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파리] 프랑스, 패션 허브에서 스타트업 허브로

['테크인파리' 시리즈는 로아리포트의 김도형 컨설턴트가 파리 현지에서 직접 유럽의 생생한 테크 트렌드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테크인파리 시리즈를 통해 아시아, 북미를 넘어서 전세계 트렌드의 흐름을 폭넓게 조망해 보세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스타트업 벽지라고 여겨졌습니다. 프랑스는 벤처 자금도 부족할 뿐더러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는 열악한 조건으로 유능한 창업가들이 모두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아픈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의 브누아 다제빌(Benoit Dageville),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의 공동 창업자 흐누아 비사지(Renaud Visage), 모더나의 창업자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 모두 프랑스가 미국에 빼앗긴 창업가들입니다.


여전히 패션과 음식이 연상되는 국가이지만, 프랑스는 스타트업 벤처 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입지를 넓혀왔습니다. 프랑스에서 전해드리는 첫번째 소식인 만큼, 이번 아티클에서는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알아보고, 프랑스 정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육성정책에 대해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패션 허브에서 스타트업 허브로


  • 5년만에 스타트업 투자 2배 증가, 유럽 3대국 중 유일하게 팬데믹에도 굳건

프랑스는 여전히 벤처시장에서 미국과 영국에 비해 한참 뒤쳐저 있지만, 많은 지표들은 프랑스가 지난 몇년간 빠르게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켰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는 사상 처음으로 50억 유로 이상의 스타트업 투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불과 25억 유로를 기록한 2016년과 비교했을 때, 4년 만에 2배나 증가한 수준입니다.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 붐을 경험한 미국의 경우도, VC 투자금액이 808억 달러에서 1,562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VC 라운드 수는 681건에서 648건으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개별 투자 라운드의 규모가 전반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올해에도 현재까지 442건에 걸쳐 67억 유로를 유치하며 지난해의 기록을 또 다시 크게 넘어섰습니다. 



프랑스의 VC 투자 동향 (2015-2021*)


출처: 라 프렌치 테크 (*2021년 통계는 글 작성시 기준)


2020년 프랑스 스타트업들의 투자 실적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유럽의 3대 주요 시장(영국, 프랑스, 독일) 중 프랑스만 유일하게 스타트업 투자 규모의 증가세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VC 투자금액 규모 측면에서는 격차가 있지만, 팬데믹으로 다른 두 국가들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프랑스는 증가세를 이어나갔습니다. 위축되지 않은 투자 덕분에 프랑스는 지난해에만 4개의 유니콘을 추가로 배출했으며, 도시 단위로 비교해 볼때 파리는 독일의 도시들을 제치고 유럽의 두번째 스타트업 투자 허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을 제외한다면 첫번째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 파리 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도 허브 번성, 4대 허브 "보르도·뚤루즈·렌느·낭트" 

한편,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흥미로운 점은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곳곳에서도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매년 새롭게 창업되는 4,000여 개의 스타트업 중 25% 가량이 파리 밖의 지역에서 설립된다고 하는데요.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비피아이프랑스(Bpifrance)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폴-프랑소와 푸르니에르(Paul-Francois Fournier)는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이 이미 보르도, 마르세유, 릴, 낭트를 포함해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여러 지역의 인재들에게 접근할 수 있고, 이는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한 자산"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0년 프랑스 지역별 VC 투자 유치금액 (백만 유로)

출처: 라 프렌치 테크 


파리 이외의 지역에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인 만큼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프랑스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의 메인 대시보드에서는 지역별 VC 투자 현황과 스타트업의 주요 통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파리가 위치하고 있는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가 지난해 36억 유로로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리옹과 그레노블이 위치하고 있는 오베르뉴 론 알프(Auvergne-Rhône-Alpes)가 같은 기간 3억 9,600만 유로를, 툴르즈와 몽플리에가 위치한 옥시타니(Occitanie)는 2억 9,400만 유로를 유치했습니다. 


