 상 <밴더스내치>로 인한 신규 유입 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의 어려움 - 제작비 문제와 수요의 불확실성


그러나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인터랙티브 콘텐츠’라는 키워드를 선점한 것은 넷플릭스이지만, <밴더스내치> 이전에도 성인 대상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HBO가 지난해 1월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감독과 함께 제작한 6부작 TV 시리즈인 <모자이크>(Mosaic)가 있습니다. 이 역시 성인 대상의 콘텐츠로, 상당히 복잡한 스토리텔링을 인터랙티브 포맷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었죠. 지난해에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Vudu를 보유하고 있는 월마트(Walmart)가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 스타트업인 Eko와 W*E 인터렉티브 벤쳐스(W*E Interactive Ventures)라는 이름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월마트의 경우, 진짜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보다는 기존 콘텐츠에 인터렉티브한 광고를 삽입하는 데 주 목적이 있었지만요.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인터렉티브 콘텐츠가 보편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일반 콘텐츠에 비해서 제작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둘째 시청자가 실제로 이러한 콘텐츠를 원하는지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러한 난점으로 인해 스페셜 에피소드 형태로만 테스트되고 있을 뿐 본격적인 시리즈 형태로 제작되지는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중 제작비 문제는 누가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밴더스내치>가 속해 있는 시리즈인 <블랙미러>의 에피스도드 당 러닝타임은 보통 40~80분 정도인데, <밴더스내치> 에피소드 한 편에 들어가 있는 영상시간은 총 5시간 이라고 합니다. 한 에피소드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영상이 약 5배 정도 많은 셈이니, 그만큼 필요한 제작비도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에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엔지니어들은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위해 브랜치 매니저(Branch Manager)라는 이름의 자체적인 스크립트 작성 툴을 제작해야만 했는데, 이 툴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일종의 루프 형태로 만들고, 시청자들이 메인 스토리에서 이탈하거나 무한반복적인 루프에 빠지지 않도록 전체 루프를 설계하고, 다른 결말을 원할 경우 적절한 지점에서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도 합니다. 이 틀을 제작하는데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자잘한 기술적 조정이 무수하게 필요할텐데요. 일례로 넷플릭스는 안정적인 시청 경험을 위해 뒤에 이어지는 콘텐츠의 일부분에 대한 캐시 데이터를 미리 저장하도록 앱을 설계하였는데,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선택지에 따라 재생될 수 있는 내용이 두 개로 나뉩니다. 때문에 두 종류의 캐시 데이터를 미리 저장해야 하는데, 업데이트 이전의 구형 넷플릭스 앱에서는 이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크롬캐스트(Chromecast)나 애플 TV(Apple TV) 같은 스트리밍 디바이스에서 아직 <밴더스내치>를 시청할 수 없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 문제는 이것보다 조금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이전 칼럼에서 ‘공개된 장소에서의 유료상영’이라는 영화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충족시키지 않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과연 영화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인터랙티브 콘텐츠 역시 이와 유사하게 영상 예술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러티브에 대한 통제권을 감독이 아니라 관객에게 준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떤 영화가 ‘감독’의 창작물로 이해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닙니다. 영화의 제작 과정에는 감독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니까요. 실제 영화 안에서 연기를 통해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것은 배우이고, 어떤 영화들은 시나리오 작가가 따로 있기도 합니다. 제작사의 경우 기획과 제작 결정 등 초기 단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제작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 감독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합니다. 편집권 역시 제작사가 가지고 있는데, 헐리웃에서는 편집 단계에 들어가고 나면 감독이 아예 개입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영화들은 감독판이 따로 제작되기도 하는데,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 같은 경우가 특히 감독판과 일반 극장판 사이의 차이가 큰 것으로 유명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화를 배우나 시나리오 작가, 제작사의 창작물이 아닌 작가의 창작물로 이해하는 데 익숙해지게 된 것은 ‘작가주의’의 영향이 큽니다.



작가주의(auteur theory)란 비평가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가 1954년 프랑스의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를 통해 처음 선보인 이론으로,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감독이며, 따라서 감독은 문학에서의 작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이전까지 영화는 시각적 스펙터클만을 제공하는 단순한 오락거리로 취급되었고, 소설이나 희곡같은 ‘공인된 예술’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긴 작품들만이 그나마 작품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에 동의할 수 없었던 <카이에 뒤 시네마>의 필진들은 영화의 미장센(화면 구도, 인물이나 사물 배치를 이용해 표현하는 연출자의 메시지와 미학)을 분석함으로써 영화가 감독의 독창성과 개성의 표현이라는 작가주의 이론을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문학의 영화화에만 몰두하던 유럽의 감독들보다 헐리웃의 감독들이 더 뛰어나다고 주장했던 것이죠. 이때 <카이에 뒤 시네마>가 ‘작가’(auteur)로 명명했던 대표적인 감독이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입니다. 이러한 작가주의 등장으로 인해 영화는 비로소 진지한 예술의 일종으로 공인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되었듯, 작가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는 문학과는 달리 영화의 제작 과정에는 감독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개입하기 때문에 영화를 감독만의 창작물로 간주하는 것은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60년대 후반이 되면 작가주의 이론 역시 상당한 반박에 부딪히게 되죠. 작가주의와는 정 반대로 상업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축된 헐리웃의 장르 시스템에 대해 강조하는 이론들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작가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꺼낸 이유는, 작가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가 이미 ‘영화는 감독의 의도를 표현한 것’이라는 전제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영화, 그리고 영화와 유사한 영상 콘텐츠들의 시청 역시 콘텐츠에 숨어있는 감독, 혹은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읽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JTBC의 드라마 <SKY캐슬>(이 드라마 역시 넷플릭스에서 배급되고 있는 작품입니다)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SKY캐슬> 한 회가 끝나고 나면 인터넷 게시판은 소위 ‘떡밥’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려는 네티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지난 6일 방송된 14화에서는 특히 잠자리가 중요한 ‘떡밥’으로 주목받았었는데요. 등장인물 중 혜나(김보라 분)가 화를 내며 돌아서는 장면에서 창문에 부딪혀 죽은 잠자리가 유난히 오래 클로즈업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주목한 네티즌들은 13회 방송분 중 한서진(염정아 분)과 김주영(김서형 분)이 차를 마시는 장면에 등장한 티포트에 잠자리 무늬가 있었다는 사실을 찾아냈고, 14회 말미에 추락해 사망한 혜나의 죽음이 이 두 인물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추론했습니다. 이는 장면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추적하는 일이 콘텐츠 소비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SKY캐슬> 14화에 등장한 화제의 잠자리



