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시장에서 벗어나야 시장이 보인다, 실리콘밸리 테키들의 모임 '버닝맨 2021'에 가다

['실리콘밸리 리포트'는 로아와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전하는 매일경제신문 '미라클레터'의 신현규 특파원이 협업하여 제공해 드리는 특별한 아티클입니다. 앞으로 1개월에 한 번씩,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최신 비즈니스 트렌드를 현지에서 직접 전해드리겠습니다.]



매년 8월 말, 9월 초가 되면 실리콘밸리의 테키*들이 향하는 장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네바다 한 가운데 있는 블랙록 사막입니다. 아무것도 없고 황량한 '사막' 그 자체인 곳에, 실리콘밸리의 테키들은 왜 하필 무더운 여름에 그 곳으로 향하는 것일까요?

*테키: IT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고 강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 한국의 IT 덕후와 비슷한 어감.


미국 네바다 주에 있는 블랙록 사막 전경


바로 '버닝맨' 이라는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매년 8월 말이면 7만 여명의 사람들이 이 블랙록 사막에 몰려들어 노래를 부르며 캠프를 즐기고, 기괴한 조형물들을 만들고 전시하고 구경합니다. 결국에는 버닝맨을 상징하는 거대한 조형물인 '더맨(The Man)'과 함께 모든 조형물을 불살라 버리며 마무리되는 이 이벤트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유명인사들이 거의 매번 참석한다고 합니다. 특히 버닝맨 이벤트는 실리콘밸리가 형성된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실리콘밸리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버닝맨' 이벤트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랜선으로 방문을 마친 뒤의 느낌과, 버닝맨의 정신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 시장을 벗어나야 위대한 것이 보인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버닝맨 이벤트가 정상적으로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평소에는 버닝맨이 열리는 8월 말이 가까워 오면 실리콘밸리에 있는 IT 덕후들의 집 차고에서는 '뚝딱뚝딱-'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와 함께 용접을 하거나, 목공예를 통해 조형물을 만들거나, 화염방사기 또는 광선검을 만드는 사람들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 이벤트에 참가해 자신이 디자인하고 만든 조형물들을 전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래 사진들과 같은 전시물 말입니다.


버닝맨에서 전시되었던 예술 작품들, 이것들은 짧게 며칠 동안 전시된 뒤에 모두 불타 없어집니다.


대부분의 전시물들은 참가자들이 사막에서 캠프를 하는 9일 동안에 제작됩니다. 대부분 미리 준비해오고, 현장에서는 조립 정도만 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사막에서 전시하기 때문에 도시나 주택가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특이한 예술작품과 퍼포먼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화염을 내뿜는 자동차, 고성방가가 수반된 요란한 춤사위, 레이저가 방출되는 광선검 묘기 등입니다. 샌드박스*라는 단어가 한 때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1986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버닝맨 이벤트 그 자체가 어쩌면 현존하는 샌드박스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샌드박스: 규제가 없는 환경에서 마음껏 실험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


물론 위와 같은 조형물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퍼포먼스, 요리, 춤, 공연, 노래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사막에서 물물교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창조해내야 합니다. 금전으로 거래하지 않는 공간, 전 세계 어디서든 통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는 달러가 통하지 않는 사막, 그게 바로 버닝맨인 것이죠. 뭐가 되었든 사람들은 자신을 표혆는 창조적인 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그게 조형물이 됐든, 춤사위가 됐든 말이죠. 그리고 그런 창조물들은 돈으로 값어치가 매겨지지 않습니다.


버닝맨 이벤트에서 벌어진 거대 조형물 이동 퍼포먼스


영어에 '해방, 벗어남(emancipation)'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아주 멀게는 노예제도에서의 해방을 이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버닝맨처럼 '벗어남'을 잘 표현하는 단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버닝맨 주최 측은 버닝맨 이벤트를 '페스티벌'이 아니라 '해방' 또는 '탈출구'라는 단어로 지칭해 달라고 미디어들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도시나 주택가에서는 각종 규제 때문에 할 수 없는 여러 실험적인 시도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의미가 있겠고요. 


