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의 열쇠는 ‘기계’가 아닌 ‘인간’에 있다

외신 테크 면이 온통 코로나 소식으로 가득하다. Apple은 중국 외 전세계 모든 매장을 운영 중단하였고, Google과 Microsoft는 각각 I/O와 Build 등 굵직한 연례 컨퍼런스를 잇달아 취소하였다. 마찬가지로 연례 Re:Mars 컨퍼런스를 취소한 Amazon은 폭증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인력을 대거 고용하고, 생필품을 우선적으로 배송한다는 임시 배송 정책을 발표하였다. 최근 미국 주요 도시에서의 라이드 수가 60~70% 감소했다고 발표한 Uber는 남는 차량을 이용해 의약품을 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원래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가 없었던 Lyft 역시 코로나로 인한 격리 기간 동안 푸드와 의약품을 배달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반대로 이를 기회삼아 고객을 확대하고 있는 서비스들도 다수 확인되는데, 코로나로 인한 원격 근무 증대로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 중인 화상회의 업체 Zoom이나 최근 DAU가 4,400만 명으로 전년도 11월 대비 60~110% 상승했다고 밝힌 Teams가 대표적이다. 엔터테인먼트 업체들도 뜻밖의 호황을 누리는 중으로, 스트리밍 애널리틱스 기관 Antenna에 의하면 2020년 3월 14일에서 16일 사이 Disney+ 신규 가입자 수는 전 주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BO Now와 Showtime 같은 프리미엄 섭스크립션의 가입자 수도 해당 기간 각각 90%와 78% 증가했으며, 이미 미국에서 6,1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더 이상 성장 여지가 많지 않다고 여겨졌던 Netflix까지 해당 기간 신규 가입자가 47% 증가하였다.


Zoom의 주가 추이



출처: Google


그러나 이런 수요 증가가 꼭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데, 네트워크가 폭증한 스트리밍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Netflix는 19일 향후 30일 동안 유럽 지역에서 비트레이트(bit rate, 초당 처리하는 데이터 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상도와 함께 화질에 영향을 미침)를 감소시킨다고 발표하였고, YouTube 역시 유럽에서 디폴트 화질 설정을 480p로 전환한데 이어, 전세계 다른 지역으로도 이같은 조치를 확대하였다. 통신사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원격근무로 인한 데이터 사용량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으로, AT&T는 코로나 자사 홈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당분간 데이터캡(정해진 데이터량을 모두 사용하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방식의 요금제)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고 Verizon은 자사 모든 모바일 가입자들에게 15GB의 데이터를 추가로 지급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난리통 속에서 드러난 뜻밖의 사실은 8K 스트리밍과 VR/AR, 5G와 제로 레이턴시 등이 마치 임박한 미래처럼 여겨졌던 그동안의 착각과는 달리, 실제 현실에서 테크가 성취한 진보는 생각보다 훨씬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Facebook이 2014년 Oculus를 인수할 당시 VR을 이용한 아바타 원격회의를 통한 가상 오피스를 공약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워크플레이스 영역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Zoom의 기술적인 차별점이라면 컨퍼런스 코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컨퍼런스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one-tap dial 기능 정도라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실제 로아데일리 팀의 경우, 협업툴로 그 동안 Teams를 이용해 왔는데, 원격근무가 본격화된 이후 사용자 증가로 인해 메시지 전송이 다소 불안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가 안겨준 또 하나의 흥미로운 깨달음은 거의 전적으로 디지털적인 것처럼 여겨졌던 테크 업계가 사실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물리적 활동에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구애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Netflix의 경우 일찍이 자신들의 최대 경쟁사로 Fortnite를 꼽은 바 있으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Netflix가 성장을 위해 돌파해야 하는 진짜 장벽은 온라인 게임 같은 것이 아니라 통근시간, 즉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그로 인한 통근 거리의 증가 같은 지극히 Non-digital한 문제들이었음이 드러난 셈인 것이다.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판데믹으로 번진 이후 Series D, E 라운드 급의 투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경기침체보다도 여행금지로 인해 대면 미팅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꼽히는 것을 보면, AI가 곧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믿음, 혹은 공포와는 달리 기계가 인간을 비슷하게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앞으로도 한참이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AI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