출처: JTBC 캡쳐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밴더스내치>에서처럼 내러티브에 대한 선택권을 시청자에게 줘버리게 되면, 작품에서 일관성 있는 창작자의 의도를 관철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선’에 대한 통제권이 감독이 아닌 시청자에게 주어지는 매체인 VR에서 본격적인 영화가 제작되기 어려운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앞에 언급된 <SKY캐슬>의 장면을 VR로 촬영했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창문에 부딪혀 죽은 잠자리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 시청자가 잠자리가 아니라 혜나를 달래주러 온 우주(찬희 분)의 옆얼굴을 보기로 결정했다면, 한서진과 김주영이 차를 마시는 장면에서 티포트가 아니라 화면 반대편에 있는 김주영의 얼굴이나 거실 장식장을 보기로 했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요? 나중에 잠자리와 관련된 복선이 공개될 때 그 시청자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랙티브 콘텐츠 역시 창작자의 의도를 전달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한 포맷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주는 재미는 기존의 시청자들이 영상 콘텐츠에 대해 기대하는 재미와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일수록, 예컨데 매주 인터넷 게시판에 ‘떡밥’ 분석글을 올리는 열혈 시청자라면 더더욱 그러한 괴리를 크게 느낄 것입니다. 반면 콘텐츠에 대한 투여도가 높은 그러한 시청자일수록, 기꺼이 넷플릭스 가입을 갱신할 확률은 높겠죠.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ón) 감독의 신작 <로마>(Roma)의 공개를 앞두고 기존의 영화 릴리즈 방침을 깨고 새롭게 공개될 오리지널 영화 세 편을 극장에서 단기간 동안 독점 상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아카데미상 출품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인데요. (작가주의적인 관점에 입각하여 상을 주는 경향이 강한) 메이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거장의 작품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한 시청자들은, 일반 콘텐츠에 비해 주제의식이 약할 수밖에 없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얼마나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오히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넷플릭스 가입자보다는 Xbox 게임 패스(Game Pass) 가입자들에게 더 잘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밴더스내치>의 제작자들은 일관성 있게 <밴더스내치>가 "게임으로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시네마적인 경험으로 디자인되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러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밴더스내치>가 시청자 들에게 게임에 가깝게 인식되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밴더스내치>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과 시청자들 사이에서 스토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착시’만을 불러일으킬 뿐, 사실상 전개가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던 것 역시, 이러한 점을 의식하여 여전히 창작자의 의도가 어느정도 관철되는 한도 안에서 ‘인터랙티브’ 함의 정도를 절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스페셜 에피소드나 단편 영화 등 단발성 콘텐츠로만 제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지점에서 다시 비싼 제작비가 문제가 됩니다. 수요가 분명하다면 다소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투자를 진행하겠지만, 굳이 수요도 불분명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그렇게 큰 돈을 들여서까지 만들 이유가 있을까요? 더군다나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청자들의 수요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성공했던 업체입니다. 물론 개인의 시청 경험에 초점을 두는 넷플릭스 서비스의 특성 상, 소수를 위한 ‘취향저격’ 콘텐츠를 제작해서 서비스 갱신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고, 넷플릭스 역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용 갱신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2년가량 제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다 합쳐도 다섯 편이 채 되지 않고, 인터랙티브한 경험 자체를 좋아하는 거라면, 넷플릭스의 전매 특허 추천 알고리즘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그렇다고 신기술이니까 일단 투자하고 보는 것도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VR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적고 여전히 VR 경험이 주는 피로가 크기 때문에, 당분간 VR 콘텐츠 제작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2017년 6월 이후 꾸준히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넷플릭스가 <밴더스내치>를 제작중이라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했던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미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한 개 이상의 판권 계약을 완료한 상태이며, 이 외에도 다수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 논의를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막대한 제작비 부담과 수요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마케팅 효과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바로 바로 빅데이터에 있습니다.



 


'선택'이 제공하는 데이터 - 내러티브 선호도와 제품 선호도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개인화입니다. 넷플릭스는 75,000가 넘는 알트 장르(alt genre)로 구분하는데,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시각적으로 뛰어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드라마”(Visually-striking Nostalgic Dramas)나, “유혈낭자한 해외 사탄 이야기”(Gory Foreign Satanic Stories), “절제된 로맨틱 로드 트립 영화”(Understated Romantic Road Trip Movies), "와인과 술에 대한 음미"(Wine and Beverage Appreciation) 같은 알트 장르들이 있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따라 매우 세분화되어 있는 이러한 알트 장르들은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유사한 콘텐츠를 찾아서 추천하는데 활용됩니다. 추천된 콘텐츠가 선택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썸네일 이미지까지도 개인의 시청 데이터에 따라 다르게 제공하는데, 예를 들어 같은 드라마라도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으스스한 분위기의 썸네일이,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 등장하는 다른 콘텐츠를 자주 시청했다면 그 배우가 전면에 등장하는 썸네일이 제공되는 식입니다.


