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l Not Inside?!, 반도체 업계에서 Intel의 위상은 유지될 수 있을까?

Intel은 사실상 모든 PC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코어 분야의 지배적인 설계 및 제조업체(dominant designer and manufacturer)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경쟁자들로부터 이러한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데요. WSJ은 수많은 스타트업과, 수 조 달러 규모의 회사들이 이제는 Intel의 패권을 무너뜨리려(wrecking Intel’s hegemony)한다고 표현합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WSJ의 'Intel Not Inside: How Mobile Chips Overtook the Semiconductor Giant'라는 기사 내용을 참조하여 반도체 업계에서 Intel의 위상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고자 합니다.

Intel 칩이 아닌, 자체 칩을 개발하는 기업들


2005년 WWDC(세계 개발자회의)에서 Steve Jobs는 Apple의 칩 제조를 담당하던 IBM과 결별을 선언하고, 향후 매킨토시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Intel 칩으로 점진적으로 교체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06년에는 Intel 칩을 자사 제품군에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10년 간 Intel은 PC와 서버에 탑재되는 칩을 장악하며 반도체 업계를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Intel의 CEO였던 Paul Otellini는, Apple의 iPhone을 위한 칩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치명적인 실수(fateful mistake)도 범하게 되는데요. 이후 Apple은, Arm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자체 칩 연구를 시작했고, 2010년에는 자체 칩이 탑재된 iPhone 4를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WSJ은 이에 대해 "초기 모바일 산업이 이미 Arm의 열차에 타면서, Arm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다(the stage was set for Arm’s rise to dominance)"고 언급했습니다. 

Mac 제품군에 탑재된 M1칩



출처: Apple


Arm 기반의 모바일 칩을 개발해 온 Apple이, 2020년에는 한 발 더 나아가 WWDC를 통해 Mac에 탑재되는 Intel 칩을, 자체 디자인한 프로세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합니다. 한편, 이렇게 자체 칩을 개발하는 것은 Apple뿐만 아니라 주요 테크업체들이 많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으로, Microsoft는 자사의 태블릿 PC인 Surface Pro X에 Intel 칩이 아닌 Arm 기반 커스텀 칩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Google의 경우, Chromebook에는 Intel 칩을 활용하고 있지만, Pixel 휴대폰에는 오래 전부터 Qualcomm 칩을 사용해왔으며, 최근 두 디바이스에 자체 커스텀 프로세서를 탑재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Intel, Qualcomm과 모두 협력하고 있으나, 20년 간 자체적으로 칩을 디자인해 왔습니다.

이렇게 업체들이 Intel의 상용 칩 대신에 커스텀 칩을 개발하려는 것은 "어느 때보다 칩의 효율성이 중요해졌기(a need for ever-greater efficiency)" 때문입니다. Apple은 올해 M1을 공개하면서, 자사가 자체 개발한 칩이 "와트당 최고의 CPU 성능(performance per watt)"을 가지고 있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을 자랑한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합니다.

칩의 전력 효율성 향상은 배터리에 의해 전력을 공급받는 디바이스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세계 전기 사용량의 1%를 차지할 정도로 전력 소비가 많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특정 차량을 위해 맞춤형으로 엔진을 개발하는 것과 같이)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은 디바이스에 탑재될 맞춤형의 마이크로칩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Intel이 버티컬을 고수하는 동안, 유연성을 선택한 Arm


Intel은 칩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담당하는 "버티컬 공급"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커스텀 칩을 선호하고 있음에도, (AMD와 대만의 Via Technologies를 제외하고) 마이크로 칩 디자인을 다른 회사들에게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고 있지 않은데요. Amazon과 같은 대형 고객을 위해서 하이엔드 Xeon 프로세서만 맞춤형으로 공급할 뿐, 타 기업들이 Intel의 기술을 활용해 자사 기기를 위한 맞춤형 칩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반면, Arm은 자사가 강점을 가진 마이크로 칩 설계도(blueprint)에만 집중을 했고, 해당 기술을 테크자이언트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게 라이선스 형식으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해왔습니다. 기업들은 Arm 라이선스를 활용해 반도체의 코어를 자사의 필요에 맞게 혼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가령, Arm의 IP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Rene Haas의 설명을 인용하면, 온도 측정과 같은 저전력 환경 센서를 만들고 싶은 고객은 하나의 코어가 있는 칩을 채택할 수 있고, 스마트폰 전력과 휴대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8코어의 칩을, 초고속의 클라우드 서버 프로세서를 위해서는 최대 96개의 코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Arm이 칩 설계의 유연성에 집중한 결과, 스마트폰, 태블릿, 랩탑에 탑재되는 프로세서의 9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되었고, 커스텀 칩 분야에 있어서 업계의 선두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ntel, Arm에게는 속도를, TSMC에게는 생산능력의 우위를 내주다