이와 관련해 Edelman의 Technology Practice 부문 시니어 VP이자 Edelman AI Center of Excellence의 Global Lead를 맡고 있는 Gary Grossman은 Venture Beat 기고글을 통해서 AI가 제공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과도한 약속(overpromising)’이 일명 'AI 겨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는데, 사람들이 AI에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즉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의 형태인데 비해, 현재 개발된 AI는 모두 Narrow AI이기 때문에 기대의 불일치로 인한 실망감이 '겨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때의 Narrow AI알고리즘이 비록 그 수준은 매우 뛰어날지언정 한 가지의 기능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각 정보를 분석하는데는 인간을 훨씬 초월하는 능력을 발휘하지만 자연어 처리나 번역 같은 기능은 전혀 처리할 수 없는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자율주행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2020년 말까지 1,000만 대의 자율주행차가 보급될 것이라고 예측되는 등, 빠른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에 비해 현 시점에서 이같은 예측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자율주행차 개발에 전세계적으로 3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Ford의 경우, 올해 봄 CEO인 Jim Hackett 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였다”고 밝히면서 자율주행차의 보급 시점이 종전에 예상되었던 것보다 늦어질 것임을 사실상 시인하기도 했으며, 2017년 무렵 2019년 말에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런칭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GM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Cruise 역시 성능과 안전성 문제로 해당 서비스의 런칭 시점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이다.



이로 인한 실망감의 직격타를 맞은 업체 중 하나가 최근 폐업을 선언한 Starsky Robotics이다. Starsky Robotics는 고속도로 자율주행과 원격조정을 통한 시내주행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2016년 자율주행 업계 최초로 무인 배달에 성공한 바 있는 유망한 자율주행 트럭 업체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추가 자금 유치에 실패함에 따라 폐업을 선언하였다. 당시 CEO인 Stefan Seltz-Axmacher는 자사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자율주행 기술의 실제 수준이 AI에 대한 대중적인 기대치(hype)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는데, 실제 자율주행 기술은 “C-3PO(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안드로이드 로봇 중 하나)에 비견될 수 있는 진짜 인공지능이 아니라 정교한 패턴 매칭 툴”에 불과한 데 비해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 수준은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이 실망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머신러닝 시스템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



출처: Stefan Seltz-Axmacher의 Medium 블로그


이처럼 AI의 수준 향상 속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AI가 사람과 유사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와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꼽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병리조직 슬라이드 이미지를 디지털화하여 컴퓨터 비전을 이용해서 분석하는 솔루션을 개발 중인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PathAI의 경우, 이 업체가 내건 솔루션 설명만 들으면 임상의들이 슬라이드를 일일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검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만, 실제로 이 솔루션을 이용하기까지는 막대한 양의 병리조직 슬라이드 데이터와 그것의 의미를 판독하기 위한 장시간의 학습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 PathAI의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기 위한 공동 리서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Novartis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Holger Hoefling은 자신들의 프로젝트 내용을 자율주행차 개발과 비교하며 "자동차가 스스로 훈련하려면 어마어마한 시간과 데이터가 들지만, 사람이 운전하도록 훈련하는 데에는 20시간이면 충분"하다면서 병리학자와는 달리 세포나 종양에 대한 어떠한 사전 지식도 없는 알고리즘이 진단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해당 업체의 경우, 지난해 11월 미국 간학회(AASLD)에서 자사 알고리즘을 이용한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진단 시연을 선보이면서 알고리즘의 진단 결과와 병리학자들의 합의된 진단 결과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컴퓨터 비전을 통해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병리 구조를 식별함으로써 진단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당초의 공약에 비해서는 다소 소박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AI 학습의 열쇠는 ‘기계’가 아닌 ‘인간’