사용자에 따라 달라지는 <기묘한 이야기>의 썸네일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공식 테크 블로그


데이터 수집의 관점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주목되는 이유는 기존의 데이터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 새롭게 수집할 수 있게 되는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종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내러티브 패턴에 대한 데이터이고, 나머지 하나는 상품 선택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먼저 선호하는 내러티브 패턴에 대한 데이터는 선호 장르에 대한 데이터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시청자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28주 후>(28 Weeks Lateter)와 <월드워Z>(World War Z)는 장르적으로 보면 똑같이 좀비, 그것도 고속으로 달리는 좀비를 다루고 있지만, 내러티브적인 면에서 보면 전자는 전 대륙으로 분노 바이러스가 퍼지는 아포칼립스적인 결말인 반면, 후자는 백신을 찾아내서 좀비와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는 희망적인 내용으로 끝납니다. 흔히 말하는 ‘해피엔딩’이냐, 아니면 ‘새드엔딩’이냐와 같은 결말의 유형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방식 역시 내러티브 패턴에 포함됩니다. 예컨데 ‘가난한 시골 소녀가 뉴욕에 상경해서 좌충우돌 끝에 성공하는 이야기’나, ‘주인공이 과거의 잘못을 덮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파멸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와 같은 것들이 정형화된 내러티브 패턴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러티브 패턴에 대한 선호도는 장르에 대한 선호도만큼이나 사용자의 콘텐츠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지만, 문제는 이를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내러티브 패턴은 시청을 마친 다음에야 확인 가능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알트 장르 중 하나인 "절제된 법정 영화"(Understated courtroom movies)를 선호하는 사용자 A와 사용자 B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중 사용자 A는 ‘평범한 주인공이 도덕적인 각성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는데 성공하는 이야기’를 선호하고, 사용자 B는 ‘평범한 주인공이 권력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좌절하고 타락하게 되는 이야기’를 선호합니다. 위의 내용 중에서 ‘법정 영화’라는 사실은 썸네일 이미지나 그 아래 콘텐츠 소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절제된’ 스타일로 연출되었다는 것은 시청 시작 후 몇 분 안에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니, "절제된 법정 영화"에 해당하는 영화를 선택해서 중간 이상까지 봤다면, 이는 이 두 사용자가 해당 장르를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평범한 주인공’이 결국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는 영화의 결말까지 보고 난 다음에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두 사용자 모두 자신의 선호와는 무관하게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시청을 마친 이후 한 명은 이 영화의 전개에 매우 만족했을 것이고, 다른 한 명은 그렇지 못했겠지만, 시청 기록 상으로는 둘 다 끝까지 영화를 시청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이 차이를 파악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의 전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핵심이니까요. <밴더스내치>에서의 경우, 이후의 이야기 전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택지 중 하나는 발코니에서 스테판 자신이 추락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우상이었던 콜린(Colin)을 추락시킬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인데요. 사용자가 이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사용자가 주인공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파멸을 맞이하는 종류의 내러티브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이러한 내러티브가 주는 스트레스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지를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환각제를 권하는 콜린의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와 같은 선택지는 사용자가 주인공이 어떤 태도로 상황을 대하길 원하는지, 즉 신중하고 이성적인 태도를 가진 주인공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과감하고 다소 충동적인 주인공을 선호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또한 하나의 결말을 본 다음에 다시 되돌아가서 다시 선택을 하게 될 때, 특정 선택지를 몇 번이나 다시 선택하는지, 주어진 10초의 시간 동안 해당 선택지를 선택하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걸렸는지 등의 정보를 토대로 이 선택이 사용자의 취향을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판가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러티브 선호도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보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라는 형식을 빌리지 않고서는 수집하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추천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 과정에서도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시리즈의 주요 시청자층이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플레이할 때 주인공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선호하더라, 또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선호하더라 하는 정보가 있으면, 해당 시리즈의 다음 시즌을 제작할 때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좋을 지를 결정하는 데 유리할테니까요. 지금 현재는 두 개의 선택지만 주어지지만, 향후에는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지를 디자인하여 여러 개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수집하기 어려운, 콘텐츠 선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툴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운 넷플릭스에게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종류의 정보는, 콘텐츠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제품 선호에 대한 정보입니다. <밴더스내치>에서 가장 먼저 주어지는 선택지는 아침식사로 프로스티드 플레이크(Frosted Flakes)와 슈가퍼프(Sugar Puffs) 중 어떤 시리얼을 먹을 지를 고르라는 것인데요. 이는 실제 제품인 켈로그(Kellogg) 사의 콘푸로스트(Frosties)와 제너럴밀즈(General Mills) 사의 허니 몬스터 퍼프(Honey Monster Puffs)의 이름과 디자인을 아주 살짝 변형한 가상의 제품들입니다.


<밴더스내치>의 첫 번째 선택지



출처: 더 타임즈(The Times)


