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보다 돋보인'부재', 아마존의 하드웨어 이벤트에 없었던 것 세가지

지난주 아마존(Amazon)의 연례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발표된 각종 신제품들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사실 아마존의 이벤트에너는 이들 신제품의 존재만큼이나 주목해 볼 만한 부재(不在)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마존의 하드웨어 이벤트에 없었던 것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부재 1. 에코 오토  


이번 이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재를 하나만 꼽아보라면 단연 에코 오토(Echo Auto)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스마트홈 자회사 링(Ring)을 통해 카캠(Car Cam), 카알람(Car Alarm), 카커넥트(Car Connect) 등 차량용 보안 제품을 줄줄이 쏟아내며 링 홈시큐리티 생태계를 차량으로 확대하고자 한 것과 달리, 이번 이벤트에서는 차량 관련 제품 공개가 일절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마존이 2018년에 열린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알렉사(Alexa) 탑재 차량용 엑세서리 에코 오토(Echo Auto)를 선보인 이후 꾸준히 알렉사를 가정에사 차량으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추진해 왔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뜻밖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하드웨어 이벤트를 앞두고 블룸버그는 아마존이 새로운 디자인의 에코 오토 2세대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에코 오토는 물론, 올해 중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던 공개된 상기 카캠, 카알람, 카커넥트 등 링 제품들과 관련한 내용 역시 역시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이벤트에서 관련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에코 오토 

출처: 아마존 


더버지는 이들 제품의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사이드워크(Sidewalk)의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점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는데요. 사이드워크는 아마존이 지난해 9월 하드웨어 이벤트를 앞두고 처음 공개한 저대역, 장거리 무선 네트워킹 프로토콜로, 사용자들이 자신의 에코 디바이스가 홈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일부분을 사이드워크 지원 디바이스들에 공유해지주는 방식으로 각 에코 디바이스가 마일 정도의 커버리지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자신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타인에게 공유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대대적인 반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이드워크 관련 내용 역시 이번 이벤트에서 일절 공개된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이드워크를 지원한다고 발표된 링 디바이스들의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한 설명은 될 수 있어도, 아마존이 차량용 알렉사 관련해 아무 발표도 내놓지 않은 이유는 될 수 없을 듯 한데요. 아마존은 사이드워크 공개는 물론, 에코 오토 출시 이전부터도 수년에 걸쳐 토요타(Toyota), BMW,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폭스바겐(Volkswagen), 포드(Ford), 아우디(Audi) 등 다수의 오토메이커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들 파트너 업체 차량에 알렉사를 통합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1월 열린 CES 2021에서도 아마존은 차량제조사들과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알렉가 기술을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커스텀 어시스턴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알렉사 커스텀 어시스턴트(Alexa Custom Assistant)를 공개하며 FCA를 해당 프로그램의 첫 파트너로 공개한 바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아마존은 이번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에코를 통해 처음으로 커스텀 어시스턴트를 제공하게 될 파트너로 디즈니(Disney)를 공개했을 뿐, FCA를 비롯한 오토메이커들의 커스텀 어시스턴트 개발과 관련해서는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더버지도 이번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차량 관련 발표가 없었던 점에 주목하며 "아마존의 오토모티브 관련 노력이 정차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는데요. 이러한 갑작스러운 부재가 오토메이커들과 협력해 신차에 알렉사를 다이렉트하게 통합하는 한편, 에코 오토나 일련의 링 차량용 제품들을 통해 기존 차량들에도 알렉사를 통합하고자 하는 아마존의 기존 전략에 변화를 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팬데믹으로 인해 이동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커넥티드 카 영역의 우선순위가 스마트홈 영역의 뒤로 밀리며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인지는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부재 2. 유즈케이스


아마존이 몇 년의 출시 루머 끝에 드디어 선보인 홈 로봇 아스트로(Astro) 관련해서도 매우 눈에띄는 부재가 있었는데요. 바로 1,000달러 가격의 이 로봇에 이렇다할 '용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홈 로봇'이라는 명칭과 달리, 아스트로는 알렉사와 카메라, 디스플레이가 이동할 수 있도록 바퀴를 달아놓은 형태일 뿐, 실제 청소를 하거나 잔심부름을 하는 등의 집안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하드웨어 이벤트 하이라이트 