이상의 사례들은 현 시점에서 AI라는 것이 '인간의 비효율성을 혁신'하는 수준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인간을 불완전하게나마 모방'할 수 있으면 놀라운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그러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하 필요한 학습 역시 인간에 비해 훨씬 속도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최근 AI의 수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기계가 아닌 인간이 주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비영리단체 RadicalxChange의 창립자이자 Microsoft에서 OCTOPEST(Chief Technology Officer Political Economist and Social Technologist) 지위를 맡고 있는 리서처 Glen Weyl은 최근 'AI는 기술이 아닌 이데올로기(AI is an Ideology, Not a Technology)'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WIRED 투고글에서 AI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다름아닌 AI를 학습시키는 작업에 대한 인간들의 공로를 지워버리는 현재의 접근 방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글은 AI라는 용어 혹은 개념 자체가 정확한 정의를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계산(computation)의 본질과 그것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어떠한 철학(philosophies)을 대변하는 용어라고 주장하는데, 현재 널리 통용되는 AI의 개념이 AI를 학습시키는데 기여한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지우고 마치 AI가 몇몇 엘리트 과학자들과 선견지명이 있는 일부 투자자들만의 산물인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알고리즘이 '지능'으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가 이를 위한 데이터와 행동 예시(behavioral example), 교정을 제공해야만하는데, AI에 대한 현재의 접근방식 하에서는 일반 유저들의 이같은 기여가 "일"이 아니라 그저 무료 인터넷 서비스에서의 여가 정도로만 간주되고 있으며, 때문에 이들의 보다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서양의 유저들이 프라이버시를 주장하며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는 것 역시 AI에 대한 데이터 제공이라는 기여에 대해서 이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우, 해당 AI가 적용될 분야의 노동자들이 AI에 피딩될 데이터를 라벨링하고 AI의 행동을 교정하는데 적극 참여하도록 하면서 그 공로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고 있는데, 중국이 서양을 능가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이유 역시 프라이버시를 인정하지 않는 권위주의 정부보다는 이러한 인간중심적 접근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AI를 일부 엘리트 과학자들이 가진 재능의 산물로 간주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 즉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AI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든 기여자들의 공로를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해야만 더 효과적인 AI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인 것이다.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AI 학습을 효율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가 호주의 Appen으로, 130개국에 퍼져 있는 100만 명 이상의 인력을 활용하여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라벨링을 수행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제공한다. AI 학습을 위해 필요한 막대한 양의 구조화 데이터를 얻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간이 직접 해당 데이터를 구조화하여 주석을 다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자율주행 시스템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 라벨러들이 도로 이미지에서 교통 표지판에 태그를 다는 작업을 수행하는 식이다. Appen은 크라우드 소싱 방법을 통해서 주석이 달린 데이터셋트를 확보한 뒤 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효과적인 AI 학습이 가능하도록 한다. 미국 정부와 Microsoft 등 주요 테크 기업, 이커머스 기업 등을 고객으로 확보한 이 업체의 2019년 매출은 전년도 대비 47% 증가한 5억 3,600만 달러로, 2018년에는 전년대비 119%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바 있었다.



이때, Appen의 특징적인 점은 라벨링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의 존재를 강조한다는 점으로, CEO인 Mark Brayan은 "AI 업계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라벨링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머신러닝 솔루션의 향상이 라벨링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Appen이 강조하고 있는 점 중 하나가 크라우드 소싱에 참여하는 인간 라벨러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으로, Appen의 전체 비용 중 약 74%가 크라우드 소싱에 참여하는 라벨러들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2019년 6월 Uber에 인수된 경쟁사 Mighty AI가 "최신 AI를 이용하여 대규모로 라벨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음을 전면에 내세워 강조하는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이는 지난해 말 6,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 유치 금액 7,800만 달러를 기록한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CloudFactory 역시 유사하게 강조하는 부분으로, CloudFactory의 경우 아예 라벨러들을 직접 고용하여 각종 툴킷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라벨링을 수행한다. CloudFactory 측은 "AI와 머신러닝 혁신의 미래는 사람에 의해 추동될 것이며, 우리는 사람에 집중하는 접근 방식이 우리의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믿는다"면서 "어떤 업체가 최고의 툴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알고리즘에 피딩되는 데이터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는데, 이 업체가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바로 "우리의 인력을 다른 무엇보다도 중시함으로써 그들이 최고의 툴을 이용해 더 적극적으로 작업에 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최고 퀄리티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라벨링을 담당하는 케냐 지역 CloudFactory 직원들



출처: CloudFactory



‘인간’을 통해 human-grade 퍼포먼스를 보장하는 AI 스타트업들 


AI와 인간을 결합함으로써 아직까지 단독으로 사용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AI의 퍼포먼스를 인간과 대등한 수준, 즉 human-grade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스타트업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로아데일리에서 Samsung Next, Microsoft 등으로부터 6,000만 달러 규모의 Series C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전한 기계/인간/번역 플랫폼 Unbabel도 이러한 업체 중 하나이다. 2013년 리스본에서 설립된 Unbabel은 인공 신경망 기계 번역, 자연어처리(NLP) 및 품질 평가를 활용하여 기업이 수십 개의 언어 간에 중요한 번역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기반의 인간 정제 번역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로, 기계가 번역한 결과를 10만 명의 번역가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는 방식으로 번역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스스로 “AI 기반의 인간 정제(AI-powered, human-refined)” 플랫폼으로 지칭하고 있는 이러한 AI-human 접근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엔터프라이즈 레벨의 번역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으로, 기계 번역에 인간의 검수를 결합함으로써 속도보다는 품질이 중요하다는 특성 상 기계가 아닌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엔터프라이즈 레벨 번역에도 AI 기반 자동화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 Unbabel이 밝힌 자사 플랫폼의 비용절감 효과는 최대 76%에 달하는데, 실제 Microsoft, Facebook, Booking.com, easyJet 등 대형 고객사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데 이어 이 중 Microsoft로부터는 투자까지 유치한 것을 보면 Unbabel 플랫폼이 제공하는 번역의 경쟁력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고객사들은 주로 해외 시장에서의 CS(Customer Service) 응대에 Unbabel 번역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Unbabel 측은 자사 플랫폼에서 번역되는 CS 메세지의 수가 100만 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500%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AI-human 접근방식으로 대형 고객 유치에 성공한 Unbabel