그 다음으로는 시장경제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물물교환 밖에는 통용되지 않는 버닝맨은 시장경제로부터의 '통쾌한 해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시장경제 체제에서 돈이 많건, 인기가 많건, 권력이 많건, 버닝맨이 열리는 블랙록 사막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오로지 사막에서 창작한 내면의 표현 만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다시말해, 


- "돈이 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 "나는 시장으로 부터 사랑받아야 한다"


등과 같은 족쇄와 굴레에서 모두 벗어나서, 오로지 나의 내면 만을 바라보며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거야"

- "나는 내가 잘 하는 것을 할 거야"

- "내가 최고야"


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해방되는(emancipated) 순간을 맛볼 수 있는 이벤트가 바로 버닝맨인 것입니다. 이처럼 시장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창의력의 엄청난 해방을 뜻합니다. 왜냐하면 돈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떨쳐버리면, 오히려 더 큰 것들을 꿈꿀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큰 것에 대한 꿈을 현실화시키기 시작하면, 그때 돈은 따라오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가 솔라시티와 하이퍼루프라는 거대한 기술을 보다 구체화시킬 용기를 얻었던 것도 버닝맨 이벤트를 다녀오고 난 뒤였다고 합니다. 머스크가 시작한 하이퍼루프의 꿈은 현재 HTT, 버진하이퍼루프 등과 같은 회사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오고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해서 에너지를 얻는 '솔라시티' 역시 오늘날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꾸준히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진공튜브 속을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하이퍼루프 기술은 일론 머스크가 버닝맨을 다녀온 이후에 더욱 구체적으로 문서화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돈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거야"라는 해방감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이 지금은 실패작으로 알려진 구글글래스를 개발하겠다고 뛰어든 것도 버닝맨 이벤트를 다녀오고 난 다음이었다고 하죠.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역시 버닝맨에서 '문샷(Moonshot)'이라고 하여 돈은 당장 안되지만, 꿈의 기술들에 도전하자는 프로젝트들을 착안합니다. 예를 들어 풍선을 띄워서 지구 전체를 연결하는 인터넷 프로젝트를 만들겠다는 선언 같은 것들이 문샷프로젝트의 하나였습니다. 이들은 많은 돈을 들였지만 결국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는 못한 프로젝트들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하이퍼루프와 구글글래스, 문샷프로젝트 등과 같은 기술들의 공통점은 모두 "시장에서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고야 말거야"라는 강한 동기가 아니고서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 것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버닝맨 같은 이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잉태되기도 어려웠던 기술들이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회사와 같은 조직 내에서도 '돈이 되건 말건 상관없어! 네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표현해 봐!'라고 하는 이벤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하이퍼루프나 문샷프로젝트 같은 거대한 아이디어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 에고(ego)를 벗어나야 위대한 것이 보인다


버닝맨 이벤트는 마지막 2일 동안 클라이맥스를 맞습니다. 특히 8일째에 버닝맨을 상징하는 거대 조형물인 '더맨(The Man)'을 불 태우는 이벤트가 핵심입니다. 높이 약 10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 조형물은 주변에 있는 사막에 진을 친 캠프에서 대부분 보일 정도로 웅장합니다. 이처럼 거대한 조형물이 10분에서 20분 동안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불멍'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에 잠기곤 합니다.


한국시각 9월5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더맨(The Man)의 모습입니다.


특히 더맨은 자신을 꺼내는데 방해가 되는 자아(Ego)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아, 타인에 비해 뒤쳐질까 두려워 하는 자아, 타인들에 비해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아 등을 말하는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버닝맨은 스스로에 대한 해방(emancipation)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신 버닝맨은 자아를 버린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실제로 더맨이 불타오르는 동안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춤과 노래를 통해 동화가 되어 갑니다. (물론 술과 마약 등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들이 여기에 더해져서 효과를 극대화시켜 주기도 합니다.) 


