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크래시 불 지폈던 페이스북, 반복된 스캔들로 플랫폼 규제 논의 점화

월스트리트저널이 페이스북의 내부 문서와 직원들간의 온라인 대화기록, 임원진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원고 등을 입수해 페이스북의 비윤리적인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폭로기사를 내놓으며 페이스북이 또 다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더 페이스북 파일즈(the facebook files)라는 제목으로 총 다섯 건의 심층취재 기사를 내놨는데요. 그 중 하나는 페이스북이 유명인 계정들을 별도로 관리하며 특혜를 부여했다는 내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폭로기사 시리즈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엑스체크' 통해 유명인 계정 580만 개 특별관리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토대로 페이스북이 일부 유명인 계정들을 크로스체크(cross check) 혹은 엑스체크(XCheck)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특별관리해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문건에 의하면, 이 엑스체크리스트는 페이스북의 통상적인 게시물 검열 시스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일종의 화이트리스트로, 2020년 기준 엑스체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유명인 계정의 수는 약 580만 개에 이릅니다. 


일반 유저들이 음란물이나 혐오성발언, 사이버불링 등의 부적절한 게시물을 게시할 시, 페이스북 검열 시스템에 의해 게시물이 자동삭제되거나 외부 업체를 통해 고용한 모더레이터들이 이를 수동으로 삭제하는 것과 달리, 엑스체크 리스트 상의 계정들의 경우 규정 위반 여지가 있는 게시물이 올라오더라도 이를 시스템에 의해 삭제조치하지 않고 페이스북의 풀타임 직원들이 이를 직접 검토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엑스체크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설명한 문건에 의하면, 이같은 엑스체크는 페이스북 시스템이 게시물을 규정 위반으로 오판하여 삭제하는 경우가 전체의 10% 가량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고안된 것으로, 시스템이 문제 없는 유명인 계정의 게시물을 잘못 삭제하여 "PR 역풍(PR fires)"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즉, 페이스북의 검열 시스템이 공개적으로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향력이 크고 인기있"거나 뉴스거리가 될 만한(newsworthy)" 계정들을 통상적인 모더레이션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조치했다는 것입니다. 



"규정 위반해도 삭제 안해", 유명인 특혜로 가짜뉴스·사이버불링 방조


문제는 580만 개에 이르는 계정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수동으로 일일이 검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엑스체크 계정들이 사실상 어떠한 검토도 거치지 않으며 페이스북 규정을 사실상 면제받았다는데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2019년 축구선수 네이마르(Neymar)가 자신에게 성폭행 혐의를 제기한 여성의 누드 사진을 공개적으로 게시했을 당시, 페이스북이 해당 게시물을 하루 이상 삭제하지 않고 그냥 둔 것을 엑스체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페이스북의 내부 리뷰 문건에 의하면, 네이마르가 게시한 것과 같은 "합의되지 않은 사적인 사진"은 바로 삭제조치하는 게 규정이지만 페이스북은 해당 사진이 "리벤지 포르노"임을 인지하고도 모더레이터들이 이를 삭제하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그 결과 사진이 6,000회 이상 리포스팅되며 피해호소 여성에 대한 사이버불링이 야기되었습니다. 해당 문건은 또한 이런 경우, 문제가 된 사진을 게시한 계정 역시 삭제하는 것이 규정임에도 지도부가 "통상적인 원스트라이크 계정 비활성화 정책을 뒤집고 네이마르 계정을 살려두기로 결정"했다고도 적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역시, 올해 6월 페이스북에 의해 2년간 이용 금지처분을 받기까지 엑스체크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되어 왔는데요. 2020년 6월 페이스북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페이스북 워크플레이스(Facebook Workplace)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게시한 포스팅이 페이스북의 자동 모더레이션 시스템 상에서 100점 중 90점을 받아 규정위반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언급이 나타납니다. 