출처: Unbabel


마찬가지로 Samsung Next, Microsoft로투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는 Directly 역시 AI와 전문가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CS 영역에서 AI 기반 효율화가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올해 1월 2,000만 달러 규모 Series C 투자를 유치한 이 업체의 경우, AI 기반 CS 자동화 스타트업으로 고객과 채팅 기반 상담 시 특정한 이슈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이를 원격 모니터링하면서 알고리즘을 코칭함으로써 최적의 답변이 가능하도록하는 업체이다. 쉽게 말해 수천만 명의 전문가들이 고객 상담을 담당하는 AI 챗봇을 실시간으로 코칭함으로써 AI가 나날이 높아지는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고품질의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high profile 고객 중 하나인 Microsoft는 대표적 Directly 솔루션을 이용하여 Excel 및 Surface 파워 유저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이들이 자사 CS 챗봇을 코칭하도록 한 바 있다. Series C 라운드를 리드한 삼성 역시 대표적인 Directly 고객 중 하나이다.



Directly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의 코칭을 통해 AI가 human-grade, 혹은 그것을 상회하는 수준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점으로 Directly가 가장 강조하는 지표 중 하나가 자사 코칭 툴이 적용된 챗봇과 상담을 진행한 고객들이 평균 만족도가 93%로, 일반적인 인간 상담사들이 받은 평균 만족도 75%보다 높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AI를 코칭하는 전문가들은 코칭 1 건당 2~60 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받는데, Directly는 자사 전문가들이 코칭을 통해 주당 평균 200 달러, 탑 5%의 전문가들은 최대 2,000~5,000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 역시 적극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더해 특정 토픽에 대해 더 나은 답변을 제시한 전문가들이 더 큰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조되는데, 이는 ‘기계’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인간’이 기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더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 접근이라는 점에서 상기 Appen이나 CloudFactory과 궤를 같이하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Gartner의 경우, 이처럼 인간을 중심에 놓고, AI와 인간의 협력을 도모하는 형태의 AI를 augmented intelligence, 혹은 AI augmentation으로 정의하고 있다. Gartner의 리서치 VP인 Svetlana Sicular는 augmented intelligence가 “사람들이 어떻게 AI를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며, “AI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AI와 인간을 결합한 augmented intelligence가 엔터프라이즈에 가장 큰 수혜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실제 Gartner에 따르면 AI augmentation의 사업가치(Business Value)는 2021년까지 2.9조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Gartner 전망에 포함된 전체 AI 비즈니스 타입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업가치이다. Gartner는 또한 2030년이 되면 decision support/augmentation 영역의 사업가치가 전체 AI 사업가치 중 44%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AI라고 했을때 가장 흔히 떠올리는 가상비서(Agents) 서비스의 24%를 크게 능가하는 수치이다.


전세계 AI 타입별 사업가치(단위: 백만 달러)



출처: Gartner


 