버닝맨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해방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이 아직 초창기이던 2000년, 투자자인 클라이너퍼킨스의 파트너 존 도어 (John Doerr), 그리고 세콰이어 캐피탈의 마이클 모리츠(Michael Moritz) 등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거물 투자자들과 함께 CEO를 새로 뽑자는 상의를 합니다. 회사는 굉장히 성장했고, 그에 맞는 CEO 가 구글에는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공감대였습니다. 존 도어와 마이클 모리츠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에 인맥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추천받았고, 마침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부문장(president)까지 했다가 노벨(Novell)이라는 인터넷 프로토콜 소프트웨어 회사의 CEO를 역임한 '에릭 슈미트'라는 인물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당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두 사람은 에릭 슈미트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9월5일 버닝맨 드론쇼 모습.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이라는 회사를 집단적으로 몰입시킬 수 있을만한 훌륭한 지도자를 원했습니다. 이미 수천명의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고 있는 구글 입장에서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힘이 든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엔지니어들이 구글이라는 용광로 속에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녹아들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원했던 것이죠. 특히 그런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한 자존심과 자아(Ego)가 튀어나오면 안됩니다. 다른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는 스타일의 리더라면 구글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두 사람의 생각이었죠. 그리고, 에릭 슈미트라는 인물이 과연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마지막 테스트를 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그 테스트는 바로 '버닝맨 참가' 였습니다. 2020년 8월 열린 버닝맨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두 사람은 에릭 슈미트를 초청해 같이 일정을 소화한 겁니다. 사실 두 창업자는 이미 50명 정도의 후보들을 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버닝맨을 참가한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모두 퇴짜를 놨던 상황이었습니다. 에릭 슈미트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었던 셈입니다. 


에릭 슈미트(왼쪽)와 구글의 두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오른쪽), 래리 페이지 (출처: 트위터)


버닝맨에 참가한 에릭 슈미트는 자신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과 융화하여 하나가 되는 경험들을 보여줍니다. 이로서 그는 마지막 테스트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채용 방식에 따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에릭 슈미트가 CEO로 취임한 이후 구글은 엄청난 성장을 보여줍니다. 주가는 50달러 선에서 300달러 가량으로 6배 가까이 상승했고, 매출은 7천억 원 수준에서 365조 원으로 255배 가량 성장한 것입니다. 버닝맨을 너무나 사랑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자신을 버리고 집단적 몰입을 달성할 수 있는 인물을 버닝맨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생각은 옳았습니다. 이런 것들로 미뤄볼 때, 회사와 같은 조직 내에서도 '내가 잘 났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리더보다는, 조직 전체를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리더들이 자리에 오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 계산을 넘어서야 위대한 것이 보인다


버닝맨에는 금전거래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대신 참여를 통한 행동에서 모든 경제적 가치가 탄생하게 됩니다. 실제로 버닝맨의 10대 원칙 중에는 "버닝맨 공동체는 매우 급진적인 참여의 윤리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진보적인 변화는 개인의 깊숙한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을 통해 존재를 성취합니다. 모두가 일을 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슴을 여는 행동들을 통해 진정한 세상을 창조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영문 그대로 옮겨 적자면 "Our community is committed to a radically participatory ethic. We believe that transformative change, whether in the individual or in society, can occur only through the medium of deeply personal participation. We achieve being through doing. Everyone is invited to work. Everyone is invited to play. We make the world real through actions that open the heart."와 같습니다.


이에 따라 무엇인가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막에서 9일 동안 생존하기조차 어려울 수 있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예정이면 쓰레기라도 주워야 합니다. 실제로 버닝맨 이벤트가 열리는 블랙록 사막의 명물 가운데 하나는 '쓰레기 펜스'입니다. 사막에서 부는 바람때문에 날아가는 쓰레기를 잡아두기 위해 설치된 이 펜스에는 때때로 종이, 비닐, 비치볼, 심지어 지폐까지 날아와서 걸린다고 하는데요. 보여줄 것이 없는 참가자들은 이 곳에 걸린 쓰레기를 줍는 일이라도 해서 버닝맨 이벤트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버닝맨이 열리는 사막에 설치된 쓰레기 펜스의 모습.


금전거래가 아닌 직접 창작한 무엇인가를 교환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버닝맨에서만 볼 수 있는 한 가지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내가 창작한 무엇인가를 타인에게 선물하면,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창작물을 선물하는 연쇄현상입니다. 이런 연쇄현상을 영어로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라고 하는데요. 이는 버닝맨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버닝맨에서 나타나는 페이잇포워드 문화는 실리콘밸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 다른 창업자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도와주고 있는데, 버닝맨의 페이잇포워드 문화를 떠올리게 하죠. 투자자들은 처음으로 투자할 때 많은 것을 따지거나 깐깐하게 들여다 보거나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투자하는 목적 자체가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대신 "내가 받은 것이 많기 때문에 그걸 갚기 위해 너한테 투자하는거야"라는게 그들의 투자 목적인 것이죠. 그래서 상황에 따라 여유가 되는대로 투자하게 되는데, 투자하고 나서도 감놔라 배놔라 참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게는 다른 창업자에 대한 투자가 세상에 대한 '갚음'이기 때문이에요. 미래에 대한 '계산'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처럼 은혜를 주는 엔젤들이 많으면, 그들의 은혜를 입은 창업자들이 마구 양성되고, 그런 창업자들이 또 다시 엔젤이 되어서 다른 창업자들을 도와주고...이런 선순환들이 계속되는 공간이 바로 실리콘밸리인 것이죠. 이렇게 보면 일론 머스크가 "버닝맨이 실리콘밸리다"라고 한 말이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기업가들이 자신이 받은 은혜를 세상에 돌려주는 순수한 마음으로 창업자들을 도와주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 글로벌 메타버스에서 벌어진 버닝맨