물론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후에 극중에서 스테판이 보게 될 TV 광고 정도에만 영향을 줄 뿐, 메인 스토리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시청자들 역시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쉽게 설명해주기 위한 재치 있는 튜토리얼이나, 극도의 긴장감을 주는 <밴더스내치> 안에서 유일하게 마음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이미 사용자에 대해 막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의 제품 선호도에 대한 정보와 넷플릭스의 기존 정보를 결합시킨 사용자 데이터는 타겟 광고 영역에서 매우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의 제품 선택을 토대로, ’디스토피아적인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18-24세 사이의 남성’이 콘푸로스트를 선호했다거나, ‘유럽 배경의 60년대 영국 공상과학 & 판타지물을 선호하는 30-36세 사이의 여성’이 허니 몬스터 퍼프를 선택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해당 제품을 선택한 사용자를 매우 세밀하게 분류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밴더스내치>에서는 이미 시중에서 판매 중인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지만, 향후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의 디자인 가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패키징 최적화를 위한 A/B 테스트를 매우 광범위한 규모로, 게다가 각 선택지를 선택한 사용자에 대한 개인 정보까지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사용자의 시청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해 오고 있지만, 향후 광고 타게팅을 위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서드파티 업체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페이스북(Facebook)에 대한 영국 의회 산하 DCMS(Digital, Culture, Media, Sport) 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페이스북은 그 동안 특정 기업들에게 유저 데이터에 대한 엑세스 권한을 부여하고, 경쟁 기업들에게는 데이터 엑세스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유저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이때 페이스북이 화이트 리스트 기업으로 분류하여 데이터를 제공해 온 업체 중에는 넷플릭스 역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공식적으로 서드파티 업체에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지 않으나, 페이스북의 사례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을 경우 테크 기업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사 플랫폼 내에서 타겟 광고를 제공할 가능성도 역시, 현재로서는 다소 희박하지만 존재합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8월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에피소드 사이에 광고를 삽입하는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물론 사용자들의 반응과 외신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얼마나 부정적이었냐면, 허브 엔터테인먼트 리서치(Hub Entertainment Research)에서는 넷플릭스가 광고를 도입하기 시작할 경우 현재 가입자의 1/4을 유실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기까지 할 정도였죠. 사실 당시 넷플릭스가 삽입했던 광고 역시 실제 광고가 아니라 자사 콘텐츠에 대한 프로모션 영상이었기 때문에, 해당 테스트는 서드파티 타겟 광고 도입을 위한 테스트라기보다는 마케팅 통로 발굴을 위한 테스트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해에 제작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 역시 함께 늘어나고 있는 중이니까요. 2017년에 12억 8,000만 달러였던 넷플릭스의 마케팅 지출은 지난해 20억 달러까지 증가했습니다. 안 그래도 오리지널 콘텐츠로 인한 자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넷플릭스로서는 마케팅을 위한 가장 비용효율적인 통로를 발굴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향후 훌루(Hulu)와 유사한 광고 기반의 무료 버전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훌루의 경우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와 광고가 없는 유료 서비스로 서비스를 나눠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전망은 미국 시장보다는 인터내셔널 시장에 주목한 것으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저개발 국가의 경우 사용자들이 넷플릭스의 구독 가격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으로의 진출이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이머징 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 시장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인도의 시장조사업체 칼라가토(Kalagato)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150만 명의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추적하여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스마트폰에 핫스타 앱이 설치되어있던 사용자의 비율은 매달 45%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스마트폰에 넷플릭스 앱이 설치되어있던 사용자의 비율은 최대 8%를 넘지 않았습니다. 물론 6월에는 2.35%에 불과했던 설치 비율이 11월에 7.73%까지 성장한 점은 인상적이지만, 여전히 핫스타와의 격차는 상당한 상태입니다. 넷플릭스가 인도에서 가입자를 확대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높은 가격 부담에 있습니다. 핫스타의 경우, 가장 비싼 프리미엄 요금제가 월 199 루피(약 3 달러) 수준인데 반해 넷플릭스의 경우 가장 저렴한 요금제의 가격이 월 500 루피(7.30 달러) 입니다.



이미 신규 가입자의 대부분을 미국 외부에서 유치하고 있는 넷플릭스에게 인도와 같은 저개발 국가에서의 가입자 확대는 성장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프라임(Prime) 멤버십 가입자에게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아마존(Amazon)의 경우, 미국에서는 119 달러인 프라임 연회비를 인도에서는 999 루피(14.5 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부담이 해마다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마존과는 달리 대부분의 매출을 구독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요금제 가격을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가격을 인하하기는커녕, 최근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에서의 구독료를 18% 인상한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폭입니다.



디즈니(Disney)나 워너미디어(WarnerMedia) 같은 강력한 플레이어들의 스트리밍 시장 진입으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지출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를 충당하기 위해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자니, 인도와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의 가입자 확대에 매우 불리하다는 딜레마에 부딪치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앞서 언급된 핫스타의 경우, 운영사인 스타 인디아(Star India)의 경영권을 21세기 폭스(First Century Fox)가 가지고 있는데, 지난해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핫스타 역시 디즈니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디즈니가 올 가을 출시할 예정인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역시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니, 넷플릭스는 상당히 불리한 입지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타개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 혹은 광고와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요금제라는 것이 바로 이들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가설로 보입니다. 애드 에이지(AdAge)의 경우 넷플릭스의 광고 테스트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넷플릭스의 광고 도입이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꼭 플랫폼 내에 직접적으로 서드파티 광고를 넣지 않더라도, 콘텐츠 내에 제품을 노출시키는 간접광고의 형태로 광고를 도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와 관련해서는 이미 핸드 오브 갓(Hand of God)이라는 시리즈에서 부동산 리스팅 서비스인 질로(Zillow)의 앱을 노출시킨 아마존의 선례가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향후 넷플릭스가 데이터 판매 형태로든,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 출시의 형태로든, 아니면 간접 광고의 형태로든 광고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될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때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한 데이터 마이닝은 데이터를 정교화기 위한 강력한 무기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를, 사용자 데이터 확보 측면에 집중하여 검토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주장하고 싶은 바는, 아무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8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는 넷플릭스라고 할지라도, 명확한 이유 없이 새로운 콘텐츠 포맷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조금 침체되기는 했지만, 수년간 VR에 대해 온갖 장밋빛 전망들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VR에는 여전히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합니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신기술이고 화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 인터렉티브 콘텐츠라는 포맷이 데이터라는 자신들의 강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판단 하에 최고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블랙미러>를 통해 <밴더스내치>를 공개한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SKT와 지상파 3사가 옥수수(oksusu)와 푹(POOQ)을 통합해서 단일 브랜드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넷플릭스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이 서비스가 넷플릭스만큼 명확한 차별화 전략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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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왜 <밴더스내치>를 만들었을까?

지난해 12월 28일, 넷플릭스(Netflix)의 첫 성인 대상 인터랙티브 콘텐츠인 <블랙미러: 밴더스내치>(Black Mirror: Bandersnatch, 이하 밴더스내치)가 공개되었습니다. 2017년부터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테스트해 온 넷플릭스는 이전에도 <마인크래프트: 스토리 모드>(Minecraft: Story Mode),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Puss in Book: Trapped in an Epic Tale), <스트레치 암스트롱: 탈출>(Stretch Armstrong: The Breakout) 등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으나, 이는 모두 어린이 대상의 콘텐츠였습니다. 선택지가 다소 단순해도 그냥 넘어가 주는 어린이 관객들과는 달리,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선택지가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하고, 선택을 전후로 한 스토리의 연결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점에서 제작 난이도가 훨씬 높은 편이죠. 더군다나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의 대표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블랙미러>의 정식 에피소드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제작 사실이 처음 공개된 시점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밴더스내치>는 1984년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인 주인공 스테판(Stefan)이 게임 회사로부터 채용 제의를 받고, 밴더스내치라는 이름의 소설을 원작으로 동명의 게임을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선택지는 아침으로 어느 시리얼을 먹을 것인지나 이동 중에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지 등, 무엇을 선택해도 결말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선택지부터, 채용 제의를 받아들일 것인지, 살인을 저지를 것인지 말 것인지 등 주인공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선택지까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시청자는 10 초 안에 주어진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며,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엔딩이 총 다섯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전체 시청 시간 역시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가장 빠르게 결말에 이를 수 있는 선택지만을 고른 경우 총 시청시간은 40분이며, 평균 시청 시간은 90분 정도라고 합니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결정적인 분기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밴더스내치의 선택 화면