Intel과 Arm은 반도체 생산 프로세스 기준으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주력 시장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Intel의 마이크로 프로세서 계열이자 명령 집합을 나타내는 x86 아키텍쳐는 최고 수준의 속도(highest speeds possible)를 구현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전력소비량(electricity consumption)이 칩 제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칩의 특성상 Intel은 자연스럽게 데이터 센터, 서버, 고성능 컴퓨터 등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Arm은 애초에 모바일 칩 전용으로 칩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의 충전으로 하루 종일을 버텨야 하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전력 소비를 낮추는 것이 Arm의 최고 우선순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Intel이 전력효율을, Arm은 칩의 성능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양사 간 뚜렷하게 구분되던 진영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베테랑 엔지니어이자 칩 디자인 회사들의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Andy Huang은, Arm의 아키텍쳐가 Intel의 제품만큼 크고 복잡해졌고, Intel은 고성능의 칩을 더 나은 전력효율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오면서, 두 업체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the distinction has blurred)"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Fugaku



출처: Arm


일례로, Apple이 Intel과의 파트너십을 끝내고 Arm 아키텍쳐 기반의 M1을 발표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Apple의 설명에 따르면,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M1칩을 탑재한 Mac이 기존 모델보다 CPU는 최대 3.5배 빨라졌으며, GPU는 6배, 머신러닝은 15배까지도 속도가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Intel의 칩과 비교해서는 4분의 1 수준의 전력만 사용함에도 두배 가량의 성능을 제공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라고 알려진 Fugaku 또한 Arm의 기술을 바탕으로 Fujitsu가 제작한 칩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칩 설계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동안 Intel이 장악하고 있던 PC 시장까지도 Arm이 영향력을 확장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WSJ은 Intel의 경쟁 우위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칩 제조 공장(chip fabrication plants)에서 나오기 때문에, Intel이 Arm처럼 자사의 칩을 라이센스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Intel이 강점을 가져온 제조 분야에 있어서도 경쟁업체들에게 뒤쳐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WSJ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이 이제 최고 수준의 커스텀 칩 공장을 쉽게 찾아다닐 수 있고(shop around for the best custom chip fabs), 칩 제조에 있어서 대부분의 최첨단 기술(most cutting-edge technology)은 더이상 Intel이 아니라, TSMC 혹은 삼성전자와 같이 Arm기반의 칩을 제조하는 경쟁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Intel은 2021년에 런칭하기로 했던 7나노미터 CPU의 출시 시점이 6개월 가량 연기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칩 아웃소싱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는 2018년에 이미 7나노미터 칩셋 제조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2023년에 3나노미터 칩셋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하는 등 칩 제조분야에 있어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TSMC는 연일 주가가 고공행진하며, 현재 시가총액 기준 전세계 상위 10위 기업에 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기술 리서치 회사 Moor Insights & Strategy의 대표 Patrick Moorhead는 만약 스마트폰이 지금과 같이 부상하지 않았더라면, Intel이 여전히 CPU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NYT는 Intel이 2007년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모바일 시장을 눈앞에서 놓쳐버렸고, 많은 소비자들이 x86 칩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를 쓰고 싶어하지 않음에도, Intel은 더 빠른 x86 칩을 생산하고 있다고 하고 있으며, 다른 외신들도 Intel이 비즈니스에 있어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Intel은 부상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세를 견제하면서도, 우선은 자신들의 핵심 사업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Intel의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lient computing group)'을 맡고 있는 Gregory Bryant는 특히 팬데믹 기간동안 많은 소비자와 기업들이 노트북을 구입했으며, 2분기와 3분기에 걸쳐서 데스크톱의 수요도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하이엔드 워크스테이션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게이밍 비즈니스에서도 데스크톱은 분명 중요하다(obviously critical)는 점에서, 자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Bryant에 따르면, Intel은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노트북 전용 칩을, 하반기에는 데스크톱 전용 칩을 출시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버를 위한 칩 시장에서도 Intel은 시장 영향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2020년 9월을 기준으로 Intel의 연간 매출이 전년대비 11% 증가해 781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팬데믹 기간동안 PC와 서버 관련 수요가 폭증해 예년보다 높은 실적을 보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WSJ는 클라우드 서버 분야에서 Intel 칩 수요가 여전히 높고, 이에 따른 매출을 기반으로 Intel이 더 향상된 그래픽 기능, AI 트레이닝, 5G 네트워킹, 자율주행 분야 등 새로운 분야의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Intel의 현 CEO인 Robert Swan은 자사가 더이상 PC와 서버 시장을 장악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실리콘 분야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RISC-V 후원 기업