이처럼 버닝맨은 '해방, '벗어남'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교훈들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꼭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시장주의로 부터 벗어나기

- 타인들의 시선과 에고(Ego)로부터 벗어나기

- 내가 받은 것 이내에서만 줘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기


1년에 9일 동안만이라도, 자아의식 이기주의 시장주의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기존의 한계들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이벤트가 바로 버닝맨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버닝맨이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약 9개 정도의 서로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엔지니어들에 의해 만들어졌는데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참가해 보니,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매우 운영이 깔끔해졌어요. 특히 메타버스의 강점 -반드시 네바다 사막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랜선으로 버닝맨 참여가 가능하다-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시각으로 9월5일 열린 더맨(The Man) 화형식에는 거의 미국 전역에 있는 참가자들이 들어왔고, 심지어는 러시아 베트남 런던 싱가포르 등과 같이 해외에서도 같이 불쇼를 벌였을 정도에요.


한국 시각 9월6일, 불타오른 버닝맨 신전.


사실 많은 사람들이 버닝맨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가 일종의 거대한 '파티장'이기 때문이에요. 술과 마약 향락이 있는 공간인거죠. 이때문에 언론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버닝맨이 갖고 있는 중요한 가치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만한 요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죠. 그리고 올해 버닝맨 이벤트는 그러한 가치들이 메타버스라는 공간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는데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 리포트] 시장에서 벗어나야 시장이 보인다, 실리콘밸리 테키들의 모임 '버닝맨 2021'에 가다

['실리콘밸리 리포트'는 로아와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전하는 매일경제신문 '미라클레터'의 신현규 특파원이 협업하여 제공해 드리는 특별한 아티클입니다. 앞으로 1개월에 한 번씩,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최신 비즈니스 트렌드를 현지에서 직접 전해드리겠습니다.]



매년 8월 말, 9월 초가 되면 실리콘밸리의 테키*들이 향하는 장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네바다 한 가운데 있는 블랙록 사막입니다. 아무것도 없고 황량한 '사막' 그 자체인 곳에, 실리콘밸리의 테키들은 왜 하필 무더운 여름에 그 곳으로 향하는 것일까요?

*테키: IT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고 강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 한국의 IT 덕후와 비슷한 어감.


미국 네바다 주에 있는 블랙록 사막 전경


바로 '버닝맨' 이라는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매년 8월 말이면 7만 여명의 사람들이 이 블랙록 사막에 몰려들어 노래를 부르며 캠프를 즐기고, 기괴한 조형물들을 만들고 전시하고 구경합니다. 결국에는 버닝맨을 상징하는 거대한 조형물인 '더맨(The Man)'과 함께 모든 조형물을 불살라 버리며 마무리되는 이 이벤트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유명인사들이 거의 매번 참석한다고 합니다. 특히 버닝맨 이벤트는 실리콘밸리가 형성된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실리콘밸리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버닝맨' 이벤트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랜선으로 방문을 마친 뒤의 느낌과, 버닝맨의 정신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 시장을 벗어나야 위대한 것이 보인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버닝맨 이벤트가 정상적으로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평소에는 버닝맨이 열리는 8월 말이 가까워 오면 실리콘밸리에 있는 IT 덕후들의 집 차고에서는 '뚝딱뚝딱-'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와 함께 용접을 하거나, 목공예를 통해 조형물을 만들거나, 화염방사기 또는 광선검을 만드는 사람들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 이벤트에 참가해 자신이 디자인하고 만든 조형물들을 전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래 사진들과 같은 전시물 말입니다.