문제가 된 게시물인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두고 발포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트위터는 이를 조장하는 게시물로 규정해 삭제했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며 코카콜라(Coca-Cola), 스타벅스(Starbucks), CVS, 던킨(Dunkin) 등 1,000개 이상 브랜드가 페이스북에 대한 공개적인 광고 보이콧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을 상대로 진행되었던 #StopHateForProfit 보이콧

출처: ADL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워크플레이스 내부 대화에 참여한 직원들의 발언에 의하면, 일반적인 유저라면 이처럼 높은 점수의 게시물은 단 한 건의 신고만 있더라도 바로 삭제되었겠지만, 해당 게시물의 경우, 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직접 삭제하지 않고 남겨두기로 결정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화에 참여한 매니저는 "이처럼 수동으로 조치를 취하는 형태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코어링이나 조치 실행에 비해 옹호하기 어려워보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엑스체크 리스트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부재, 내부에서도 비판 잇달아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그의 가족들,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등 미국 의회 및 유럽 의회 구성원들, 지자체장들과 각종 사회운동가들 및 반체제인사들이 광범위하게 엑스체크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때 문제는 모든 정치인 및 공직자, 공직 후보자들이 엑스체크 리스트에 포함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페이스북 내부 직원들은 이로 인해 페이스북이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특혜를 부여한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엑스체크의 또다른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합니다. 이는 페이스북 역시 잘 인지하고 있는 부분으로, 지난해 작성된 페이스북 내부 문서에는 엑스체크 리스트 관리가 "명확한 거버넌스나 오너십 없이 회사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정말로 관리되어야 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유저들에게는 엑스체크가 적용되지 않는 반면 (폭력적이나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계정 등) 그럴 가치가 없는 계정에는 엑스체크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2019년에 이루어진 감사 결과에 의하면, 당시 페이스북 사내에 최소 45개 팀이 엑스체크 리스트 작성에 참여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누가 왜 해당 계정을 추가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엑스체크 리스트 추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모호한 기준과 권한은 엑스체크가 지금처럼 끝없이 확대되고 있는 주 원인으로 지적되는 중으로, 내부 대화에 의하면 페이스북 내에서도 직원들이 엑스체크 리스트에 새로운 계정을 추가하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출혈을 막자"는 계획이 발표된 상태입니다. 


이에 더해 페이스북은 2021년 상반기까지 엑스체크 계정들의 "매우 심각한(high severity)"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완전한 면책특권을 부여하지 않는 등, 엑스체크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내부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요. 문제는 페이스북이 내부 감사 및 리서치를 통해 엑스체크가 "법률 및 규제준수, 적접성 측면에서 수없이 많은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매우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엑스체크와 같은 특혜를 철회하고 모든 유저들에게 동일한 모더레이션 규정을 적용하는 대신, 여전히 이같은 임시방편에 머물고자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페이스북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중으로 페이스북의 시니어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2020년 9월 작성된 내부 메모에서 "페이스북에는 현재 외압으로부터 콘텐츠 관련 결정을 보호할 수 있는 방화벽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페이스북 내부에서 일상적으로 공공정책팀과 임원진으로부터의 개입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다른 페이스북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같은해 12월 "페이스북은 일상적으로 힘있는 사람들에게 예외를 적용한다(Facebook routinely makes exceptions for powerful actors)"는 비판의 메세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개선 노력 없어",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규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중  


월스트리트저널의 심층취재 시리즈는 이 외에도 페이스북이 2018년 개편된 자사 알고리즘이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내용의 게시물이 더 많이 공유되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와 관련한 개선조치를 취하기를 거부했으며,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들의 청부살인업자 모집이나 중동 인신매매범들의 성노예 유인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에서 장기밀매, 소수인종에 대한 폭력 선동, 반정부 세력에 대한 정부의 탄압 등에 자사 플랫폼이 사용되고 있음을 직원들이 포착하여 보고했음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충격적 폭로들을 다수 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내용이 마크 저커버그가 올해 초 열렸던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한 내용과는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것인데요. 당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불법약물 거래에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이같은 행위는 페이스북에서 허용되지 않으며, 관련 게시물 "대부분이 삭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또한 소셜 플랫폼들이 정치적 분열과 양극화(polarization)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오늘날에 목격되는 분열은 사람들을 서로에게서 멀어지도록 하는 정치적 환경과 미디어 환경의 결과"라며 정계와 TV 등 다른 미디어들에 책임을 돌렸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의 취재 내용대로라면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페이스북 역시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이를 숨긴 채 답변한 셈이 됩니다.