유럽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업체 시프티드(Sifted)는 파리 이외의 프랑스 테크 허브로 보르도와 뚤루즈, 렌느, 낭트를 꼽고 있는데요. 이 중 와인 생산지로 우리에게 익숙한 보르도는 백 마켓(Back Market)과 마노마노(ManoMano)를 포함한 많은 프랑스 스타트업들이 두번째 지사를 세우는 곳이기도 하며, 의료 이미지 AI 분석 기술을 개발하는 데스키(DESKi), 만성 고통을 완화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는 루씬(Lucine) 등 e-헬스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 "매우 잘 보이는 손"


  • 공공투자은행 통해 200억 유로 투자, 세제감면 등 혜택 제공에도 적극적 

팬데믹 동안에도 프랑스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친기업적 정부의 역할이 컸습니다. 코로나 19가 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했을 때, 프랑스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스타트업들이 마주한 어려움에 대응했습니다. 학교 폐쇄 및 락다운 조치가 발표된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경제재정부 및 공공회계부 디지털담당 국무장관 세드릭 오(Cédric O)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라이브 페이스북 이벤트를 열고 정부차원의 지원을 약속했으며, 며칠 뒤 유럽 최초로 스타트업들에 대한 43억 유로 상당의 긴급 지원책이 발표되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단순히 코로나 19라는 위기의 순간뿐만 아니라, 매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투자해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공공투자은행인 비피아이프랑스가 디지털, 생명과학, 에너지 변환, 의료테크, 핀테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투자한 금액은 200억 유로에 달하며, 프랑스 전체 스타트업 파이낸싱의 18~1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정부는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80%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에는 (GDP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의 비즈니스 R&D 자금 지원과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시프티드는 이러한 프랑스 정부를 가르켜 "매우 잘 보이는 손(very visible hand)"라고 별명을 짓기도 했으며, 팬데믹으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라앉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자원이 총동원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 인재 확보·유망 스타트업 선별을 위한 프로그램도 활발 

프랑스는 단순히 펀딩 차원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친화적인 정책,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외의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 또한 유명합니다. 프랑스는 '프렌치 테크 비자(French Tech Visa)"라는 이름으로 비 E'U회원국 출신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수월하게 비자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2015년 프렌치 테크 트렘플린(French Tech Tremplin), 그랑제꼴 뉴메리크(La Grande Ecole du Numérique)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

출처: 라 프렌치 테크


특히 최근 발표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는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 (French Tech Next40/120)"를 주목해볼 수 있는데요. 프랑스 정부가 유망한 스타트업 120여 곳을 선별하여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선정된 120 곳 중에서 1)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고, 2) 지난 3년 간 1억 유로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으며, 3) 투자자들(누적 2,000만 유로 이상 확보)과 소비자들(매출 성장률)로부터 인정을 받은 기업을 선별해 또 다시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으로 선정합니다. 넥스트 40 스타트업들은 국가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기업인 만큼, 많은 투자자들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을 뿐더러, 노동청과 중앙은행 등 정부 기관으로부터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딥테크로 차세대를 노리는 프랑스


  • "기초학문에 치우쳐 테크 붐에서 뒤쳐저", 정부지원으로 넥스트 웨이브 노리는 프랑스 

프랑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은, 그동안 테크 경쟁에 벗어나 있던 프랑스가 차세대 테크 경쟁에서는 우위를 선점하고자 함입니다. 유럽의 스타트업 연합 프랑스 디지털(France Digitale)의 니콜라스 브리언(Nicolas Brien)은 영국과 미국의 대학들이 응용 수학과 컴퓨터 공학으로 커리큘럼의 초점을 바꿀 때에도, 프랑스의 교육 기관들은 기초 수학에 집중한 나머지, 1980년대와 90년의 테크 붐에서 뒤쳐지게 되었다고 설명하는데요. 정부가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다음 테크 웨이브는 프랑스가 시장을 리드하겠다는 것입니다.