마치며…


AI는 최근 몇 년간 테크 업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뜨거운 키워드였다. 많은 논의가 AI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일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것인지, 인간이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어떻게 놀라운 효율성과 정확도로 해낼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두었고, 또한 그것만큼이나 많은 논의들이 AI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였다. 그러나 AI에 대한 이러한 뜨거운 Hype와는 달리,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생각만큼 임박한 미래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고 있는 중으로, 로봇을 이용해서 인력을 자동화하려 했다가 로봇이 일의 효율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문제만을 초래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올해 초 로봇 243개를 제거하기로 한 일본 Henn-na “Strange” Hotel의 결정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위에서 인용한 위에서 인용한 Venture Beat 기고글에서 Grossman은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가 개발되는 것은 최소 206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위의 업체들의 사례는 그렇다면 그 전까지 'AI 겨울'이 도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즉 AI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실제 AI의 성능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메우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가 아닌 ‘인간’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기계’의 효과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이들 업체의 다소 역설적인 해답은 ‘인간’의 권리, 즉 프라이버시와 AI의 발전을 대립항으로 두는 통상적인 논리와는 완전히 상반되지만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내로 1,000만 대 이상 보급 될 것이라던 자율주행차는 소식이 없고, 네트워크 끊김이나 원격 회의의 비효율성 등 테크의 한계에 대한 불평 토로만이 난부하는 2020년 현재야말로 '기계'가 아닌' 인간'의 존재에 다시금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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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테크 면이 온통 코로나 소식으로 가득하다. Apple은 중국 외 전세계 모든 매장을 운영 중단하였고, Google과 Microsoft는 각각 I/O와 Build 등 굵직한 연례 컨퍼런스를 잇달아 취소하였다. 마찬가지로 연례 Re:Mars 컨퍼런스를 취소한 Amazon은 폭증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인력을 대거 고용하고, 생필품을 우선적으로 배송한다는 임시 배송 정책을 발표하였다. 최근 미국 주요 도시에서의 라이드 수가 60~70% 감소했다고 발표한 Uber는 남는 차량을 이용해 의약품을 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원래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가 없었던 Lyft 역시 코로나로 인한 격리 기간 동안 푸드와 의약품을 배달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반대로 이를 기회삼아 고객을 확대하고 있는 서비스들도 다수 확인되는데, 코로나로 인한 원격 근무 증대로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 중인 화상회의 업체 Zoom이나 최근 DAU가 4,400만 명으로 전년도 11월 대비 60~110% 상승했다고 밝힌 Teams가 대표적이다. 엔터테인먼트 업체들도 뜻밖의 호황을 누리는 중으로, 스트리밍 애널리틱스 기관 Antenna에 의하면 2020년 3월 14일에서 16일 사이 Disney+ 신규 가입자 수는 전 주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BO Now와 Showtime 같은 프리미엄 섭스크립션의 가입자 수도 해당 기간 각각 90%와 78% 증가했으며, 이미 미국에서 6,1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더 이상 성장 여지가 많지 않다고 여겨졌던 Netflix까지 해당 기간 신규 가입자가 47% 증가하였다.


Zoom의 주가 추이



출처: Google


그러나 이런 수요 증가가 꼭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데, 네트워크가 폭증한 스트리밍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Netflix는 19일 향후 30일 동안 유럽 지역에서 비트레이트(bit rate, 초당 처리하는 데이터 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상도와 함께 화질에 영향을 미침)를 감소시킨다고 발표하였고, YouTube 역시 유럽에서 디폴트 화질 설정을 480p로 전환한데 이어, 전세계 다른 지역으로도 이같은 조치를 확대하였다. 통신사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원격근무로 인한 데이터 사용량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으로, AT&T는 코로나 자사 홈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당분간 데이터캡(정해진 데이터량을 모두 사용하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방식의 요금제)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고 Verizon은 자사 모든 모바일 가입자들에게 15GB의 데이터를 추가로 지급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난리통 속에서 드러난 뜻밖의 사실은 8K 스트리밍과 VR/AR, 5G와 제로 레이턴시 등이 마치 임박한 미래처럼 여겨졌던 그동안의 착각과는 달리, 실제 현실에서 테크가 성취한 진보는 생각보다 훨씬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Facebook이 2014년 Oculus를 인수할 당시 VR을 이용한 아바타 원격회의를 통한 가상 오피스를 공약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워크플레이스 영역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Zoom의 기술적인 차별점이라면 컨퍼런스 코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컨퍼런스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one-tap dial 기능 정도라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실제 로아데일리 팀의 경우, 협업툴로 그 동안 Teams를 이용해 왔는데, 원격근무가 본격화된 이후 사용자 증가로 인해 메시지 전송이 다소 불안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가 안겨준 또 하나의 흥미로운 깨달음은 거의 전적으로 디지털적인 것처럼 여겨졌던 테크 업계가 사실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물리적 활동에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구애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Netflix의 경우 일찍이 자신들의 최대 경쟁사로 Fortnite를 꼽은 바 있으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Netflix가 성장을 위해 돌파해야 하는 진짜 장벽은 온라인 게임 같은 것이 아니라 통근시간, 즉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그로 인한 통근 거리의 증가 같은 지극히 Non-digital한 문제들이었음이 드러난 셈인 것이다.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판데믹으로 번진 이후 Series D, E 라운드 급의 투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경기침체보다도 여행금지로 인해 대면 미팅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꼽히는 것을 보면, AI가 곧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믿음, 혹은 공포와는 달리 기계가 인간을 비슷하게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앞으로도 한참이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AI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