3월에 열린 청문회 하이라이트 

출처: CNBC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자사 플랫폼이 해악을 야기하는 결함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많은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해악이 야기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이번 심층 취재의 핵심 결론으로 제기했습니다. 즉, 내부 리서치 보고서부터 직원들의 온라인 대화, 임원 프레젠테이션 등 광범위한 문건들은 모두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페이스북의 리서처들이 플랫폼의 악영향을 식별해 냈으며, 청문회에서의 발언과 공약, 수없이 많은 미디어 폭로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고치지 않고 내버려뒀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라는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비판이 나오는 중으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인 브렌든 카(Brendan Carr)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취재 내용을 언급하며 "이 매우 충격적인 보도가 폭로하는 것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소위 자율규제라는 것이 위장(smokescreen)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특히 페이스북이 내부 리서치를 통해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들의 신체 이미지(body image) 등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폭로를 언급하며, 자신들이 초래화는 해악을 바로 눈앞에 뻔히 보면서도 "저커버그는 의회에 출석해 리서치 결과 소셜 미디어 이용이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증언했다"고 꼬집었는데요. 이 역시 저커버그가 3월에 열린 청문회에서 했던 발언과 관련된 것으로, 당시 저커버그는 이를 근거로 13세 이하를 위한 전용 앱 인스타그램 키즈(Instagram Kids) 앱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정당화하고자 했습니다. 



섹션 230조 개정 논란으로 확산, 이번에도 페이스북이 규제 강화의 불씨 될까?


월스트리트저널의 폭로 이후 관련 비판이 끊이지 않자, 페이스북은 일단 인스타그램 키즈 앱 출시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27일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선 모습인데요. 이에 대한 반응은 냉담한 상황으로,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Kathy Castor)와 로리 트라한(Lori Trahan)을 포함한 일련의 정치인들은 "온라인 상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있어 페이스북은 선의의 해석(benefit of the doubt)이 가능한 단계를 완전히 넘어섰다"며, 일시 중단을 넘어서 인스타그램 키즈 출시 계획을 전면 폐기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페이스북에 있어 이번 스캔들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듯 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스캔들이 통신품위법 230조(Section 230) 개정 관련 논의에 불을 지피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인데요. 통신품위유지법 230조는 플랫폼에 게시된 서드파티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기업들의 법적 책임을 면책하는 조항으로, 3월에 열린 청문회에서도 이 통신품위유지법 230조의 개정필요성과 그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었습니다. 


당시 저커버그와 구글(Google)의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모두 이 통신품위유지법 230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모더레이션 기준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모더레이션 결과에 대한 책임 부과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였으나, 이번 폭로로 페이스북의 모더레이션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라 개정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더욱 거세지는 건 불가피한 수순일 것으로 보입니다.


브렌든 카 FCC 위원 역시 해당 인터뷰에서 소셜 미디어들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FCC를 포함해,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통신품위유지법 230조에 대한 개정 작업에 착수할 때"라고 밝힌 상태인데요. 이에 더해 지난주에는 자신의 사진이 무단으로 광고 등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방기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을 고소했던 언론인 캐런 헤프(Karen Hepp)의 소송과 관련해, 미국 제3항소법원이 통신품위유지법 230을 근거로 페이스북의 책임을 면제했던 당초 판결을 뒤집는 등, 230조 개정 관련 움직임이 하나둘씩 표면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2018년 케임브릿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권력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키며 대대적인 태크래시(Tech lash)의 시발점이 되었던 것과도 상당한 유사점을 가지는데요. 당시 이로 인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페이스북은 최근까지도 화상회의 디바이스 포털(Portal)이나 AR 글래스 등 이미지 수집을 수반하는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프라이버시 논란이 재점화되는 등, 아직도 스캔들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캔들 이후 본격화된 빅테크 규제 관련 논의는 이제 전세계적인 법제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인데요. 이번에도 페이스북이 통신품위유지법 230조 개정을 비롯해,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의 불씨를 당기는 역할을 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조 자료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폭스 비즈니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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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의 폭로기사 시리즈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엑스체크' 통해 유명인 계정 580만 개 특별관리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토대로 페이스북이 일부 유명인 계정들을 크로스체크(cross check) 혹은 엑스체크(XCheck)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특별관리해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문건에 의하면, 이 엑스체크리스트는 페이스북의 통상적인 게시물 검열 시스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일종의 화이트리스트로, 2020년 기준 엑스체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유명인 계정의 수는 약 580만 개에 이릅니다. 