국가별 AI 특허 수 (2015-2018)

출처: AI Index


파스칼, 데카트르를 포함해 많은 천재 수학자를 배출한 프랑스는 수학과 엔지니어링의 강점을 내세워 차세대 테크 웨이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수학에 있어서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를 인구수 대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이며, 파리의 사클레이 대학은 세계 최고의 수학 학교로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학문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분야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등록된 AI 특허 건수는 세계에서 4번째로 높으며, AI와 관련된 스타트업도 2016년 180곳에서 2019년 432곳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브라이언은 "강력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트레이닝 하는 AI 분야는 응용 수학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기초 수학에 오랫동안 전문지식을 쌓아온 프랑스가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수학 강국의 전통, "AI·로보틱스·퀀텀컴퓨팅·바이오테크"등 딥테크 집중겨냥                 

특히, 프랑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딥테크(Deep Tech)"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딥테크는 AI, 로보틱스, 퀀텀 컴퓨팅, 바이오테크와 같이 복잡한 엔지니어링과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분야를 일컫는 것으로, 많은 딥테크 전문 스타트업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한다거나, 더욱 나은 헬스케어를 위해 데이터 과학을 활용한다거나, 기후 변화를 인류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와 같은 장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괴짜처럼 연구실에서 20여년에 걸쳐서 진행되어 온 연구들이 비즈니스 금광과 같은 잭팟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임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폴-프랑소와 푸르니에르는 "지난 20년 간이 디지털에 관한 것이라면 다음 십 여년은 딥테크에 관한 것"이며, "(해당 분야에 특출난 인재 풀을 가진) 프랑스가 새로운 시대에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성장 엔진, 푸드와 환경


  • 미슐랭의 나라 프랑스, 어그리테크·와인테크 등 푸드 영역도 강세 

프랑스의 또 다른 혁신 분야로는 푸드와 환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음식 및 농산물 생산국 중 하나일 뿐더러, 수많은 미슐랭 쉐프들, 프랑스 농업협동조합, 다농(Danone) 혹은 소덱소(Sodexo)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푸드 영역은 프랑스가 가장 자신있는 영역 중 하나인데요. 일례로, 농부들을 위한 잡초 제거 로봇을 개발하는 나이오 테크놀로지스(Naïo Technologies), 컨테이너 과일 재배 스타트업 아그리쿨(Agricool), 농부들에게 실시간 날씨(ag-weather) 정보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플랫폼 생크롭(Sencrop)과 같은 스타트업들이 어그리테크 분야를  선두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두번째 오피스를 설립하는 보르도에는, 드론, 크라우드 펀딩 등을 활용한 와인테크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리 내 클린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 동향(2013-2018)

출처: Cleantech.com



  • 친환경 규제 선도주자, ESG 영역에서는 북미보다 인력 선호도 높기도 

프랑스는 일찍부터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기업들을 규제하기 시작한 국가로도 유명합니다. 2025년까지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하고, 2040년에는 오일과 가스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국가차원의 친환경적인 아젠다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에게 성장 모멘텀을 제공하였습니다. 가령, 로아리포트에서도 여러번 소개해드린 카풀 스타트업 블라블라카(BlaBlaCar)는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의 대안책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중고 전자제품 거래소 백마켓(Back Market) 또한 책임감 있는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며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ESG 중요성에 대한 전세계적인 인식이 향상됨에 따라, 북미의 많은 엔지니어들이 유럽 회사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클린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과 동향에 대해서 전해드린 이번 아티클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패션 허브에서 스타트업 허브로 변화하고자 하는 프랑스의 움직임을 현지에서 꾸준히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아티클에서는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 기업들 중 주목할 만한 혹은 흥미로움 기업들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혹시 프랑스의 궁금한 스타트업이 있다면, 로아인텔리전스 이메일 계정으로 알려주시면 더욱 자세히 트래킹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support@roa.ai)