버닝맨에서 전시되었던 예술 작품들, 이것들은 짧게 며칠 동안 전시된 뒤에 모두 불타 없어집니다.


대부분의 전시물들은 참가자들이 사막에서 캠프를 하는 9일 동안에 제작됩니다. 대부분 미리 준비해오고, 현장에서는 조립 정도만 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사막에서 전시하기 때문에 도시나 주택가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특이한 예술작품과 퍼포먼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화염을 내뿜는 자동차, 고성방가가 수반된 요란한 춤사위, 레이저가 방출되는 광선검 묘기 등입니다. 샌드박스*라는 단어가 한 때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1986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버닝맨 이벤트 그 자체가 어쩌면 현존하는 샌드박스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샌드박스: 규제가 없는 환경에서 마음껏 실험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


물론 위와 같은 조형물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퍼포먼스, 요리, 춤, 공연, 노래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사막에서 물물교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창조해내야 합니다. 금전으로 거래하지 않는 공간, 전 세계 어디서든 통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는 달러가 통하지 않는 사막, 그게 바로 버닝맨인 것이죠. 뭐가 되었든 사람들은 자신을 표혆는 창조적인 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그게 조형물이 됐든, 춤사위가 됐든 말이죠. 그리고 그런 창조물들은 돈으로 값어치가 매겨지지 않습니다.


버닝맨 이벤트에서 벌어진 거대 조형물 이동 퍼포먼스


영어에 '해방, 벗어남(emancipation)'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아주 멀게는 노예제도에서의 해방을 이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버닝맨처럼 '벗어남'을 잘 표현하는 단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버닝맨 주최 측은 버닝맨 이벤트를 '페스티벌'이 아니라 '해방' 또는 '탈출구'라는 단어로 지칭해 달라고 미디어들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도시나 주택가에서는 각종 규제 때문에 할 수 없는 여러 실험적인 시도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의미가 있겠고요. 


그 다음으로는 시장경제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물물교환 밖에는 통용되지 않는 버닝맨은 시장경제로부터의 '통쾌한 해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시장경제 체제에서 돈이 많건, 인기가 많건, 권력이 많건, 버닝맨이 열리는 블랙록 사막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오로지 사막에서 창작한 내면의 표현 만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다시말해, 


- "돈이 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 "나는 시장으로 부터 사랑받아야 한다"


등과 같은 족쇄와 굴레에서 모두 벗어나서, 오로지 나의 내면 만을 바라보며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거야"

- "나는 내가 잘 하는 것을 할 거야"

- "내가 최고야"


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해방되는(emancipated) 순간을 맛볼 수 있는 이벤트가 바로 버닝맨인 것입니다. 이처럼 시장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창의력의 엄청난 해방을 뜻합니다. 왜냐하면 돈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떨쳐버리면, 오히려 더 큰 것들을 꿈꿀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큰 것에 대한 꿈을 현실화시키기 시작하면, 그때 돈은 따라오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가 솔라시티와 하이퍼루프라는 거대한 기술을 보다 구체화시킬 용기를 얻었던 것도 버닝맨 이벤트를 다녀오고 난 뒤였다고 합니다. 머스크가 시작한 하이퍼루프의 꿈은 현재 HTT, 버진하이퍼루프 등과 같은 회사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오고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해서 에너지를 얻는 '솔라시티' 역시 오늘날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꾸준히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진공튜브 속을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하이퍼루프 기술은 일론 머스크가 버닝맨을 다녀온 이후에 더욱 구체적으로 문서화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돈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거야"라는 해방감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이 지금은 실패작으로 알려진 구글글래스를 개발하겠다고 뛰어든 것도 버닝맨 이벤트를 다녀오고 난 다음이었다고 하죠.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역시 버닝맨에서 '문샷(Moonshot)'이라고 하여 돈은 당장 안되지만, 꿈의 기술들에 도전하자는 프로젝트들을 착안합니다. 예를 들어 풍선을 띄워서 지구 전체를 연결하는 인터넷 프로젝트를 만들겠다는 선언 같은 것들이 문샷프로젝트의 하나였습니다. 이들은 많은 돈을 들였지만 결국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는 못한 프로젝트들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하이퍼루프와 구글글래스, 문샷프로젝트 등과 같은 기술들의 공통점은 모두 "시장에서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고야 말거야"라는 강한 동기가 아니고서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 것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버닝맨 같은 이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잉태되기도 어려웠던 기술들이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회사와 같은 조직 내에서도 '돈이 되건 말건 상관없어! 네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표현해 봐!'라고 하는 이벤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하이퍼루프나 문샷프로젝트 같은 거대한 아이디어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 에고(ego)를 벗어나야 위대한 것이 보인다