이와 관련해 Edelman의 Technology Practice 부문 시니어 VP이자 Edelman AI Center of Excellence의 Global Lead를 맡고 있는 Gary Grossman은 Venture Beat 기고글을 통해서 AI가 제공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과도한 약속(overpromising)’이 일명 'AI 겨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는데, 사람들이 AI에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즉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의 형태인데 비해, 현재 개발된 AI는 모두 Narrow AI이기 때문에 기대의 불일치로 인한 실망감이 '겨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때의 Narrow AI알고리즘이 비록 그 수준은 매우 뛰어날지언정 한 가지의 기능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각 정보를 분석하는데는 인간을 훨씬 초월하는 능력을 발휘하지만 자연어 처리나 번역 같은 기능은 전혀 처리할 수 없는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자율주행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2020년 말까지 1,000만 대의 자율주행차가 보급될 것이라고 예측되는 등, 빠른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에 비해 현 시점에서 이같은 예측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자율주행차 개발에 전세계적으로 3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Ford의 경우, 올해 봄 CEO인 Jim Hackett 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였다”고 밝히면서 자율주행차의 보급 시점이 종전에 예상되었던 것보다 늦어질 것임을 사실상 시인하기도 했으며, 2017년 무렵 2019년 말에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런칭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GM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Cruise 역시 성능과 안전성 문제로 해당 서비스의 런칭 시점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이다.



이로 인한 실망감의 직격타를 맞은 업체 중 하나가 최근 폐업을 선언한 Starsky Robotics이다. Starsky Robotics는 고속도로 자율주행과 원격조정을 통한 시내주행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2016년 자율주행 업계 최초로 무인 배달에 성공한 바 있는 유망한 자율주행 트럭 업체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추가 자금 유치에 실패함에 따라 폐업을 선언하였다. 당시 CEO인 Stefan Seltz-Axmacher는 자사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자율주행 기술의 실제 수준이 AI에 대한 대중적인 기대치(hype)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는데, 실제 자율주행 기술은 “C-3PO(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안드로이드 로봇 중 하나)에 비견될 수 있는 진짜 인공지능이 아니라 정교한 패턴 매칭 툴”에 불과한 데 비해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 수준은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이 실망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머신러닝 시스템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



출처: Stefan Seltz-Axmacher의 Medium 블로그


이처럼 AI의 수준 향상 속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AI가 사람과 유사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와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꼽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병리조직 슬라이드 이미지를 디지털화하여 컴퓨터 비전을 이용해서 분석하는 솔루션을 개발 중인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PathAI의 경우, 이 업체가 내건 솔루션 설명만 들으면 임상의들이 슬라이드를 일일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검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만, 실제로 이 솔루션을 이용하기까지는 막대한 양의 병리조직 슬라이드 데이터와 그것의 의미를 판독하기 위한 장시간의 학습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 PathAI의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기 위한 공동 리서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Novartis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Holger Hoefling은 자신들의 프로젝트 내용을 자율주행차 개발과 비교하며 "자동차가 스스로 훈련하려면 어마어마한 시간과 데이터가 들지만, 사람이 운전하도록 훈련하는 데에는 20시간이면 충분"하다면서 병리학자와는 달리 세포나 종양에 대한 어떠한 사전 지식도 없는 알고리즘이 진단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해당 업체의 경우, 지난해 11월 미국 간학회(AASLD)에서 자사 알고리즘을 이용한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진단 시연을 선보이면서 알고리즘의 진단 결과와 병리학자들의 합의된 진단 결과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컴퓨터 비전을 통해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병리 구조를 식별함으로써 진단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당초의 공약에 비해서는 다소 소박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AI 학습의 열쇠는 ‘기계’가 아닌 ‘인간’