일반 유저들이 음란물이나 혐오성발언, 사이버불링 등의 부적절한 게시물을 게시할 시, 페이스북 검열 시스템에 의해 게시물이 자동삭제되거나 외부 업체를 통해 고용한 모더레이터들이 이를 수동으로 삭제하는 것과 달리, 엑스체크 리스트 상의 계정들의 경우 규정 위반 여지가 있는 게시물이 올라오더라도 이를 시스템에 의해 삭제조치하지 않고 페이스북의 풀타임 직원들이 이를 직접 검토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엑스체크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설명한 문건에 의하면, 이같은 엑스체크는 페이스북 시스템이 게시물을 규정 위반으로 오판하여 삭제하는 경우가 전체의 10% 가량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고안된 것으로, 시스템이 문제 없는 유명인 계정의 게시물을 잘못 삭제하여 "PR 역풍(PR fires)"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즉, 페이스북의 검열 시스템이 공개적으로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향력이 크고 인기있"거나 뉴스거리가 될 만한(newsworthy)" 계정들을 통상적인 모더레이션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조치했다는 것입니다. 



"규정 위반해도 삭제 안해", 유명인 특혜로 가짜뉴스·사이버불링 방조


문제는 580만 개에 이르는 계정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수동으로 일일이 검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엑스체크 계정들이 사실상 어떠한 검토도 거치지 않으며 페이스북 규정을 사실상 면제받았다는데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2019년 축구선수 네이마르(Neymar)가 자신에게 성폭행 혐의를 제기한 여성의 누드 사진을 공개적으로 게시했을 당시, 페이스북이 해당 게시물을 하루 이상 삭제하지 않고 그냥 둔 것을 엑스체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페이스북의 내부 리뷰 문건에 의하면, 네이마르가 게시한 것과 같은 "합의되지 않은 사적인 사진"은 바로 삭제조치하는 게 규정이지만 페이스북은 해당 사진이 "리벤지 포르노"임을 인지하고도 모더레이터들이 이를 삭제하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그 결과 사진이 6,000회 이상 리포스팅되며 피해호소 여성에 대한 사이버불링이 야기되었습니다. 해당 문건은 또한 이런 경우, 문제가 된 사진을 게시한 계정 역시 삭제하는 것이 규정임에도 지도부가 "통상적인 원스트라이크 계정 비활성화 정책을 뒤집고 네이마르 계정을 살려두기로 결정"했다고도 적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역시, 올해 6월 페이스북에 의해 2년간 이용 금지처분을 받기까지 엑스체크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되어 왔는데요. 2020년 6월 페이스북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페이스북 워크플레이스(Facebook Workplace)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게시한 포스팅이 페이스북의 자동 모더레이션 시스템 상에서 100점 중 90점을 받아 규정위반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언급이 나타납니다. 