출처: UPROXX


<밴더스내치>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월 28일 자정에 <밴더스내치>가 처음 공개된 이후, 트위터 등의 SNS에는 주인공의 운명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엄청난 긴장감과 스릴에 대한 코믹한 토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주인공 스테판이 누군가 자신의 운명을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는 설정을 삽입해서 시청자가 상황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돋보입니다. 물론 일부 평론가들은 <밴더스내치>가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으며, 시청자들 중에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밴더스내치>가 엄청난 화제성을 만들어냈다는 것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로 인한 마케팅 효과 역시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죠. 2017년에 크게 화제가 되었던 오리지널 영화 <옥자>와는 달리, 불법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특성 상 <밴더스내치>로 인한 신규 유입 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의 어려움 - 제작비 문제와 수요의 불확실성


그러나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인터랙티브 콘텐츠’라는 키워드를 선점한 것은 넷플릭스이지만, <밴더스내치> 이전에도 성인 대상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HBO가 지난해 1월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감독과 함께 제작한 6부작 TV 시리즈인 <모자이크>(Mosaic)가 있습니다. 이 역시 성인 대상의 콘텐츠로, 상당히 복잡한 스토리텔링을 인터랙티브 포맷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었죠. 지난해에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Vudu를 보유하고 있는 월마트(Walmart)가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 스타트업인 Eko와 W*E 인터렉티브 벤쳐스(W*E Interactive Ventures)라는 이름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월마트의 경우, 진짜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보다는 기존 콘텐츠에 인터렉티브한 광고를 삽입하는 데 주 목적이 있었지만요.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인터렉티브 콘텐츠가 보편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일반 콘텐츠에 비해서 제작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둘째 시청자가 실제로 이러한 콘텐츠를 원하는지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러한 난점으로 인해 스페셜 에피소드 형태로만 테스트되고 있을 뿐 본격적인 시리즈 형태로 제작되지는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중 제작비 문제는 누가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밴더스내치>가 속해 있는 시리즈인 <블랙미러>의 에피스도드 당 러닝타임은 보통 40~80분 정도인데, <밴더스내치> 에피소드 한 편에 들어가 있는 영상시간은 총 5시간 이라고 합니다. 한 에피소드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영상이 약 5배 정도 많은 셈이니, 그만큼 필요한 제작비도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에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엔지니어들은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위해 브랜치 매니저(Branch Manager)라는 이름의 자체적인 스크립트 작성 툴을 제작해야만 했는데, 이 툴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일종의 루프 형태로 만들고, 시청자들이 메인 스토리에서 이탈하거나 무한반복적인 루프에 빠지지 않도록 전체 루프를 설계하고, 다른 결말을 원할 경우 적절한 지점에서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도 합니다. 이 틀을 제작하는데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자잘한 기술적 조정이 무수하게 필요할텐데요. 일례로 넷플릭스는 안정적인 시청 경험을 위해 뒤에 이어지는 콘텐츠의 일부분에 대한 캐시 데이터를 미리 저장하도록 앱을 설계하였는데,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선택지에 따라 재생될 수 있는 내용이 두 개로 나뉩니다. 때문에 두 종류의 캐시 데이터를 미리 저장해야 하는데, 업데이트 이전의 구형 넷플릭스 앱에서는 이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크롬캐스트(Chromecast)나 애플 TV(Apple TV) 같은 스트리밍 디바이스에서 아직 <밴더스내치>를 시청할 수 없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 문제는 이것보다 조금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이전 칼럼에서 ‘공개된 장소에서의 유료상영’이라는 영화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충족시키지 않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과연 영화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인터랙티브 콘텐츠 역시 이와 유사하게 영상 예술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러티브에 대한 통제권을 감독이 아니라 관객에게 준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떤 영화가 ‘감독’의 창작물로 이해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닙니다. 영화의 제작 과정에는 감독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니까요. 실제 영화 안에서 연기를 통해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것은 배우이고, 어떤 영화들은 시나리오 작가가 따로 있기도 합니다. 제작사의 경우 기획과 제작 결정 등 초기 단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제작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 감독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합니다. 편집권 역시 제작사가 가지고 있는데, 헐리웃에서는 편집 단계에 들어가고 나면 감독이 아예 개입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영화들은 감독판이 따로 제작되기도 하는데,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 같은 경우가 특히 감독판과 일반 극장판 사이의 차이가 큰 것으로 유명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화를 배우나 시나리오 작가, 제작사의 창작물이 아닌 작가의 창작물로 이해하는 데 익숙해지게 된 것은 ‘작가주의’의 영향이 큽니다.