출처: RISC-V


Arm 역시도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만족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커스터마이징과 합리적인 비용의 제조 옵션으로 고객들을 Intel로부터 빼앗아 왔듯이, 다음번에는 더욱 유망한(promising) 오퍼링을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Arm의 경쟁자로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인큐베이트된 RISC-V ("리스크 파이브"로 발음)칩 아키텍쳐가 꼽히고 있습니다. 해당 칩은 와트당 성능이라는 척도에서도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무엇보다 오픈소스로 기술을 공개하면서 어떤 회사든지 RISC-V의 instruction set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Alibaba는 최근 해당 오픈소스를 활용한 칩 디자인을 공개했으며, 다른 많은 중국기업들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로 칩 관련 기술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RISC-V 칩 아키텍쳐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WSJ은 Intel이 칩 제조 기술에 있어서, 다시 (TSMC,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업체들을 따라 잡을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성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Intel의 다양한 도전들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는다고해도, 거대한 파트너로 구성된 생태계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비즈니스를 유지(remain relevant)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모든 종류의 프로세서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아무리 강한 경쟁업체라도 이처럼 폭증한 수요를 충족할 만한 공급량을 제공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입니다.

 

나가며...


Forbes 기고문을 통해서, 저자인 Patrick Moorhead는 비록 애널리스트들이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가지고 논의를 하고있지만, Intel은 자신들이 장기적인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keep a focused eye on the long game)을 증명한다고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과학자 및 개발자들로 구성된 700명의 Intel Labs를 바탕으로 다가올 기술적 문제들을 실험하고 개발하는 데 투입할 수 있다며, 해당 팀이 바로 Intel이 향후 10년간 최전방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자산(strategic, long-term asset)이라고 덧붙였습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반도체 업계를 좌지우지 하던 Intel에게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 스타트업의 부상은 분명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Intel이 PC와 서버를 중심으로 지난 20여년 간 쌓아온 자산들이 쉽게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팬데믹으로 활력을 얻은 Intel이 다음에는 어떤 비즈니스를 통해 재차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출처: WSJ, NYT, Forbes, Channel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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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럼에서는 WSJ의 'Intel Not Inside: How Mobile Chips Overtook the Semiconductor Giant'라는 기사 내용을 참조하여 반도체 업계에서 Intel의 위상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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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WWDC(세계 개발자회의)에서 Steve Jobs는 Apple의 칩 제조를 담당하던 IBM과 결별을 선언하고, 향후 매킨토시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Intel 칩으로 점진적으로 교체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06년에는 Intel 칩을 자사 제품군에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10년 간 Intel은 PC와 서버에 탑재되는 칩을 장악하며 반도체 업계를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Intel의 CEO였던 Paul Otellini는, Apple의 iPhone을 위한 칩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치명적인 실수(fateful mistake)도 범하게 되는데요. 이후 Apple은, Arm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자체 칩 연구를 시작했고, 2010년에는 자체 칩이 탑재된 iPhone 4를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WSJ은 이에 대해 "초기 모바일 산업이 이미 Arm의 열차에 타면서, Arm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다(the stage was set for Arm’s rise to dominance)"고 언급했습니다. 

Mac 제품군에 탑재된 M1칩



출처: Apple


Arm 기반의 모바일 칩을 개발해 온 Apple이, 2020년에는 한 발 더 나아가 WWDC를 통해 Mac에 탑재되는 Intel 칩을, 자체 디자인한 프로세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합니다. 한편, 이렇게 자체 칩을 개발하는 것은 Apple뿐만 아니라 주요 테크업체들이 많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으로, Microsoft는 자사의 태블릿 PC인 Surface Pro X에 Intel 칩이 아닌 Arm 기반 커스텀 칩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Google의 경우, Chromebook에는 Intel 칩을 활용하고 있지만, Pixel 휴대폰에는 오래 전부터 Qualcomm 칩을 사용해왔으며, 최근 두 디바이스에 자체 커스텀 프로세서를 탑재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Intel, Qualcomm과 모두 협력하고 있으나, 20년 간 자체적으로 칩을 디자인해 왔습니다.