이상의 사례들은 현 시점에서 AI라는 것이 '인간의 비효율성을 혁신'하는 수준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인간을 불완전하게나마 모방'할 수 있으면 놀라운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그러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하 필요한 학습 역시 인간에 비해 훨씬 속도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최근 AI의 수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기계가 아닌 인간이 주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비영리단체 RadicalxChange의 창립자이자 Microsoft에서 OCTOPEST(Chief Technology Officer Political Economist and Social Technologist) 지위를 맡고 있는 리서처 Glen Weyl은 최근 'AI는 기술이 아닌 이데올로기(AI is an Ideology, Not a Technology)'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WIRED 투고글에서 AI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다름아닌 AI를 학습시키는 작업에 대한 인간들의 공로를 지워버리는 현재의 접근 방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글은 AI라는 용어 혹은 개념 자체가 정확한 정의를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계산(computation)의 본질과 그것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어떠한 철학(philosophies)을 대변하는 용어라고 주장하는데, 현재 널리 통용되는 AI의 개념이 AI를 학습시키는데 기여한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지우고 마치 AI가 몇몇 엘리트 과학자들과 선견지명이 있는 일부 투자자들만의 산물인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알고리즘이 '지능'으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가 이를 위한 데이터와 행동 예시(behavioral example), 교정을 제공해야만하는데, AI에 대한 현재의 접근방식 하에서는 일반 유저들의 이같은 기여가 "일"이 아니라 그저 무료 인터넷 서비스에서의 여가 정도로만 간주되고 있으며, 때문에 이들의 보다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서양의 유저들이 프라이버시를 주장하며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는 것 역시 AI에 대한 데이터 제공이라는 기여에 대해서 이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우, 해당 AI가 적용될 분야의 노동자들이 AI에 피딩될 데이터를 라벨링하고 AI의 행동을 교정하는데 적극 참여하도록 하면서 그 공로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고 있는데, 중국이 서양을 능가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이유 역시 프라이버시를 인정하지 않는 권위주의 정부보다는 이러한 인간중심적 접근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AI를 일부 엘리트 과학자들이 가진 재능의 산물로 간주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 즉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AI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든 기여자들의 공로를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해야만 더 효과적인 AI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인 것이다.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AI 학습을 효율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가 호주의 Appen으로, 130개국에 퍼져 있는 100만 명 이상의 인력을 활용하여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라벨링을 수행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제공한다. AI 학습을 위해 필요한 막대한 양의 구조화 데이터를 얻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간이 직접 해당 데이터를 구조화하여 주석을 다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자율주행 시스템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 라벨러들이 도로 이미지에서 교통 표지판에 태그를 다는 작업을 수행하는 식이다. Appen은 크라우드 소싱 방법을 통해서 주석이 달린 데이터셋트를 확보한 뒤 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효과적인 AI 학습이 가능하도록 한다. 미국 정부와 Microsoft 등 주요 테크 기업, 이커머스 기업 등을 고객으로 확보한 이 업체의 2019년 매출은 전년도 대비 47% 증가한 5억 3,600만 달러로, 2018년에는 전년대비 119%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바 있었다.



이때, Appen의 특징적인 점은 라벨링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의 존재를 강조한다는 점으로, CEO인 Mark Brayan은 "AI 업계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라벨링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머신러닝 솔루션의 향상이 라벨링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Appen이 강조하고 있는 점 중 하나가 크라우드 소싱에 참여하는 인간 라벨러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으로, Appen의 전체 비용 중 약 74%가 크라우드 소싱에 참여하는 라벨러들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2019년 6월 Uber에 인수된 경쟁사 Mighty AI가 "최신 AI를 이용하여 대규모로 라벨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음을 전면에 내세워 강조하는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이는 지난해 말 6,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 유치 금액 7,800만 달러를 기록한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CloudFactory 역시 유사하게 강조하는 부분으로, CloudFactory의 경우 아예 라벨러들을 직접 고용하여 각종 툴킷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라벨링을 수행한다. CloudFactory 측은 "AI와 머신러닝 혁신의 미래는 사람에 의해 추동될 것이며, 우리는 사람에 집중하는 접근 방식이 우리의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믿는다"면서 "어떤 업체가 최고의 툴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알고리즘에 피딩되는 데이터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는데, 이 업체가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바로 "우리의 인력을 다른 무엇보다도 중시함으로써 그들이 최고의 툴을 이용해 더 적극적으로 작업에 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최고 퀄리티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라벨링을 담당하는 케냐 지역 CloudFactory 직원들



출처: CloudFactory



‘인간’을 통해 human-grade 퍼포먼스를 보장하는 AI 스타트업들 


AI와 인간을 결합함으로써 아직까지 단독으로 사용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AI의 퍼포먼스를 인간과 대등한 수준, 즉 human-grade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스타트업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로아데일리에서 Samsung Next, Microsoft 등으로부터 6,000만 달러 규모의 Series C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전한 기계/인간/번역 플랫폼 Unbabel도 이러한 업체 중 하나이다. 2013년 리스본에서 설립된 Unbabel은 인공 신경망 기계 번역, 자연어처리(NLP) 및 품질 평가를 활용하여 기업이 수십 개의 언어 간에 중요한 번역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기반의 인간 정제 번역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로, 기계가 번역한 결과를 10만 명의 번역가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는 방식으로 번역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스스로 “AI 기반의 인간 정제(AI-powered, human-refined)” 플랫폼으로 지칭하고 있는 이러한 AI-human 접근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엔터프라이즈 레벨의 번역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으로, 기계 번역에 인간의 검수를 결합함으로써 속도보다는 품질이 중요하다는 특성 상 기계가 아닌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엔터프라이즈 레벨 번역에도 AI 기반 자동화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 Unbabel이 밝힌 자사 플랫폼의 비용절감 효과는 최대 76%에 달하는데, 실제 Microsoft, Facebook, Booking.com, easyJet 등 대형 고객사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데 이어 이 중 Microsoft로부터는 투자까지 유치한 것을 보면 Unbabel 플랫폼이 제공하는 번역의 경쟁력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고객사들은 주로 해외 시장에서의 CS(Customer Service) 응대에 Unbabel 번역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Unbabel 측은 자사 플랫폼에서 번역되는 CS 메세지의 수가 100만 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500%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AI-human 접근방식으로 대형 고객 유치에 성공한 Unbabel