작가주의(auteur theory)란 비평가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가 1954년 프랑스의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를 통해 처음 선보인 이론으로,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감독이며, 따라서 감독은 문학에서의 작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이전까지 영화는 시각적 스펙터클만을 제공하는 단순한 오락거리로 취급되었고, 소설이나 희곡같은 ‘공인된 예술’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긴 작품들만이 그나마 작품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에 동의할 수 없었던 <카이에 뒤 시네마>의 필진들은 영화의 미장센(화면 구도, 인물이나 사물 배치를 이용해 표현하는 연출자의 메시지와 미학)을 분석함으로써 영화가 감독의 독창성과 개성의 표현이라는 작가주의 이론을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문학의 영화화에만 몰두하던 유럽의 감독들보다 헐리웃의 감독들이 더 뛰어나다고 주장했던 것이죠. 이때 <카이에 뒤 시네마>가 ‘작가’(auteur)로 명명했던 대표적인 감독이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입니다. 이러한 작가주의 등장으로 인해 영화는 비로소 진지한 예술의 일종으로 공인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되었듯, 작가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는 문학과는 달리 영화의 제작 과정에는 감독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개입하기 때문에 영화를 감독만의 창작물로 간주하는 것은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60년대 후반이 되면 작가주의 이론 역시 상당한 반박에 부딪히게 되죠. 작가주의와는 정 반대로 상업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축된 헐리웃의 장르 시스템에 대해 강조하는 이론들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작가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꺼낸 이유는, 작가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가 이미 ‘영화는 감독의 의도를 표현한 것’이라는 전제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영화, 그리고 영화와 유사한 영상 콘텐츠들의 시청 역시 콘텐츠에 숨어있는 감독, 혹은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읽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JTBC의 드라마 <SKY캐슬>(이 드라마 역시 넷플릭스에서 배급되고 있는 작품입니다)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SKY캐슬> 한 회가 끝나고 나면 인터넷 게시판은 소위 ‘떡밥’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려는 네티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지난 6일 방송된 14화에서는 특히 잠자리가 중요한 ‘떡밥’으로 주목받았었는데요. 등장인물 중 혜나(김보라 분)가 화를 내며 돌아서는 장면에서 창문에 부딪혀 죽은 잠자리가 유난히 오래 클로즈업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주목한 네티즌들은 13회 방송분 중 한서진(염정아 분)과 김주영(김서형 분)이 차를 마시는 장면에 등장한 티포트에 잠자리 무늬가 있었다는 사실을 찾아냈고, 14회 말미에 추락해 사망한 혜나의 죽음이 이 두 인물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추론했습니다. 이는 장면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추적하는 일이 콘텐츠 소비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SKY캐슬> 14화에 등장한 화제의 잠자리



출처: JTBC 캡쳐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밴더스내치>에서처럼 내러티브에 대한 선택권을 시청자에게 줘버리게 되면, 작품에서 일관성 있는 창작자의 의도를 관철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선’에 대한 통제권이 감독이 아닌 시청자에게 주어지는 매체인 VR에서 본격적인 영화가 제작되기 어려운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앞에 언급된 <SKY캐슬>의 장면을 VR로 촬영했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창문에 부딪혀 죽은 잠자리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 시청자가 잠자리가 아니라 혜나를 달래주러 온 우주(찬희 분)의 옆얼굴을 보기로 결정했다면, 한서진과 김주영이 차를 마시는 장면에서 티포트가 아니라 화면 반대편에 있는 김주영의 얼굴이나 거실 장식장을 보기로 했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요? 나중에 잠자리와 관련된 복선이 공개될 때 그 시청자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랙티브 콘텐츠 역시 창작자의 의도를 전달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한 포맷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주는 재미는 기존의 시청자들이 영상 콘텐츠에 대해 기대하는 재미와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일수록, 예컨데 매주 인터넷 게시판에 ‘떡밥’ 분석글을 올리는 열혈 시청자라면 더더욱 그러한 괴리를 크게 느낄 것입니다. 반면 콘텐츠에 대한 투여도가 높은 그러한 시청자일수록, 기꺼이 넷플릭스 가입을 갱신할 확률은 높겠죠.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ón) 감독의 신작 <로마>(Roma)의 공개를 앞두고 기존의 영화 릴리즈 방침을 깨고 새롭게 공개될 오리지널 영화 세 편을 극장에서 단기간 동안 독점 상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아카데미상 출품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인데요. (작가주의적인 관점에 입각하여 상을 주는 경향이 강한) 메이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거장의 작품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한 시청자들은, 일반 콘텐츠에 비해 주제의식이 약할 수밖에 없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얼마나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오히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넷플릭스 가입자보다는 Xbox 게임 패스(Game Pass) 가입자들에게 더 잘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밴더스내치>의 제작자들은 일관성 있게 <밴더스내치>가 "게임으로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시네마적인 경험으로 디자인되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러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밴더스내치>가 시청자 들에게 게임에 가깝게 인식되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밴더스내치>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과 시청자들 사이에서 스토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착시’만을 불러일으킬 뿐, 사실상 전개가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던 것 역시, 이러한 점을 의식하여 여전히 창작자의 의도가 어느정도 관철되는 한도 안에서 ‘인터랙티브’ 함의 정도를 절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스페셜 에피소드나 단편 영화 등 단발성 콘텐츠로만 제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지점에서 다시 비싼 제작비가 문제가 됩니다. 수요가 분명하다면 다소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투자를 진행하겠지만, 굳이 수요도 불분명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그렇게 큰 돈을 들여서까지 만들 이유가 있을까요? 더군다나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청자들의 수요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성공했던 업체입니다. 물론 개인의 시청 경험에 초점을 두는 넷플릭스 서비스의 특성 상, 소수를 위한 ‘취향저격’ 콘텐츠를 제작해서 서비스 갱신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고, 넷플릭스 역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용 갱신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2년가량 제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다 합쳐도 다섯 편이 채 되지 않고, 인터랙티브한 경험 자체를 좋아하는 거라면, 넷플릭스의 전매 특허 추천 알고리즘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그렇다고 신기술이니까 일단 투자하고 보는 것도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VR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적고 여전히 VR 경험이 주는 피로가 크기 때문에, 당분간 VR 콘텐츠 제작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2017년 6월 이후 꾸준히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넷플릭스가 <밴더스내치>를 제작중이라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했던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미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한 개 이상의 판권 계약을 완료한 상태이며, 이 외에도 다수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 논의를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막대한 제작비 부담과 수요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마케팅 효과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바로 바로 빅데이터에 있습니다.