문제가 된 게시물인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두고 발포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트위터는 이를 조장하는 게시물로 규정해 삭제했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며 코카콜라(Coca-Cola), 스타벅스(Starbucks), CVS, 던킨(Dunkin) 등 1,000개 이상 브랜드가 페이스북에 대한 공개적인 광고 보이콧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을 상대로 진행되었던 #StopHateForProfit 보이콧

출처: ADL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워크플레이스 내부 대화에 참여한 직원들의 발언에 의하면, 일반적인 유저라면 이처럼 높은 점수의 게시물은 단 한 건의 신고만 있더라도 바로 삭제되었겠지만, 해당 게시물의 경우, 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직접 삭제하지 않고 남겨두기로 결정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화에 참여한 매니저는 "이처럼 수동으로 조치를 취하는 형태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코어링이나 조치 실행에 비해 옹호하기 어려워보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엑스체크 리스트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부재, 내부에서도 비판 잇달아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그의 가족들,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등 미국 의회 및 유럽 의회 구성원들, 지자체장들과 각종 사회운동가들 및 반체제인사들이 광범위하게 엑스체크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때 문제는 모든 정치인 및 공직자, 공직 후보자들이 엑스체크 리스트에 포함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페이스북 내부 직원들은 이로 인해 페이스북이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특혜를 부여한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엑스체크의 또다른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합니다. 이는 페이스북 역시 잘 인지하고 있는 부분으로, 지난해 작성된 페이스북 내부 문서에는 엑스체크 리스트 관리가 "명확한 거버넌스나 오너십 없이 회사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정말로 관리되어야 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유저들에게는 엑스체크가 적용되지 않는 반면 (폭력적이나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계정 등) 그럴 가치가 없는 계정에는 엑스체크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2019년에 이루어진 감사 결과에 의하면, 당시 페이스북 사내에 최소 45개 팀이 엑스체크 리스트 작성에 참여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누가 왜 해당 계정을 추가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엑스체크 리스트 추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모호한 기준과 권한은 엑스체크가 지금처럼 끝없이 확대되고 있는 주 원인으로 지적되는 중으로, 내부 대화에 의하면 페이스북 내에서도 직원들이 엑스체크 리스트에 새로운 계정을 추가하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출혈을 막자"는 계획이 발표된 상태입니다. 


이에 더해 페이스북은 2021년 상반기까지 엑스체크 계정들의 "매우 심각한(high severity)"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완전한 면책특권을 부여하지 않는 등, 엑스체크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내부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요. 문제는 페이스북이 내부 감사 및 리서치를 통해 엑스체크가 "법률 및 규제준수, 적접성 측면에서 수없이 많은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매우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엑스체크와 같은 특혜를 철회하고 모든 유저들에게 동일한 모더레이션 규정을 적용하는 대신, 여전히 이같은 임시방편에 머물고자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페이스북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중으로 페이스북의 시니어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2020년 9월 작성된 내부 메모에서 "페이스북에는 현재 외압으로부터 콘텐츠 관련 결정을 보호할 수 있는 방화벽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페이스북 내부에서 일상적으로 공공정책팀과 임원진으로부터의 개입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다른 페이스북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같은해 12월 "페이스북은 일상적으로 힘있는 사람들에게 예외를 적용한다(Facebook routinely makes exceptions for powerful actors)"는 비판의 메세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개선 노력 없어",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규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중  


월스트리트저널의 심층취재 시리즈는 이 외에도 페이스북이 2018년 개편된 자사 알고리즘이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내용의 게시물이 더 많이 공유되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와 관련한 개선조치를 취하기를 거부했으며,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들의 청부살인업자 모집이나 중동 인신매매범들의 성노예 유인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에서 장기밀매, 소수인종에 대한 폭력 선동, 반정부 세력에 대한 정부의 탄압 등에 자사 플랫폼이 사용되고 있음을 직원들이 포착하여 보고했음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충격적 폭로들을 다수 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내용이 마크 저커버그가 올해 초 열렸던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한 내용과는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것인데요. 당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불법약물 거래에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이같은 행위는 페이스북에서 허용되지 않으며, 관련 게시물 "대부분이 삭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또한 소셜 플랫폼들이 정치적 분열과 양극화(polarization)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오늘날에 목격되는 분열은 사람들을 서로에게서 멀어지도록 하는 정치적 환경과 미디어 환경의 결과"라며 정계와 TV 등 다른 미디어들에 책임을 돌렸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의 취재 내용대로라면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페이스북 역시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이를 숨긴 채 답변한 셈이 됩니다.