버닝맨 이벤트는 마지막 2일 동안 클라이맥스를 맞습니다. 특히 8일째에 버닝맨을 상징하는 거대 조형물인 '더맨(The Man)'을 불 태우는 이벤트가 핵심입니다. 높이 약 10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 조형물은 주변에 있는 사막에 진을 친 캠프에서 대부분 보일 정도로 웅장합니다. 이처럼 거대한 조형물이 10분에서 20분 동안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불멍'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에 잠기곤 합니다.


한국시각 9월5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더맨(The Man)의 모습입니다.


특히 더맨은 자신을 꺼내는데 방해가 되는 자아(Ego)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아, 타인에 비해 뒤쳐질까 두려워 하는 자아, 타인들에 비해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아 등을 말하는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버닝맨은 스스로에 대한 해방(emancipation)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신 버닝맨은 자아를 버린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실제로 더맨이 불타오르는 동안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춤과 노래를 통해 동화가 되어 갑니다. (물론 술과 마약 등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들이 여기에 더해져서 효과를 극대화시켜 주기도 합니다.) 


버닝맨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해방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이 아직 초창기이던 2000년, 투자자인 클라이너퍼킨스의 파트너 존 도어 (John Doerr), 그리고 세콰이어 캐피탈의 마이클 모리츠(Michael Moritz) 등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거물 투자자들과 함께 CEO를 새로 뽑자는 상의를 합니다. 회사는 굉장히 성장했고, 그에 맞는 CEO 가 구글에는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공감대였습니다. 존 도어와 마이클 모리츠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에 인맥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추천받았고, 마침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부문장(president)까지 했다가 노벨(Novell)이라는 인터넷 프로토콜 소프트웨어 회사의 CEO를 역임한 '에릭 슈미트'라는 인물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당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두 사람은 에릭 슈미트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9월5일 버닝맨 드론쇼 모습.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이라는 회사를 집단적으로 몰입시킬 수 있을만한 훌륭한 지도자를 원했습니다. 이미 수천명의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고 있는 구글 입장에서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힘이 든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엔지니어들이 구글이라는 용광로 속에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녹아들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원했던 것이죠. 특히 그런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한 자존심과 자아(Ego)가 튀어나오면 안됩니다. 다른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는 스타일의 리더라면 구글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두 사람의 생각이었죠. 그리고, 에릭 슈미트라는 인물이 과연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마지막 테스트를 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그 테스트는 바로 '버닝맨 참가' 였습니다. 2020년 8월 열린 버닝맨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두 사람은 에릭 슈미트를 초청해 같이 일정을 소화한 겁니다. 사실 두 창업자는 이미 50명 정도의 후보들을 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버닝맨을 참가한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모두 퇴짜를 놨던 상황이었습니다. 에릭 슈미트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었던 셈입니다. 


에릭 슈미트(왼쪽)와 구글의 두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오른쪽), 래리 페이지 (출처: 트위터)


버닝맨에 참가한 에릭 슈미트는 자신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과 융화하여 하나가 되는 경험들을 보여줍니다. 이로서 그는 마지막 테스트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채용 방식에 따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에릭 슈미트가 CEO로 취임한 이후 구글은 엄청난 성장을 보여줍니다. 주가는 50달러 선에서 300달러 가량으로 6배 가까이 상승했고, 매출은 7천억 원 수준에서 365조 원으로 255배 가량 성장한 것입니다. 버닝맨을 너무나 사랑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자신을 버리고 집단적 몰입을 달성할 수 있는 인물을 버닝맨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생각은 옳았습니다. 이런 것들로 미뤄볼 때, 회사와 같은 조직 내에서도 '내가 잘 났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리더보다는, 조직 전체를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리더들이 자리에 오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 계산을 넘어서야 위대한 것이 보인다


버닝맨에는 금전거래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대신 참여를 통한 행동에서 모든 경제적 가치가 탄생하게 됩니다. 실제로 버닝맨의 10대 원칙 중에는 "버닝맨 공동체는 매우 급진적인 참여의 윤리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진보적인 변화는 개인의 깊숙한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을 통해 존재를 성취합니다. 모두가 일을 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슴을 여는 행동들을 통해 진정한 세상을 창조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영문 그대로 옮겨 적자면 "Our community is committed to a radically participatory ethic. We believe that transformative change, whether in the individual or in society, can occur only through the medium of deeply personal participation. We achieve being through doing. Everyone is invited to work. Everyone is invited to play. We make the world real through actions that open the heart."와 같습니다.


