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영역에 대한 글로벌 투자 동향

전기차 충전 산업은 수년 동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chicken-and-egg problem)"에 놓여 있었습니다. 광범위한 공공 충전소 네트워크가 있기 전까지 다수의 사람들이 전기차 운전을 꺼릴 것이고, 전기차 운전자가 많아지기 전까지는 공공 충전소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2016~2017년만 하더라도 전기차 충전 영역은 산업이 너무 초기이고 위험성은 높은, 즉 투자를 꺼리는 영역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전세계 경기 부양책 등의 일환으로, 이러한 교착 상태(stalemate)가 깨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Bloomberg New Energy Finance (BNEF)의 장기 EV 전망(Long-Term Electric Vehicle Outlook) 관련 최신 데이터에서도, 경기침체의 여파 속에서 전기차 판매가 전통적인 자동차 판매보다도 작은 하락(smaller dip)을 경험할 것이며, 경기가 회복되면 전기차 시장이 더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유럽 및 아시아 정부에서 경기 부양책의 일부로서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구축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의 경우 경기 부양 패키지에 '전기차 충전기'를 포함시켜 25억 유로의 자금을 할당했으며, EU(European Union)는 현재 20만개 미만 수준인 공공 충전기(public chargers)를 2025년까지 100만 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EV 배터리 가격이 약 43%까지 하락(BNEF 자료)하고 전기차가 일반 자동차 구매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가 된 점이나, 유럽 및 중국에서 배출 규제가 엄격해진 점 등으로 인해 전기차 충전 영역 투자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본 컬럼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기대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영역의 글로벌 충전 인프라 현황과 투자 동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글로벌 EV 충전 인프라 현황 및 전망

  • BloombergNEF, 2020년 5월에 전세계 공공 충전 플러그 100만개 돌파

전세계 전기차 산업에서 지난 5월, 중대한 마일스톤 달성이 조용히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전세계의 '공공 충전 플러그(public charging plugs)' 수가 100만 개를 돌파한 것입니다. BloombergNEF가 최근 집계한 바에 의하면, 100만 개를 넘은 것은 3년 만에 두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합니다.

Fig1. 전세계 공공 충전 플러그 증가 현황

출처: Bloomberg

대부분의 새로운 공공 충전 인프라는 중국과 유럽에서 건설되었으며,  북미의 경우 유럽 국가들보다 충전인프라 구축 경쟁에서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loomberg에서 지난 6월, "충전소가 미국의 전기차 전환에 방해가 되고 있다(Chargers Are the Final Roadblock to America’s Electric Car Future)"는 제목의 기사가 발행될 정도입니다. 일례로 General Motors의 경우, 지난 7월 말 EVgo와 협력해 전국 단위의 EV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는데, 이같은 충전소 관련 발표는 General Motors가 최초의 전기차를 만든지 24년 만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미국 내 최대 규모의 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EVgo는, 현재 34개 도시에서 800개의 고속 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GM과의 파트너쉽 체결을 통해 향후 5년 내로 40개 대도시에 현재 수준의 3배 이상인 2,700여개 고속 충전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Evgo는 2040년까지 플랫폼 내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한 Uber와도 파트너쉽 관계에 있습니다.)

Fig2. 2017~2020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성장율

출처: Bloomberg

한편 중국은 전세계 충전 플러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기차 경제로의 전환을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충전 네트워크 투자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향후 20년 동안의 EV 보급(EV adoption) 추정치에 기반해, BloombergNEF 측은 2040년에는 전세계에서 1,200만 개 공공 충전소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필요한 충전 플러그의 수는 궁극적으로 판매된 전기차의 수에 따라 달라지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지만, 현재 공공 충전소가 100만 개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충전 인프라 투자가 요구될 것임을 분명합니다.  
  •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19년 전세계 전기차 충전기는 740만 대 & 이 중 공공 충전기는 86만개

올해 6월에 발간된 Global EV Outlook 2020 자료에서도, 2019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730만 대의 전기차 충전기가 있는데, 이 중에서 약 650만 대가 프라이빗 충전기로, 가정이나 다세대 건물, 직장 오피스에 있는 경량 저속 충전기라고 합니다. 편의성과 비용효율성, 다양한 지원 정책(우대 요율, 장비 구매 인센티브, 리베이트 등)이 프라이빗 충전기의 보급을 견인했다고 합니다.

Fig3. 2013~2019년 전기차 충전기 증가 추세 (승용차 기준)

출처: IEA

퍼블릭 충전기(고속 및 저속 포함)는 전세계 승용차(light-duty vehicle) 충전기의 약 12%를 차지하는 862,000개 수준으로 대부분 완속 충전기라고 합니다. 공공 충전기 대수는 전년 대비 60% 증가한 가운데, 특히 중국이 고속 퍼블릭 충전기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집에서 프라이빗 충전을 할 기회가 적고, 밀도가 높은 도심 지역에서는 고속 퍼블릭 충전기가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Fig4. (2019년 기준) 국가 별 프라이빗 및 공공 충전기 비중

출처: IEA

 

국가 별로 공공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인 플레이어는 다르다?