 


'선택'이 제공하는 데이터 - 내러티브 선호도와 제품 선호도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개인화입니다. 넷플릭스는 75,000가 넘는 알트 장르(alt genre)로 구분하는데,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시각적으로 뛰어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드라마”(Visually-striking Nostalgic Dramas)나, “유혈낭자한 해외 사탄 이야기”(Gory Foreign Satanic Stories), “절제된 로맨틱 로드 트립 영화”(Understated Romantic Road Trip Movies), "와인과 술에 대한 음미"(Wine and Beverage Appreciation) 같은 알트 장르들이 있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따라 매우 세분화되어 있는 이러한 알트 장르들은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유사한 콘텐츠를 찾아서 추천하는데 활용됩니다. 추천된 콘텐츠가 선택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썸네일 이미지까지도 개인의 시청 데이터에 따라 다르게 제공하는데, 예를 들어 같은 드라마라도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으스스한 분위기의 썸네일이,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 등장하는 다른 콘텐츠를 자주 시청했다면 그 배우가 전면에 등장하는 썸네일이 제공되는 식입니다.


사용자에 따라 달라지는 <기묘한 이야기>의 썸네일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공식 테크 블로그


데이터 수집의 관점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주목되는 이유는 기존의 데이터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 새롭게 수집할 수 있게 되는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종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내러티브 패턴에 대한 데이터이고, 나머지 하나는 상품 선택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먼저 선호하는 내러티브 패턴에 대한 데이터는 선호 장르에 대한 데이터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시청자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28주 후>(28 Weeks Lateter)와 <월드워Z>(World War Z)는 장르적으로 보면 똑같이 좀비, 그것도 고속으로 달리는 좀비를 다루고 있지만, 내러티브적인 면에서 보면 전자는 전 대륙으로 분노 바이러스가 퍼지는 아포칼립스적인 결말인 반면, 후자는 백신을 찾아내서 좀비와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는 희망적인 내용으로 끝납니다. 흔히 말하는 ‘해피엔딩’이냐, 아니면 ‘새드엔딩’이냐와 같은 결말의 유형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방식 역시 내러티브 패턴에 포함됩니다. 예컨데 ‘가난한 시골 소녀가 뉴욕에 상경해서 좌충우돌 끝에 성공하는 이야기’나, ‘주인공이 과거의 잘못을 덮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파멸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와 같은 것들이 정형화된 내러티브 패턴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러티브 패턴에 대한 선호도는 장르에 대한 선호도만큼이나 사용자의 콘텐츠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지만, 문제는 이를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내러티브 패턴은 시청을 마친 다음에야 확인 가능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알트 장르 중 하나인 "절제된 법정 영화"(Understated courtroom movies)를 선호하는 사용자 A와 사용자 B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중 사용자 A는 ‘평범한 주인공이 도덕적인 각성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는데 성공하는 이야기’를 선호하고, 사용자 B는 ‘평범한 주인공이 권력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좌절하고 타락하게 되는 이야기’를 선호합니다. 위의 내용 중에서 ‘법정 영화’라는 사실은 썸네일 이미지나 그 아래 콘텐츠 소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절제된’ 스타일로 연출되었다는 것은 시청 시작 후 몇 분 안에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니, "절제된 법정 영화"에 해당하는 영화를 선택해서 중간 이상까지 봤다면, 이는 이 두 사용자가 해당 장르를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평범한 주인공’이 결국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는 영화의 결말까지 보고 난 다음에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두 사용자 모두 자신의 선호와는 무관하게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시청을 마친 이후 한 명은 이 영화의 전개에 매우 만족했을 것이고, 다른 한 명은 그렇지 못했겠지만, 시청 기록 상으로는 둘 다 끝까지 영화를 시청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이 차이를 파악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의 전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핵심이니까요. <밴더스내치>에서의 경우, 이후의 이야기 전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택지 중 하나는 발코니에서 스테판 자신이 추락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우상이었던 콜린(Colin)을 추락시킬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인데요. 사용자가 이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사용자가 주인공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파멸을 맞이하는 종류의 내러티브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이러한 내러티브가 주는 스트레스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지를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환각제를 권하는 콜린의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와 같은 선택지는 사용자가 주인공이 어떤 태도로 상황을 대하길 원하는지, 즉 신중하고 이성적인 태도를 가진 주인공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과감하고 다소 충동적인 주인공을 선호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또한 하나의 결말을 본 다음에 다시 되돌아가서 다시 선택을 하게 될 때, 특정 선택지를 몇 번이나 다시 선택하는지, 주어진 10초의 시간 동안 해당 선택지를 선택하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걸렸는지 등의 정보를 토대로 이 선택이 사용자의 취향을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판가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러티브 선호도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보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라는 형식을 빌리지 않고서는 수집하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추천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 과정에서도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시리즈의 주요 시청자층이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플레이할 때 주인공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선호하더라, 또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선호하더라 하는 정보가 있으면, 해당 시리즈의 다음 시즌을 제작할 때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좋을 지를 결정하는 데 유리할테니까요. 지금 현재는 두 개의 선택지만 주어지지만, 향후에는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지를 디자인하여 여러 개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수집하기 어려운, 콘텐츠 선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툴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운 넷플릭스에게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종류의 정보는, 콘텐츠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제품 선호에 대한 정보입니다. <밴더스내치>에서 가장 먼저 주어지는 선택지는 아침식사로 프로스티드 플레이크(Frosted Flakes)와 슈가퍼프(Sugar Puffs) 중 어떤 시리얼을 먹을 지를 고르라는 것인데요. 이는 실제 제품인 켈로그(Kellogg) 사의 콘푸로스트(Frosties)와 제너럴밀즈(General Mills) 사의 허니 몬스터 퍼프(Honey Monster Puffs)의 이름과 디자인을 아주 살짝 변형한 가상의 제품들입니다.