이렇게 업체들이 Intel의 상용 칩 대신에 커스텀 칩을 개발하려는 것은 "어느 때보다 칩의 효율성이 중요해졌기(a need for ever-greater efficiency)" 때문입니다. Apple은 올해 M1을 공개하면서, 자사가 자체 개발한 칩이 "와트당 최고의 CPU 성능(performance per watt)"을 가지고 있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을 자랑한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합니다.

칩의 전력 효율성 향상은 배터리에 의해 전력을 공급받는 디바이스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세계 전기 사용량의 1%를 차지할 정도로 전력 소비가 많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특정 차량을 위해 맞춤형으로 엔진을 개발하는 것과 같이)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은 디바이스에 탑재될 맞춤형의 마이크로칩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Intel이 버티컬을 고수하는 동안, 유연성을 선택한 Arm


Intel은 칩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담당하는 "버티컬 공급"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커스텀 칩을 선호하고 있음에도, (AMD와 대만의 Via Technologies를 제외하고) 마이크로 칩 디자인을 다른 회사들에게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고 있지 않은데요. Amazon과 같은 대형 고객을 위해서 하이엔드 Xeon 프로세서만 맞춤형으로 공급할 뿐, 타 기업들이 Intel의 기술을 활용해 자사 기기를 위한 맞춤형 칩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반면, Arm은 자사가 강점을 가진 마이크로 칩 설계도(blueprint)에만 집중을 했고, 해당 기술을 테크자이언트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게 라이선스 형식으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해왔습니다. 기업들은 Arm 라이선스를 활용해 반도체의 코어를 자사의 필요에 맞게 혼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가령, Arm의 IP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Rene Haas의 설명을 인용하면, 온도 측정과 같은 저전력 환경 센서를 만들고 싶은 고객은 하나의 코어가 있는 칩을 채택할 수 있고, 스마트폰 전력과 휴대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8코어의 칩을, 초고속의 클라우드 서버 프로세서를 위해서는 최대 96개의 코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Arm이 칩 설계의 유연성에 집중한 결과, 스마트폰, 태블릿, 랩탑에 탑재되는 프로세서의 9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되었고, 커스텀 칩 분야에 있어서 업계의 선두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ntel, Arm에게는 속도를, TSMC에게는 생산능력의 우위를 내주다


Intel과 Arm은 반도체 생산 프로세스 기준으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주력 시장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Intel의 마이크로 프로세서 계열이자 명령 집합을 나타내는 x86 아키텍쳐는 최고 수준의 속도(highest speeds possible)를 구현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전력소비량(electricity consumption)이 칩 제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칩의 특성상 Intel은 자연스럽게 데이터 센터, 서버, 고성능 컴퓨터 등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Arm은 애초에 모바일 칩 전용으로 칩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의 충전으로 하루 종일을 버텨야 하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전력 소비를 낮추는 것이 Arm의 최고 우선순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Intel이 전력효율을, Arm은 칩의 성능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양사 간 뚜렷하게 구분되던 진영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베테랑 엔지니어이자 칩 디자인 회사들의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Andy Huang은, Arm의 아키텍쳐가 Intel의 제품만큼 크고 복잡해졌고, Intel은 고성능의 칩을 더 나은 전력효율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오면서, 두 업체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the distinction has blurred)"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Fugaku