출처: 아마존 


때문에 IT 전문매체 IEEE 스펙트럼은 아스트로를 "카메라가 있고, 스크린이 있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두 개의 컵홀더가 있고, 1,000달러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며 "매우, 매우 혼란스럽다(I am very, very confused)"라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와이어드 역시 "아마존 아스트로는 존재이유가 없는 로봇(Amazon’s Astro Is a Robot Without a Cause)"이라며 그냥 "로봇을 위한 로봇(a robot for the sake of a robot)"일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스트로의 용도가 불명확하다는 점은 사실 아마존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으로, 아마존의 하드웨어 총괄인 데이브 림프(Dave Limp)는 초대장 기반으로 소수 유저들에게만 이루어질 예정인 아스트로의 판매를 통해 "유니크한 유즈케이스"를 발굴고자 한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에코를 처음 출시할 때 지금처럼 널리 이용될 수 있을 줄 미처 예측하지 못했듯, 현재로선 아스트로의 최종형태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에코의 전례를 따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바로 그 에코의 출시가 아스트로와 같은 홈로봇들이 설자리를 잃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는 것인데요. 2010년대 중반 무렵 활발히 선보여졌던  지보(Jibo)나 안키(Anki)의 코즈모(Cozmo)와 백터(Vector), 메이필드 로보틱스(Mayfield Robotics)의 큐리(Kuri) 등의 홈로봇, 소셜 로봇들이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연이어 폐업한데에는 비록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이들 로봇들과 거의 같은 엔터테인먼트 및 대화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 스피커들이 출시되며 상대적으로 이들 로봇이 고가로 인지되게 된 점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어 왔습니다. 


메이필드 로보틱스의 큐리

출처: 메이필드 로보틱스 


과연 아마존의 바램대로 베타 테스트 성격을 가진 이번 판매를 통해 유즈케이스가 발굴될 지 여부도 미지수입니다. 앞서 언급된 로봇들 역시, 에코와 같은 스피커들을 넘어서는 수준의 태스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 고질적 한계로 지적되어 왔는데요. 이는 이들 로봇들의 기술적 한계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 로봇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물류창고 등과는 달리, 환경이 구조화되어있지 않고, 태스크(Task)도 고정적이지 않다는 가정용 로봇 고유의 한계로 인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물류창고 자동화 노하우가 상당한 아마존이라 할 지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법기관과 협력하여 에코의 대화기록을 사건 수사용도로 넘겨주거나, 알렉사의 학습을 위해 아마존 직원들이 사용자들의 대화를 청취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며 아마존이 에코나 아스트로 같은 홈 디바이스들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 사용자가 의식하거나 조작하지 않아도 주위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컴퓨팅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상당해졌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아스트로 같이 사용자가 설치한 범위를 넘어서서 이동하며 녹화까지 할 수 있는 디바이스들에 대해서는 이같은 불신이 더 심할 수밖에 없는데요. 때문에 지난해 공개한 시큐리티 드론 링 얼웨이즈 홈 캠(Ring Always Home Cam) 역시 프라이버시 논란이 상당했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스트로의 진짜 용도는 사용자들이 애니매이션 캐릭터 월-E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외형의 아스트로를 앞세워 감시카메라가 하루종일,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 걸 자연스럽고 무해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아마존이 이처럼 산적한 허들을 극복하고 아스트로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즈케이스를 가진 진짜 제품으로 탈바꿈시킬지, 아니면 이대로 파이어(Fire Phone) 시즌 2로 전락하게 될 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부재 3. 정식 출시일 


마지막으로 화제를 모았던 부재는 바로 '정식 출시일'의 부재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들 중 상당수가 초대장 기반으로 제한적인 수의 유저들에게 판매하겠다는 계획만 내놓았을 뿐, 정식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번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선보여진 기기 중 실험적인 형태의 신제품들인 아스트로와 링 얼웨이즈 홈 캠, 비디오콜 기기와 프로젝터, 터치매트를 결합한 아마존 글로우(Amazon Glow) 등은 모두 초대장 기반으로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같은 판매는 아마존이 2019년 9년 출시한 데이 원 에디션즈(Day 1 Editions)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홈페이지 설명에 의하면, 데이 원 에디션즈를 통해 구매 신청을 하고, 초대장을 수령한 사람에게는 "제품을 구매하고 초기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킥스타터(Kickstarter)와 인디고고(Indigogo)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들과 유사한 형태이지만, 차이점은 초대장을 받기 위해서 제품마다 정해진 특정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의 데이 원 에디션즈 프로그램