<밴더스내치>의 첫 번째 선택지



출처: 더 타임즈(The Times)


물론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후에 극중에서 스테판이 보게 될 TV 광고 정도에만 영향을 줄 뿐, 메인 스토리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시청자들 역시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쉽게 설명해주기 위한 재치 있는 튜토리얼이나, 극도의 긴장감을 주는 <밴더스내치> 안에서 유일하게 마음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이미 사용자에 대해 막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의 제품 선호도에 대한 정보와 넷플릭스의 기존 정보를 결합시킨 사용자 데이터는 타겟 광고 영역에서 매우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의 제품 선택을 토대로, ’디스토피아적인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18-24세 사이의 남성’이 콘푸로스트를 선호했다거나, ‘유럽 배경의 60년대 영국 공상과학 & 판타지물을 선호하는 30-36세 사이의 여성’이 허니 몬스터 퍼프를 선택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해당 제품을 선택한 사용자를 매우 세밀하게 분류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밴더스내치>에서는 이미 시중에서 판매 중인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지만, 향후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의 디자인 가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패키징 최적화를 위한 A/B 테스트를 매우 광범위한 규모로, 게다가 각 선택지를 선택한 사용자에 대한 개인 정보까지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사용자의 시청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해 오고 있지만, 향후 광고 타게팅을 위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서드파티 업체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페이스북(Facebook)에 대한 영국 의회 산하 DCMS(Digital, Culture, Media, Sport) 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페이스북은 그 동안 특정 기업들에게 유저 데이터에 대한 엑세스 권한을 부여하고, 경쟁 기업들에게는 데이터 엑세스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유저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이때 페이스북이 화이트 리스트 기업으로 분류하여 데이터를 제공해 온 업체 중에는 넷플릭스 역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공식적으로 서드파티 업체에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지 않으나, 페이스북의 사례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을 경우 테크 기업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사 플랫폼 내에서 타겟 광고를 제공할 가능성도 역시, 현재로서는 다소 희박하지만 존재합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8월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에피소드 사이에 광고를 삽입하는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물론 사용자들의 반응과 외신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얼마나 부정적이었냐면, 허브 엔터테인먼트 리서치(Hub Entertainment Research)에서는 넷플릭스가 광고를 도입하기 시작할 경우 현재 가입자의 1/4을 유실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기까지 할 정도였죠. 사실 당시 넷플릭스가 삽입했던 광고 역시 실제 광고가 아니라 자사 콘텐츠에 대한 프로모션 영상이었기 때문에, 해당 테스트는 서드파티 타겟 광고 도입을 위한 테스트라기보다는 마케팅 통로 발굴을 위한 테스트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해에 제작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 역시 함께 늘어나고 있는 중이니까요. 2017년에 12억 8,000만 달러였던 넷플릭스의 마케팅 지출은 지난해 20억 달러까지 증가했습니다. 안 그래도 오리지널 콘텐츠로 인한 자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넷플릭스로서는 마케팅을 위한 가장 비용효율적인 통로를 발굴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향후 훌루(Hulu)와 유사한 광고 기반의 무료 버전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훌루의 경우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와 광고가 없는 유료 서비스로 서비스를 나눠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전망은 미국 시장보다는 인터내셔널 시장에 주목한 것으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저개발 국가의 경우 사용자들이 넷플릭스의 구독 가격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으로의 진출이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이머징 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 시장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인도의 시장조사업체 칼라가토(Kalagato)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150만 명의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추적하여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스마트폰에 핫스타 앱이 설치되어있던 사용자의 비율은 매달 45%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스마트폰에 넷플릭스 앱이 설치되어있던 사용자의 비율은 최대 8%를 넘지 않았습니다. 물론 6월에는 2.35%에 불과했던 설치 비율이 11월에 7.73%까지 성장한 점은 인상적이지만, 여전히 핫스타와의 격차는 상당한 상태입니다. 넷플릭스가 인도에서 가입자를 확대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높은 가격 부담에 있습니다. 핫스타의 경우, 가장 비싼 프리미엄 요금제가 월 199 루피(약 3 달러) 수준인데 반해 넷플릭스의 경우 가장 저렴한 요금제의 가격이 월 500 루피(7.30 달러) 입니다.



이미 신규 가입자의 대부분을 미국 외부에서 유치하고 있는 넷플릭스에게 인도와 같은 저개발 국가에서의 가입자 확대는 성장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프라임(Prime) 멤버십 가입자에게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아마존(Amazon)의 경우, 미국에서는 119 달러인 프라임 연회비를 인도에서는 999 루피(14.5 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부담이 해마다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마존과는 달리 대부분의 매출을 구독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요금제 가격을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가격을 인하하기는커녕, 최근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에서의 구독료를 18% 인상한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폭입니다.



디즈니(Disney)나 워너미디어(WarnerMedia) 같은 강력한 플레이어들의 스트리밍 시장 진입으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지출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를 충당하기 위해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자니, 인도와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의 가입자 확대에 매우 불리하다는 딜레마에 부딪치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앞서 언급된 핫스타의 경우, 운영사인 스타 인디아(Star India)의 경영권을 21세기 폭스(First Century Fox)가 가지고 있는데, 지난해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핫스타 역시 디즈니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디즈니가 올 가을 출시할 예정인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역시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니, 넷플릭스는 상당히 불리한 입지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타개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 혹은 광고와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요금제라는 것이 바로 이들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가설로 보입니다. 애드 에이지(AdAge)의 경우 넷플릭스의 광고 테스트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넷플릭스의 광고 도입이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꼭 플랫폼 내에 직접적으로 서드파티 광고를 넣지 않더라도, 콘텐츠 내에 제품을 노출시키는 간접광고의 형태로 광고를 도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와 관련해서는 이미 핸드 오브 갓(Hand of God)이라는 시리즈에서 부동산 리스팅 서비스인 질로(Zillow)의 앱을 노출시킨 아마존의 선례가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향후 넷플릭스가 데이터 판매 형태로든,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 출시의 형태로든, 아니면 간접 광고의 형태로든 광고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될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때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한 데이터 마이닝은 데이터를 정교화기 위한 강력한 무기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를, 사용자 데이터 확보 측면에 집중하여 검토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주장하고 싶은 바는, 아무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8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는 넷플릭스라고 할지라도, 명확한 이유 없이 새로운 콘텐츠 포맷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조금 침체되기는 했지만, 수년간 VR에 대해 온갖 장밋빛 전망들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VR에는 여전히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합니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신기술이고 화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 인터렉티브 콘텐츠라는 포맷이 데이터라는 자신들의 강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판단 하에 최고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블랙미러>를 통해 <밴더스내치>를 공개한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SKT와 지상파 3사가 옥수수(oksusu)와 푹(POOQ)을 통합해서 단일 브랜드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넷플릭스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이 서비스가 넷플릭스만큼 명확한 차별화 전략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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