출처: Unbabel


마찬가지로 Samsung Next, Microsoft로투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는 Directly 역시 AI와 전문가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CS 영역에서 AI 기반 효율화가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올해 1월 2,000만 달러 규모 Series C 투자를 유치한 이 업체의 경우, AI 기반 CS 자동화 스타트업으로 고객과 채팅 기반 상담 시 특정한 이슈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이를 원격 모니터링하면서 알고리즘을 코칭함으로써 최적의 답변이 가능하도록하는 업체이다. 쉽게 말해 수천만 명의 전문가들이 고객 상담을 담당하는 AI 챗봇을 실시간으로 코칭함으로써 AI가 나날이 높아지는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고품질의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high profile 고객 중 하나인 Microsoft는 대표적 Directly 솔루션을 이용하여 Excel 및 Surface 파워 유저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이들이 자사 CS 챗봇을 코칭하도록 한 바 있다. Series C 라운드를 리드한 삼성 역시 대표적인 Directly 고객 중 하나이다.



Directly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의 코칭을 통해 AI가 human-grade, 혹은 그것을 상회하는 수준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점으로 Directly가 가장 강조하는 지표 중 하나가 자사 코칭 툴이 적용된 챗봇과 상담을 진행한 고객들이 평균 만족도가 93%로, 일반적인 인간 상담사들이 받은 평균 만족도 75%보다 높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AI를 코칭하는 전문가들은 코칭 1 건당 2~60 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받는데, Directly는 자사 전문가들이 코칭을 통해 주당 평균 200 달러, 탑 5%의 전문가들은 최대 2,000~5,000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 역시 적극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더해 특정 토픽에 대해 더 나은 답변을 제시한 전문가들이 더 큰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조되는데, 이는 ‘기계’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인간’이 기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더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 접근이라는 점에서 상기 Appen이나 CloudFactory과 궤를 같이하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Gartner의 경우, 이처럼 인간을 중심에 놓고, AI와 인간의 협력을 도모하는 형태의 AI를 augmented intelligence, 혹은 AI augmentation으로 정의하고 있다. Gartner의 리서치 VP인 Svetlana Sicular는 augmented intelligence가 “사람들이 어떻게 AI를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며, “AI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AI와 인간을 결합한 augmented intelligence가 엔터프라이즈에 가장 큰 수혜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실제 Gartner에 따르면 AI augmentation의 사업가치(Business Value)는 2021년까지 2.9조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Gartner 전망에 포함된 전체 AI 비즈니스 타입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업가치이다. Gartner는 또한 2030년이 되면 decision support/augmentation 영역의 사업가치가 전체 AI 사업가치 중 44%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AI라고 했을때 가장 흔히 떠올리는 가상비서(Agents) 서비스의 24%를 크게 능가하는 수치이다.


전세계 AI 타입별 사업가치(단위: 백만 달러)



출처: Gartner


 


마치며…


AI는 최근 몇 년간 테크 업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뜨거운 키워드였다. 많은 논의가 AI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일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것인지, 인간이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어떻게 놀라운 효율성과 정확도로 해낼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두었고, 또한 그것만큼이나 많은 논의들이 AI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였다. 그러나 AI에 대한 이러한 뜨거운 Hype와는 달리,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생각만큼 임박한 미래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고 있는 중으로, 로봇을 이용해서 인력을 자동화하려 했다가 로봇이 일의 효율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문제만을 초래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올해 초 로봇 243개를 제거하기로 한 일본 Henn-na “Strange” Hotel의 결정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위에서 인용한 위에서 인용한 Venture Beat 기고글에서 Grossman은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가 개발되는 것은 최소 206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위의 업체들의 사례는 그렇다면 그 전까지 'AI 겨울'이 도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즉 AI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실제 AI의 성능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메우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가 아닌 ‘인간’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기계’의 효과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이들 업체의 다소 역설적인 해답은 ‘인간’의 권리, 즉 프라이버시와 AI의 발전을 대립항으로 두는 통상적인 논리와는 완전히 상반되지만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내로 1,000만 대 이상 보급 될 것이라던 자율주행차는 소식이 없고, 네트워크 끊김이나 원격 회의의 비효율성 등 테크의 한계에 대한 불평 토로만이 난부하는 2020년 현재야말로 '기계'가 아닌' 인간'의 존재에 다시금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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