출처: 아마존 


예를 들어, 아스트로를 구매하고자 신청할 경우, 사전 서베이를 통해 바닥면과 연결되는 유리나 거울 등이 있는지, 유리나 반투명 아크릴로 만들어진 가구를 보유하고 있는지, 집 안에 3,500 평방피트 이상의 공간이 있는지, 바닥이 움푹 패인 공간이 있는지, 검은색 유광 바닥재를 사용했는지 등의 내용을 입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해당 유저의 집에 아스트로가 주행하기에 부적절하거나 기술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여, 아스트로가 운행하기에 적절한 환경에만 아스트로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아마존은 정식 출시에 앞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최적의 조건 하에서 실험적인 디바이스들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요. 그러면서도 판매를 통해 개발비용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으니, 아마존으로써는 더할나위 없는 시스템이지만 일각에서는 거의 무한한 리소스를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마존이 말 그대로 사업에 시동을 걸기(kick-start)위한 자금이 필요한 소규모 스타트업들에서 사용하는 킥스타터 모델을 차용한 데 대한 다소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더버지는 "베타 테스팅이 무료였던 시절을 기억해?(Remember when beta testing was fre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마존이 기계 애호가들을 돈을 내는 베타 테스터들로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는데요. 반응은 엇갈리는 중으로, 이 기사의 댓글을 보면 시니컬한 어조로 이에 동조하는 댓글 만큼이나 제품의 초기 사용자들이 일종의 베타테스터가 되는 건 언제나 있어온 일이라고 반박하는 댓글들도 다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댓글은 아스트로의 열 배인 10,000 달러에 베타 판매되고 있는 테슬라(Tesla)이 FSD(Full Self Driving)를 예시로 들며 사람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안전성과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이용하는 건 이미 흔히 있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여기서도 문제가 되는 건 과연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이번에 공개된 자율주행 시큐리티 드론에 대해 아마존은 다소 장난스럽게 '집에 반고흐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면 가까이서 날리진 말라'고 설명한 한 바 있었습니다)이나 오작동 등,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필요성이 있는가, 즉 유즈케이스가 있는가가 될텐데요. 댓글에서도 "이 '데이 원 테스팅'의 더 이상한 점은 아마존이 이 제품들이 무슨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다는 것"이라며 유즈케이스의 부재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눈에 띕니다. 



마치며...


이 모든 이야기는 다시 아마존의 이같은 하드웨어 이벤트의 시발점이 된 에코로 되돌아 오는 듯 합니다. 에코 역시 데이 원 에디션즈를 통해 판매될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렇다할 유즈케이스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대장 기반으로 초기 판매를 개시했음에도 지금과 같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토대로 차량 등 유즈케이스를 넓혀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스트로를 비롯한 신제품들이 어떻게 에코의 전례를 따라 유즈케이스를 만들어내고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또 현재 홈을 장악한 에코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 이번 하드웨어 이벤트가 던진 화두들을 앞으로도 잘 추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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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 1. 에코 오토  


이번 이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재를 하나만 꼽아보라면 단연 에코 오토(Echo Auto)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스마트홈 자회사 링(Ring)을 통해 카캠(Car Cam), 카알람(Car Alarm), 카커넥트(Car Connect) 등 차량용 보안 제품을 줄줄이 쏟아내며 링 홈시큐리티 생태계를 차량으로 확대하고자 한 것과 달리, 이번 이벤트에서는 차량 관련 제품 공개가 일절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마존이 2018년에 열린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알렉사(Alexa) 탑재 차량용 엑세서리 에코 오토(Echo Auto)를 선보인 이후 꾸준히 알렉사를 가정에사 차량으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추진해 왔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뜻밖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하드웨어 이벤트를 앞두고 블룸버그는 아마존이 새로운 디자인의 에코 오토 2세대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에코 오토는 물론, 올해 중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던 공개된 상기 카캠, 카알람, 카커넥트 등 링 제품들과 관련한 내용 역시 역시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이벤트에서 관련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에코 오토 