이에 따라 무엇인가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막에서 9일 동안 생존하기조차 어려울 수 있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예정이면 쓰레기라도 주워야 합니다. 실제로 버닝맨 이벤트가 열리는 블랙록 사막의 명물 가운데 하나는 '쓰레기 펜스'입니다. 사막에서 부는 바람때문에 날아가는 쓰레기를 잡아두기 위해 설치된 이 펜스에는 때때로 종이, 비닐, 비치볼, 심지어 지폐까지 날아와서 걸린다고 하는데요. 보여줄 것이 없는 참가자들은 이 곳에 걸린 쓰레기를 줍는 일이라도 해서 버닝맨 이벤트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버닝맨이 열리는 사막에 설치된 쓰레기 펜스의 모습.


금전거래가 아닌 직접 창작한 무엇인가를 교환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버닝맨에서만 볼 수 있는 한 가지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내가 창작한 무엇인가를 타인에게 선물하면,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창작물을 선물하는 연쇄현상입니다. 이런 연쇄현상을 영어로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라고 하는데요. 이는 버닝맨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버닝맨에서 나타나는 페이잇포워드 문화는 실리콘밸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 다른 창업자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도와주고 있는데, 버닝맨의 페이잇포워드 문화를 떠올리게 하죠. 투자자들은 처음으로 투자할 때 많은 것을 따지거나 깐깐하게 들여다 보거나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투자하는 목적 자체가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대신 "내가 받은 것이 많기 때문에 그걸 갚기 위해 너한테 투자하는거야"라는게 그들의 투자 목적인 것이죠. 그래서 상황에 따라 여유가 되는대로 투자하게 되는데, 투자하고 나서도 감놔라 배놔라 참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게는 다른 창업자에 대한 투자가 세상에 대한 '갚음'이기 때문이에요. 미래에 대한 '계산'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처럼 은혜를 주는 엔젤들이 많으면, 그들의 은혜를 입은 창업자들이 마구 양성되고, 그런 창업자들이 또 다시 엔젤이 되어서 다른 창업자들을 도와주고...이런 선순환들이 계속되는 공간이 바로 실리콘밸리인 것이죠. 이렇게 보면 일론 머스크가 "버닝맨이 실리콘밸리다"라고 한 말이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기업가들이 자신이 받은 은혜를 세상에 돌려주는 순수한 마음으로 창업자들을 도와주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 글로벌 메타버스에서 벌어진 버닝맨


이처럼 버닝맨은 '해방, '벗어남'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교훈들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꼭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시장주의로 부터 벗어나기

- 타인들의 시선과 에고(Ego)로부터 벗어나기

- 내가 받은 것 이내에서만 줘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기


1년에 9일 동안만이라도, 자아의식 이기주의 시장주의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기존의 한계들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이벤트가 바로 버닝맨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버닝맨이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약 9개 정도의 서로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엔지니어들에 의해 만들어졌는데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참가해 보니,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매우 운영이 깔끔해졌어요. 특히 메타버스의 강점 -반드시 네바다 사막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랜선으로 버닝맨 참여가 가능하다-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시각으로 9월5일 열린 더맨(The Man) 화형식에는 거의 미국 전역에 있는 참가자들이 들어왔고, 심지어는 러시아 베트남 런던 싱가포르 등과 같이 해외에서도 같이 불쇼를 벌였을 정도에요.


한국 시각 9월6일, 불타오른 버닝맨 신전.


사실 많은 사람들이 버닝맨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가 일종의 거대한 '파티장'이기 때문이에요. 술과 마약 향락이 있는 공간인거죠. 이때문에 언론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버닝맨이 갖고 있는 중요한 가치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만한 요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죠. 그리고 올해 버닝맨 이벤트는 그러한 가치들이 메타버스라는 공간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는데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