출처: Arm


일례로, Apple이 Intel과의 파트너십을 끝내고 Arm 아키텍쳐 기반의 M1을 발표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Apple의 설명에 따르면,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M1칩을 탑재한 Mac이 기존 모델보다 CPU는 최대 3.5배 빨라졌으며, GPU는 6배, 머신러닝은 15배까지도 속도가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Intel의 칩과 비교해서는 4분의 1 수준의 전력만 사용함에도 두배 가량의 성능을 제공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라고 알려진 Fugaku 또한 Arm의 기술을 바탕으로 Fujitsu가 제작한 칩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칩 설계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동안 Intel이 장악하고 있던 PC 시장까지도 Arm이 영향력을 확장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WSJ은 Intel의 경쟁 우위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칩 제조 공장(chip fabrication plants)에서 나오기 때문에, Intel이 Arm처럼 자사의 칩을 라이센스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Intel이 강점을 가져온 제조 분야에 있어서도 경쟁업체들에게 뒤쳐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WSJ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이 이제 최고 수준의 커스텀 칩 공장을 쉽게 찾아다닐 수 있고(shop around for the best custom chip fabs), 칩 제조에 있어서 대부분의 최첨단 기술(most cutting-edge technology)은 더이상 Intel이 아니라, TSMC 혹은 삼성전자와 같이 Arm기반의 칩을 제조하는 경쟁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Intel은 2021년에 런칭하기로 했던 7나노미터 CPU의 출시 시점이 6개월 가량 연기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칩 아웃소싱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는 2018년에 이미 7나노미터 칩셋 제조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2023년에 3나노미터 칩셋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하는 등 칩 제조분야에 있어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TSMC는 연일 주가가 고공행진하며, 현재 시가총액 기준 전세계 상위 10위 기업에 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기술 리서치 회사 Moor Insights & Strategy의 대표 Patrick Moorhead는 만약 스마트폰이 지금과 같이 부상하지 않았더라면, Intel이 여전히 CPU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NYT는 Intel이 2007년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모바일 시장을 눈앞에서 놓쳐버렸고, 많은 소비자들이 x86 칩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를 쓰고 싶어하지 않음에도, Intel은 더 빠른 x86 칩을 생산하고 있다고 하고 있으며, 다른 외신들도 Intel이 비즈니스에 있어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Intel은 부상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세를 견제하면서도, 우선은 자신들의 핵심 사업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Intel의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lient computing group)'을 맡고 있는 Gregory Bryant는 특히 팬데믹 기간동안 많은 소비자와 기업들이 노트북을 구입했으며, 2분기와 3분기에 걸쳐서 데스크톱의 수요도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하이엔드 워크스테이션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게이밍 비즈니스에서도 데스크톱은 분명 중요하다(obviously critical)는 점에서, 자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Bryant에 따르면, Intel은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노트북 전용 칩을, 하반기에는 데스크톱 전용 칩을 출시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버를 위한 칩 시장에서도 Intel은 시장 영향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2020년 9월을 기준으로 Intel의 연간 매출이 전년대비 11% 증가해 781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팬데믹 기간동안 PC와 서버 관련 수요가 폭증해 예년보다 높은 실적을 보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WSJ는 클라우드 서버 분야에서 Intel 칩 수요가 여전히 높고, 이에 따른 매출을 기반으로 Intel이 더 향상된 그래픽 기능, AI 트레이닝, 5G 네트워킹, 자율주행 분야 등 새로운 분야의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Intel의 현 CEO인 Robert Swan은 자사가 더이상 PC와 서버 시장을 장악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실리콘 분야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RISC-V 후원 기업



출처: RISC-V


Arm 역시도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만족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커스터마이징과 합리적인 비용의 제조 옵션으로 고객들을 Intel로부터 빼앗아 왔듯이, 다음번에는 더욱 유망한(promising) 오퍼링을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Arm의 경쟁자로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인큐베이트된 RISC-V ("리스크 파이브"로 발음)칩 아키텍쳐가 꼽히고 있습니다. 해당 칩은 와트당 성능이라는 척도에서도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무엇보다 오픈소스로 기술을 공개하면서 어떤 회사든지 RISC-V의 instruction set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Alibaba는 최근 해당 오픈소스를 활용한 칩 디자인을 공개했으며, 다른 많은 중국기업들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로 칩 관련 기술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RISC-V 칩 아키텍쳐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WSJ은 Intel이 칩 제조 기술에 있어서, 다시 (TSMC,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업체들을 따라 잡을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성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Intel의 다양한 도전들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는다고해도, 거대한 파트너로 구성된 생태계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비즈니스를 유지(remain relevant)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모든 종류의 프로세서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아무리 강한 경쟁업체라도 이처럼 폭증한 수요를 충족할 만한 공급량을 제공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입니다.

 

나가며...


Forbes 기고문을 통해서, 저자인 Patrick Moorhead는 비록 애널리스트들이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가지고 논의를 하고있지만, Intel은 자신들이 장기적인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keep a focused eye on the long game)을 증명한다고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과학자 및 개발자들로 구성된 700명의 Intel Labs를 바탕으로 다가올 기술적 문제들을 실험하고 개발하는 데 투입할 수 있다며, 해당 팀이 바로 Intel이 향후 10년간 최전방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자산(strategic, long-term asset)이라고 덧붙였습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반도체 업계를 좌지우지 하던 Intel에게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 스타트업의 부상은 분명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Intel이 PC와 서버를 중심으로 지난 20여년 간 쌓아온 자산들이 쉽게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팬데믹으로 활력을 얻은 Intel이 다음에는 어떤 비즈니스를 통해 재차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출처: WSJ, NYT, Forbes, Channel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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