출처: 아마존 


더버지는 이들 제품의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사이드워크(Sidewalk)의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점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는데요. 사이드워크는 아마존이 지난해 9월 하드웨어 이벤트를 앞두고 처음 공개한 저대역, 장거리 무선 네트워킹 프로토콜로, 사용자들이 자신의 에코 디바이스가 홈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일부분을 사이드워크 지원 디바이스들에 공유해지주는 방식으로 각 에코 디바이스가 마일 정도의 커버리지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자신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타인에게 공유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대대적인 반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이드워크 관련 내용 역시 이번 이벤트에서 일절 공개된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이드워크를 지원한다고 발표된 링 디바이스들의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한 설명은 될 수 있어도, 아마존이 차량용 알렉사 관련해 아무 발표도 내놓지 않은 이유는 될 수 없을 듯 한데요. 아마존은 사이드워크 공개는 물론, 에코 오토 출시 이전부터도 수년에 걸쳐 토요타(Toyota), BMW,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폭스바겐(Volkswagen), 포드(Ford), 아우디(Audi) 등 다수의 오토메이커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들 파트너 업체 차량에 알렉사를 통합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1월 열린 CES 2021에서도 아마존은 차량제조사들과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알렉가 기술을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커스텀 어시스턴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알렉사 커스텀 어시스턴트(Alexa Custom Assistant)를 공개하며 FCA를 해당 프로그램의 첫 파트너로 공개한 바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아마존은 이번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에코를 통해 처음으로 커스텀 어시스턴트를 제공하게 될 파트너로 디즈니(Disney)를 공개했을 뿐, FCA를 비롯한 오토메이커들의 커스텀 어시스턴트 개발과 관련해서는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더버지도 이번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차량 관련 발표가 없었던 점에 주목하며 "아마존의 오토모티브 관련 노력이 정차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는데요. 이러한 갑작스러운 부재가 오토메이커들과 협력해 신차에 알렉사를 다이렉트하게 통합하는 한편, 에코 오토나 일련의 링 차량용 제품들을 통해 기존 차량들에도 알렉사를 통합하고자 하는 아마존의 기존 전략에 변화를 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팬데믹으로 인해 이동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커넥티드 카 영역의 우선순위가 스마트홈 영역의 뒤로 밀리며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인지는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부재 2. 유즈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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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하드웨어 이벤트 하이라이트 

출처: 아마존 


때문에 IT 전문매체 IEEE 스펙트럼은 아스트로를 "카메라가 있고, 스크린이 있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두 개의 컵홀더가 있고, 1,000달러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며 "매우, 매우 혼란스럽다(I am very, very confused)"라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와이어드 역시 "아마존 아스트로는 존재이유가 없는 로봇(Amazon’s Astro Is a Robot Without a Cause)"이라며 그냥 "로봇을 위한 로봇(a robot for the sake of a robot)"일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스트로의 용도가 불명확하다는 점은 사실 아마존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으로, 아마존의 하드웨어 총괄인 데이브 림프(Dave Limp)는 초대장 기반으로 소수 유저들에게만 이루어질 예정인 아스트로의 판매를 통해 "유니크한 유즈케이스"를 발굴고자 한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에코를 처음 출시할 때 지금처럼 널리 이용될 수 있을 줄 미처 예측하지 못했듯, 현재로선 아스트로의 최종형태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에코의 전례를 따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바로 그 에코의 출시가 아스트로와 같은 홈로봇들이 설자리를 잃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는 것인데요. 2010년대 중반 무렵 활발히 선보여졌던  지보(Jibo)나 안키(Anki)의 코즈모(Cozmo)와 백터(Vector), 메이필드 로보틱스(Mayfield Robotics)의 큐리(Kuri) 등의 홈로봇, 소셜 로봇들이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연이어 폐업한데에는 비록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이들 로봇들과 거의 같은 엔터테인먼트 및 대화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 스피커들이 출시되며 상대적으로 이들 로봇이 고가로 인지되게 된 점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어 왔습니다. 


메이필드 로보틱스의 큐리

출처: 메이필드 로보틱스 


과연 아마존의 바램대로 베타 테스트 성격을 가진 이번 판매를 통해 유즈케이스가 발굴될 지 여부도 미지수입니다. 앞서 언급된 로봇들 역시, 에코와 같은 스피커들을 넘어서는 수준의 태스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 고질적 한계로 지적되어 왔는데요. 이는 이들 로봇들의 기술적 한계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 로봇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물류창고 등과는 달리, 환경이 구조화되어있지 않고, 태스크(Task)도 고정적이지 않다는 가정용 로봇 고유의 한계로 인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물류창고 자동화 노하우가 상당한 아마존이라 할 지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법기관과 협력하여 에코의 대화기록을 사건 수사용도로 넘겨주거나, 알렉사의 학습을 위해 아마존 직원들이 사용자들의 대화를 청취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며 아마존이 에코나 아스트로 같은 홈 디바이스들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 사용자가 의식하거나 조작하지 않아도 주위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컴퓨팅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상당해졌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아스트로 같이 사용자가 설치한 범위를 넘어서서 이동하며 녹화까지 할 수 있는 디바이스들에 대해서는 이같은 불신이 더 심할 수밖에 없는데요. 때문에 지난해 공개한 시큐리티 드론 링 얼웨이즈 홈 캠(Ring Always Home Cam) 역시 프라이버시 논란이 상당했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스트로의 진짜 용도는 사용자들이 애니매이션 캐릭터 월-E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외형의 아스트로를 앞세워 감시카메라가 하루종일,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 걸 자연스럽고 무해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아마존이 이처럼 산적한 허들을 극복하고 아스트로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즈케이스를 가진 진짜 제품으로 탈바꿈시킬지, 아니면 이대로 파이어(Fire Phone) 시즌 2로 전락하게 될 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부재 3. 정식 출시일 