공공 충전 인프라는 (국가 별로 속도에 차이는 있지만) 현재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Quartz 기사가 인용한 BloombergNEF에 의사면 각 지역마다 주도하는 플레이어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공공 충전 인프라의 약 79%를 전기 및 석유 업체(utilities and oil companies)에서 운영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공공 충전 인프라의 약 62%를 순수 전기차 사업자(pure-play EV operators)가 관리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장비 제조사가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지배적인 충전 사업자는 아직 없지만, 석유회사나 전력 회사들이 전기차 충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긴 합니다. 석유 공급 업체들은 이미 전략적인 위치를 선점한 (내연기관 차량 용)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력회사의 경우 전기 생산이나 유통 네트워크를 제어하기 때문입니다. 전력회사들도 '교통수단의 전기화(electrification of transport)'를 전력 산업의 잠재적인 구세주(potential savior)로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 하기 표에서와 같이 석유회사나 전력회사들이 EV 충전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움직임을 2017년 이후부터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유럽의 Shell과 BP가 매우 공격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석유 회사들은 유럽 사업자들보다는 소극적인데, 그나마 Chevron이 ChargePoint 투자에 참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ExxonMobill의 경우는 전기차 충전 관련한 동향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Fig5. 석유 및 전력 회사들의 EV 충전 시장 대응

출처: 로아컨설팅 정리

 

2020년 투자를 유치한 글로벌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2020년 중반 들어 투자자들이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투자에 낙관적인(bullish)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으며, CB Insights에서도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고 분석했습니다.

Fig6.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 증가 추세

출처: CB Insight

실제로 하기와 같이 충전 관리 SW, 고속 충전, 무선 충전, 휴대용 충전기, B2B 상업용 차량 충전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 유치 소식이 발표되었습니다.

Fig7. 2020년 투자를 유치한 '글로벌 전기차 충전 관련 스타트업'

출처: 로아컨설팅 정리

무엇보다 주목되는 스타트업 두 곳이 있는데, 바로 SPAC 상장을 준비 중으로 알려진 미국의 ChargePoint와, 중국의 충전장비 사업자인 StarCharge의 IPO 준비 동향입니다.  
  • SPAC 상장을 준비 중인 "ChargePoint"

지난 9월,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중 하나인 ChargePoint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SPAC(special –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인 Switchback Energy과의 역합병 형태로 IPO를 추진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이후 Switchback의 주가는 11% 증가했다가 거래가 중단되었는데, 시간 외 거래에서 27.5% 상승한 13.32 달러를 기록했으며, 거래량 또한 과거 10일 평균 보다 8.4배 증가 했습니다. 이후 Switchback Energy 측은 ChargePoint와의 합병을 공식 발표하며, 합병 규모가 2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2007년 설립된 ChargePoint는 Daimler AG, BMW, 석유회사 Chevron의 벤처 투자사인 Chevron Technology Ventures, American Electric Power 등 주요 투자사로부터 (최근 1억 2,700만 달러 규모의 Series H extension 라운드 투자를 포함해) 지난 13년 동안 6억 6,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13억 7,0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ChargePoint는 충전소를 제조하고 공공 충전소에서 충전 작업 및 거래를 관리하는 SW 및 서비스를 공급하며,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Target, IKEA 등 4,000여 곳의 기업 및 조직에서 ChargePoint 충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에 115,000개 이상의 퍼블릭 및 프라이빗 충전 시스템을 배포했습니다. 2025년까지 250만 곳의 충전소를 확보하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ChargePoint의 모델은 충전 하드웨어를 판매하고, 충전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위한 결제 앱과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인데요. ChargePoint가 직접 충전 네트워크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객(퍼블릭, 상업용 고객, 정부 등)이 충전기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ChargePoint 측이 최근 공개한 IR 자료에 의하면, ChargePoint는 2019년 1억 4,700만 달러 매출과 1억 3,3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코로나19로 올해 매출이 다소 감소할 것이지만, 향후 7년 동안은 CAGR 60% 성장해 2027년 경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자체 전망했습니다.

Fig8. ChargePoint 매출 전망

출처: ChargePoint

이미 NASDAQ에 상장되어 있는 충전 사업자인 Blink Charging의 시가총액 3억 달러를 훨씬 추월하는 ChargePoint의 상장 소식과 이후 동향에 대해서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StarCharge"

중국의 전기차 충전 장비 사업자인 StarCharge가 Series A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지 몇주 만에 IPO 준비에 착수한다고 지난 10월 중순 경 Bloomberg가 보도했습니다. Wanbang Digital Energy Co.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StarCharge는 중국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4년에 설립된 StarCharge는 지난달 Schneider Electric SE와 CICC Capital 산하의 펀드로부터 1억 2,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StarCharge는 Volkswagen, 현대자동차, BAIC Motor Corp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자사가 3년 연속 수익을 올렸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습니다. 중국 내 라이벌 업체인 Qingdao TGood Electric Co 및 국영기업인 State Grid Corp와 함께 StarCharge 주유소와 같은 대규모 센터에서부터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소규모 센터에 이르기까지 전기차를 위한 다양한 충전 솔루션을 제공해 왔습니다.  

마치며...

위에서 언급한 사업자들의 움직임 자체가 전기차 충전 비즈니스가 가진 수익성 측면의 불확실성이나 고객의 경험 향상을 당장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관점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인해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둔화될 수 있음에도, 투자자들은 1~2년 내로 일어날 일들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확실한 트렌드인 "전기차 전환"에 베팅하며 필수 인프라를 둘러싼 기술들에 투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충전" 영역을 둘러싸고 어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하며 메인스트림을 형성할지에 대해서도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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