참조 자료 출처: 라 프렌치 테크, 시프티드 1,2, 피치북







[테크인파리] 프랑스, 패션 허브에서 스타트업 허브로

['테크인파리' 시리즈는 로아리포트의 김도형 컨설턴트가 파리 현지에서 직접 유럽의 생생한 테크 트렌드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테크인파리 시리즈를 통해 아시아, 북미를 넘어서 전세계 트렌드의 흐름을 폭넓게 조망해 보세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스타트업 벽지라고 여겨졌습니다. 프랑스는 벤처 자금도 부족할 뿐더러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는 열악한 조건으로 유능한 창업가들이 모두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아픈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의 브누아 다제빌(Benoit Dageville),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의 공동 창업자 흐누아 비사지(Renaud Visage), 모더나의 창업자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 모두 프랑스가 미국에 빼앗긴 창업가들입니다.


여전히 패션과 음식이 연상되는 국가이지만, 프랑스는 스타트업 벤처 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입지를 넓혀왔습니다. 프랑스에서 전해드리는 첫번째 소식인 만큼, 이번 아티클에서는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알아보고, 프랑스 정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육성정책에 대해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패션 허브에서 스타트업 허브로


  • 5년만에 스타트업 투자 2배 증가, 유럽 3대국 중 유일하게 팬데믹에도 굳건

프랑스는 여전히 벤처시장에서 미국과 영국에 비해 한참 뒤쳐저 있지만, 많은 지표들은 프랑스가 지난 몇년간 빠르게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켰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는 사상 처음으로 50억 유로 이상의 스타트업 투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불과 25억 유로를 기록한 2016년과 비교했을 때, 4년 만에 2배나 증가한 수준입니다.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 붐을 경험한 미국의 경우도, VC 투자금액이 808억 달러에서 1,562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VC 라운드 수는 681건에서 648건으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개별 투자 라운드의 규모가 전반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올해에도 현재까지 442건에 걸쳐 67억 유로를 유치하며 지난해의 기록을 또 다시 크게 넘어섰습니다. 



프랑스의 VC 투자 동향 (2015-2021*)


출처: 라 프렌치 테크 (*2021년 통계는 글 작성시 기준)


2020년 프랑스 스타트업들의 투자 실적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유럽의 3대 주요 시장(영국, 프랑스, 독일) 중 프랑스만 유일하게 스타트업 투자 규모의 증가세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VC 투자금액 규모 측면에서는 격차가 있지만, 팬데믹으로 다른 두 국가들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프랑스는 증가세를 이어나갔습니다. 위축되지 않은 투자 덕분에 프랑스는 지난해에만 4개의 유니콘을 추가로 배출했으며, 도시 단위로 비교해 볼때 파리는 독일의 도시들을 제치고 유럽의 두번째 스타트업 투자 허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을 제외한다면 첫번째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 파리 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도 허브 번성, 4대 허브 "보르도·뚤루즈·렌느·낭트" 

한편,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흥미로운 점은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곳곳에서도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매년 새롭게 창업되는 4,000여 개의 스타트업 중 25% 가량이 파리 밖의 지역에서 설립된다고 하는데요.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비피아이프랑스(Bpifrance)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폴-프랑소와 푸르니에르(Paul-Francois Fournier)는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이 이미 보르도, 마르세유, 릴, 낭트를 포함해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여러 지역의 인재들에게 접근할 수 있고, 이는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한 자산"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0년 프랑스 지역별 VC 투자 유치금액 (백만 유로)

출처: 라 프렌치 테크 


파리 이외의 지역에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인 만큼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프랑스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의 메인 대시보드에서는 지역별 VC 투자 현황과 스타트업의 주요 통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파리가 위치하고 있는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가 지난해 36억 유로로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리옹과 그레노블이 위치하고 있는 오베르뉴 론 알프(Auvergne-Rhône-Alpes)가 같은 기간 3억 9,600만 유로를, 툴르즈와 몽플리에가 위치한 옥시타니(Occitanie)는 2억 9,400만 유로를 유치했습니다. 