마지막으로 화제를 모았던 부재는 바로 '정식 출시일'의 부재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들 중 상당수가 초대장 기반으로 제한적인 수의 유저들에게 판매하겠다는 계획만 내놓았을 뿐, 정식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번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선보여진 기기 중 실험적인 형태의 신제품들인 아스트로와 링 얼웨이즈 홈 캠, 비디오콜 기기와 프로젝터, 터치매트를 결합한 아마존 글로우(Amazon Glow) 등은 모두 초대장 기반으로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같은 판매는 아마존이 2019년 9년 출시한 데이 원 에디션즈(Day 1 Editions)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홈페이지 설명에 의하면, 데이 원 에디션즈를 통해 구매 신청을 하고, 초대장을 수령한 사람에게는 "제품을 구매하고 초기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킥스타터(Kickstarter)와 인디고고(Indigogo)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들과 유사한 형태이지만, 차이점은 초대장을 받기 위해서 제품마다 정해진 특정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의 데이 원 에디션즈 프로그램

출처: 아마존 


예를 들어, 아스트로를 구매하고자 신청할 경우, 사전 서베이를 통해 바닥면과 연결되는 유리나 거울 등이 있는지, 유리나 반투명 아크릴로 만들어진 가구를 보유하고 있는지, 집 안에 3,500 평방피트 이상의 공간이 있는지, 바닥이 움푹 패인 공간이 있는지, 검은색 유광 바닥재를 사용했는지 등의 내용을 입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해당 유저의 집에 아스트로가 주행하기에 부적절하거나 기술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여, 아스트로가 운행하기에 적절한 환경에만 아스트로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아마존은 정식 출시에 앞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최적의 조건 하에서 실험적인 디바이스들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요. 그러면서도 판매를 통해 개발비용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으니, 아마존으로써는 더할나위 없는 시스템이지만 일각에서는 거의 무한한 리소스를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마존이 말 그대로 사업에 시동을 걸기(kick-start)위한 자금이 필요한 소규모 스타트업들에서 사용하는 킥스타터 모델을 차용한 데 대한 다소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더버지는 "베타 테스팅이 무료였던 시절을 기억해?(Remember when beta testing was fre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마존이 기계 애호가들을 돈을 내는 베타 테스터들로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는데요. 반응은 엇갈리는 중으로, 이 기사의 댓글을 보면 시니컬한 어조로 이에 동조하는 댓글 만큼이나 제품의 초기 사용자들이 일종의 베타테스터가 되는 건 언제나 있어온 일이라고 반박하는 댓글들도 다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댓글은 아스트로의 열 배인 10,000 달러에 베타 판매되고 있는 테슬라(Tesla)이 FSD(Full Self Driving)를 예시로 들며 사람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안전성과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이용하는 건 이미 흔히 있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여기서도 문제가 되는 건 과연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이번에 공개된 자율주행 시큐리티 드론에 대해 아마존은 다소 장난스럽게 '집에 반고흐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면 가까이서 날리진 말라'고 설명한 한 바 있었습니다)이나 오작동 등,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필요성이 있는가, 즉 유즈케이스가 있는가가 될텐데요. 댓글에서도 "이 '데이 원 테스팅'의 더 이상한 점은 아마존이 이 제품들이 무슨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다는 것"이라며 유즈케이스의 부재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눈에 띕니다. 



마치며...


이 모든 이야기는 다시 아마존의 이같은 하드웨어 이벤트의 시발점이 된 에코로 되돌아 오는 듯 합니다. 에코 역시 데이 원 에디션즈를 통해 판매될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렇다할 유즈케이스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대장 기반으로 초기 판매를 개시했음에도 지금과 같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토대로 차량 등 유즈케이스를 넓혀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스트로를 비롯한 신제품들이 어떻게 에코의 전례를 따라 유즈케이스를 만들어내고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또 현재 홈을 장악한 에코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 이번 하드웨어 이벤트가 던진 화두들을 앞으로도 잘 추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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