3월에 열린 청문회 하이라이트 

출처: CNBC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자사 플랫폼이 해악을 야기하는 결함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많은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해악이 야기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이번 심층 취재의 핵심 결론으로 제기했습니다. 즉, 내부 리서치 보고서부터 직원들의 온라인 대화, 임원 프레젠테이션 등 광범위한 문건들은 모두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페이스북의 리서처들이 플랫폼의 악영향을 식별해 냈으며, 청문회에서의 발언과 공약, 수없이 많은 미디어 폭로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고치지 않고 내버려뒀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라는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비판이 나오는 중으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인 브렌든 카(Brendan Carr)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취재 내용을 언급하며 "이 매우 충격적인 보도가 폭로하는 것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소위 자율규제라는 것이 위장(smokescreen)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특히 페이스북이 내부 리서치를 통해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들의 신체 이미지(body image) 등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폭로를 언급하며, 자신들이 초래화는 해악을 바로 눈앞에 뻔히 보면서도 "저커버그는 의회에 출석해 리서치 결과 소셜 미디어 이용이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증언했다"고 꼬집었는데요. 이 역시 저커버그가 3월에 열린 청문회에서 했던 발언과 관련된 것으로, 당시 저커버그는 이를 근거로 13세 이하를 위한 전용 앱 인스타그램 키즈(Instagram Kids) 앱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정당화하고자 했습니다. 



섹션 230조 개정 논란으로 확산, 이번에도 페이스북이 규제 강화의 불씨 될까?


월스트리트저널의 폭로 이후 관련 비판이 끊이지 않자, 페이스북은 일단 인스타그램 키즈 앱 출시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27일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선 모습인데요. 이에 대한 반응은 냉담한 상황으로,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Kathy Castor)와 로리 트라한(Lori Trahan)을 포함한 일련의 정치인들은 "온라인 상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있어 페이스북은 선의의 해석(benefit of the doubt)이 가능한 단계를 완전히 넘어섰다"며, 일시 중단을 넘어서 인스타그램 키즈 출시 계획을 전면 폐기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페이스북에 있어 이번 스캔들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듯 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스캔들이 통신품위법 230조(Section 230) 개정 관련 논의에 불을 지피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인데요. 통신품위유지법 230조는 플랫폼에 게시된 서드파티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기업들의 법적 책임을 면책하는 조항으로, 3월에 열린 청문회에서도 이 통신품위유지법 230조의 개정필요성과 그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었습니다. 


당시 저커버그와 구글(Google)의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모두 이 통신품위유지법 230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모더레이션 기준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모더레이션 결과에 대한 책임 부과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였으나, 이번 폭로로 페이스북의 모더레이션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라 개정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더욱 거세지는 건 불가피한 수순일 것으로 보입니다.


브렌든 카 FCC 위원 역시 해당 인터뷰에서 소셜 미디어들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FCC를 포함해,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통신품위유지법 230조에 대한 개정 작업에 착수할 때"라고 밝힌 상태인데요. 이에 더해 지난주에는 자신의 사진이 무단으로 광고 등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방기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을 고소했던 언론인 캐런 헤프(Karen Hepp)의 소송과 관련해, 미국 제3항소법원이 통신품위유지법 230을 근거로 페이스북의 책임을 면제했던 당초 판결을 뒤집는 등, 230조 개정 관련 움직임이 하나둘씩 표면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2018년 케임브릿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권력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키며 대대적인 태크래시(Tech lash)의 시발점이 되었던 것과도 상당한 유사점을 가지는데요. 당시 이로 인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페이스북은 최근까지도 화상회의 디바이스 포털(Portal)이나 AR 글래스 등 이미지 수집을 수반하는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프라이버시 논란이 재점화되는 등, 아직도 스캔들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캔들 이후 본격화된 빅테크 규제 관련 논의는 이제 전세계적인 법제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인데요. 이번에도 페이스북이 통신품위유지법 230조 개정을 비롯해,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의 불씨를 당기는 역할을 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조 자료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폭스 비즈니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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