유럽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업체 시프티드(Sifted)는 파리 이외의 프랑스 테크 허브로 보르도와 뚤루즈, 렌느, 낭트를 꼽고 있는데요. 이 중 와인 생산지로 우리에게 익숙한 보르도는 백 마켓(Back Market)과 마노마노(ManoMano)를 포함한 많은 프랑스 스타트업들이 두번째 지사를 세우는 곳이기도 하며, 의료 이미지 AI 분석 기술을 개발하는 데스키(DESKi), 만성 고통을 완화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는 루씬(Lucine) 등 e-헬스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 "매우 잘 보이는 손"


  • 공공투자은행 통해 200억 유로 투자, 세제감면 등 혜택 제공에도 적극적 

팬데믹 동안에도 프랑스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친기업적 정부의 역할이 컸습니다. 코로나 19가 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했을 때, 프랑스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스타트업들이 마주한 어려움에 대응했습니다. 학교 폐쇄 및 락다운 조치가 발표된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경제재정부 및 공공회계부 디지털담당 국무장관 세드릭 오(Cédric O)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라이브 페이스북 이벤트를 열고 정부차원의 지원을 약속했으며, 며칠 뒤 유럽 최초로 스타트업들에 대한 43억 유로 상당의 긴급 지원책이 발표되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단순히 코로나 19라는 위기의 순간뿐만 아니라, 매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투자해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공공투자은행인 비피아이프랑스가 디지털, 생명과학, 에너지 변환, 의료테크, 핀테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투자한 금액은 200억 유로에 달하며, 프랑스 전체 스타트업 파이낸싱의 18~1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정부는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80%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에는 (GDP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의 비즈니스 R&D 자금 지원과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시프티드는 이러한 프랑스 정부를 가르켜 "매우 잘 보이는 손(very visible hand)"라고 별명을 짓기도 했으며, 팬데믹으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라앉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자원이 총동원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 인재 확보·유망 스타트업 선별을 위한 프로그램도 활발 

프랑스는 단순히 펀딩 차원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친화적인 정책,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외의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 또한 유명합니다. 프랑스는 '프렌치 테크 비자(French Tech Visa)"라는 이름으로 비 E'U회원국 출신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수월하게 비자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2015년 프렌치 테크 트렘플린(French Tech Tremplin), 그랑제꼴 뉴메리크(La Grande Ecole du Numérique)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

출처: 라 프렌치 테크


특히 최근 발표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는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 (French Tech Next40/120)"를 주목해볼 수 있는데요. 프랑스 정부가 유망한 스타트업 120여 곳을 선별하여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선정된 120 곳 중에서 1)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고, 2) 지난 3년 간 1억 유로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으며, 3) 투자자들(누적 2,000만 유로 이상 확보)과 소비자들(매출 성장률)로부터 인정을 받은 기업을 선별해 또 다시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으로 선정합니다. 넥스트 40 스타트업들은 국가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기업인 만큼, 많은 투자자들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을 뿐더러, 노동청과 중앙은행 등 정부 기관으로부터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딥테크로 차세대를 노리는 프랑스


  • "기초학문에 치우쳐 테크 붐에서 뒤쳐저", 정부지원으로 넥스트 웨이브 노리는 프랑스 

프랑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은, 그동안 테크 경쟁에 벗어나 있던 프랑스가 차세대 테크 경쟁에서는 우위를 선점하고자 함입니다. 유럽의 스타트업 연합 프랑스 디지털(France Digitale)의 니콜라스 브리언(Nicolas Brien)은 영국과 미국의 대학들이 응용 수학과 컴퓨터 공학으로 커리큘럼의 초점을 바꿀 때에도, 프랑스의 교육 기관들은 기초 수학에 집중한 나머지, 1980년대와 90년의 테크 붐에서 뒤쳐지게 되었다고 설명하는데요. 정부가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다음 테크 웨이브는 프랑스가 시장을 리드하겠다는 것입니다.



국가별 AI 특허 수 (2015-2018)

출처: AI Index


파스칼, 데카트르를 포함해 많은 천재 수학자를 배출한 프랑스는 수학과 엔지니어링의 강점을 내세워 차세대 테크 웨이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수학에 있어서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를 인구수 대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이며, 파리의 사클레이 대학은 세계 최고의 수학 학교로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학문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분야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등록된 AI 특허 건수는 세계에서 4번째로 높으며, AI와 관련된 스타트업도 2016년 180곳에서 2019년 432곳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브라이언은 "강력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트레이닝 하는 AI 분야는 응용 수학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기초 수학에 오랫동안 전문지식을 쌓아온 프랑스가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수학 강국의 전통, "AI·로보틱스·퀀텀컴퓨팅·바이오테크"등 딥테크 집중겨냥                 

특히, 프랑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딥테크(Deep Tech)"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딥테크는 AI, 로보틱스, 퀀텀 컴퓨팅, 바이오테크와 같이 복잡한 엔지니어링과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분야를 일컫는 것으로, 많은 딥테크 전문 스타트업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한다거나, 더욱 나은 헬스케어를 위해 데이터 과학을 활용한다거나, 기후 변화를 인류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와 같은 장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괴짜처럼 연구실에서 20여년에 걸쳐서 진행되어 온 연구들이 비즈니스 금광과 같은 잭팟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임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폴-프랑소와 푸르니에르는 "지난 20년 간이 디지털에 관한 것이라면 다음 십 여년은 딥테크에 관한 것"이며, "(해당 분야에 특출난 인재 풀을 가진) 프랑스가 새로운 시대에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성장 엔진, 푸드와 환경


  • 미슐랭의 나라 프랑스, 어그리테크·와인테크 등 푸드 영역도 강세 

프랑스의 또 다른 혁신 분야로는 푸드와 환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음식 및 농산물 생산국 중 하나일 뿐더러, 수많은 미슐랭 쉐프들, 프랑스 농업협동조합, 다농(Danone) 혹은 소덱소(Sodexo)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푸드 영역은 프랑스가 가장 자신있는 영역 중 하나인데요. 일례로, 농부들을 위한 잡초 제거 로봇을 개발하는 나이오 테크놀로지스(Naïo Technologies), 컨테이너 과일 재배 스타트업 아그리쿨(Agricool), 농부들에게 실시간 날씨(ag-weather) 정보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플랫폼 생크롭(Sencrop)과 같은 스타트업들이 어그리테크 분야를  선두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두번째 오피스를 설립하는 보르도에는, 드론, 크라우드 펀딩 등을 활용한 와인테크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리 내 클린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 동향(2013-2018)

출처: Cleantech.com



  • 친환경 규제 선도주자, ESG 영역에서는 북미보다 인력 선호도 높기도 

프랑스는 일찍부터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기업들을 규제하기 시작한 국가로도 유명합니다. 2025년까지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하고, 2040년에는 오일과 가스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국가차원의 친환경적인 아젠다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에게 성장 모멘텀을 제공하였습니다. 가령, 로아리포트에서도 여러번 소개해드린 카풀 스타트업 블라블라카(BlaBlaCar)는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의 대안책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중고 전자제품 거래소 백마켓(Back Market) 또한 책임감 있는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며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ESG 중요성에 대한 전세계적인 인식이 향상됨에 따라, 북미의 많은 엔지니어들이 유럽 회사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클린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과 동향에 대해서 전해드린 이번 아티클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패션 허브에서 스타트업 허브로 변화하고자 하는 프랑스의 움직임을 현지에서 꾸준히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아티클에서는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 기업들 중 주목할 만한 혹은 흥미로움 기업들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혹시 프랑스의 궁금한 스타트업이 있다면, 로아인텔리전스 이메일 계정으로 알려주시면 더욱 자세히 트래킹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support@roa.ai)


참조 자료 출처: 라 프렌치 테크, 시프티드 1,2, 피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