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옮겨가는 슈퍼앱 경쟁, "미국 슈퍼앱 시장 승자가 기업가치 5조 달러 달성할 것"

이달 2일(현지시각),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슈퍼앱 사업자인 그랩(Grab)이 SPAC 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데뷔했는데요. 그랩에 거의 4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한 역대 최대규모 SPAC 상장이었던데 비해, 거래 첫 날 성적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상장 첫 날 전일 거래가였던 11.01 달러 대비 19% 높은 13.06 달러로 시초가를 형성한 그랩은 그러나 이후 장중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전일대비 21% 낮은 8.75 달러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7일 종가 기준 주가는 8.85 달러로 거래 첫날 대비해서는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상장시점의 주가를 되찾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SPAC 상장 후 그랩의 주가 변화 

출처: 구글 파이낸스 


이같은 주가하락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랩의 메인 비즈니스인 승차공유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추가적인 여행제한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남아프리카에서 신종변이 발생이 확인된 뒤, 우버(Uber)의 주가가 10% 가량 하락하는 등 승차공유 업체들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 현황에 따라 상당히 큰 폭으로 변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랩 역시 동남아시아에서의 델타변이 확산이 한창이던 올해 9월, 2021년 매출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지난달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9% 감소한 반면 순손실은 9억 8,800만 달러로 늘어난 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한 바 있는데요. 이에 더해 상장 직전 그랩이 본사를 두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두 건의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진되는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슈퍼앱 대표주자' 그랩과 페이티엠의 초라한 IPO 성적표, "슈퍼앱 경쟁심화의 신호"


당초 그랩은 이같은 모빌리티 업계의 제반 상황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광범위한 서비스를 단일 앱에서 제공하는 자사 슈퍼앱 전략의 특성상 그랩이 리프트(Lyft)처럼 승차공유 비즈니스만 운영하는 사업자들보다 코로나19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푸드 딜러버리 등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서비스들이 모빌리티 영역의 타격을 상쇄할 것이라는 그랩의 기대는 실제 공개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그랩과 유사한 시기에 '인도의 슈퍼앱'을 표방하며 상장한 페이티엠(Paytm) 역시 거래 첫 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것입니다. 상장 이전 인도 최대규모의 테크 IPO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페이티엠의 경우, 봄베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첫 날인 18일 목요일 공모가대비 무려 27% 하락한 가격으로 장을 마친데 이어, 월요일에도 주가가 추가로 13% 하락하며 인도 최악의 대형 IPO 중 하나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뉴스레터 '자비도, 적의도 없이(No Mercy / No Malice)'를 운영하는 스캇 갤러웨이 교수는 두 업체의 상장을 즈음하여 스퀘어(Square)가 코어 비즈니스인 결제를 넘어서 암호화폐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인 블록(Block)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틱톡(TikTok)의 운영사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커머스 야심을 확장하기 위해 두바이의 라스트마일 배송업체 아이마일(iMile)에 투자하는 등, 슈퍼앱 관련 소식들이 유난히 많이 발표되었다면서 그 의미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슈퍼앱 영역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it’s getting crowded in the super-app lobby)"

즉, 너도나도 슈퍼앱 경쟁이 뛰어듦에 따라 이들 업체들이 매우 심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미국으로 옮겨 오는 슈퍼앱 경쟁, "미국 슈퍼앱 패권 잡는 자가 최초 시총 5조 달러 달성할 것" 


이같은 슈퍼앱 경쟁은 주로 모바일 중심으로 인터넷 시장이 태동하고, 단독 앱 생태계가 북미에 비해 덜 발달된 중국 및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요. 그랩이 있는 동남아시아가 대표적 격전지로, 그랩의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고젝(Gojek)과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자이언트 토코피디아(Tokopedia)의 인수합병으로 탄생한 고토그룹(GoTo Group)을 비롯해 라인(Line), 이커머스 플랫폼 Shopee를 운영 중인씨리미티드(Sea Limited), 잘로(Zalo) 등 수많은 슈퍼앱들이 있으며 센트럴 그룹(Central Group), 짜른포카판 그룹(Charoen Pokphand Group) 등 대기업들도 속속 슈퍼앱 출시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단일 앱으로 매개하는 슈퍼앱

출처: No Mercy / No Malice


북미 기업들의 경우, 본국보다는 주로 영어권 국가 중 최대규모 신흥시장인 인도에서 슈퍼앱 경쟁을 벌이는 중으로 이미 아마존의 아마존페이(Amazon Pay), 구글의 구글페이(Google Pay), 메타(Meta)의 왓츠앱(WhatsApp), 그리고 월마트(Walmart) 산하 플립카트(Flipkart) 소유의 폰페(PhonePe) 등 수많은 서비스들이 인도에 진출해 경쟁 중입니다. 이 중 메타의 경우 특히 지난해 인도 최대 통신사이자 로컬 테크 자이언트인 지오플랫폼(Jio Platforms)이 지분 9.9%를 인수한 뒤, 관계사 왓츠앱 기반으로 식료품 주문배송 서비스 지오마트(JioMart)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갤러웨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슈퍼앱 구축의 궁극적 목표는 인구수가 가장 많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규모가 가장 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시장에서 슈퍼앱 패권을 쥐기 위한 이른바 '왕좌의 게임'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 예측합니다. 즉, 향후 10년간 슈퍼앱 구축은 향후 10년간 미국 테크 기업들이 "필수 전략(strategic-imperative)"이라는 것으로, 갤러웨이 교수는 미국에서 슈퍼앱 구축에 성공하는 기업이 기업가치 5조 달러를 달성하는 최초의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보이스 & VR, 슈퍼앱 최대 장벽 구글·애플을 넘어서기 위한 아마존 & 페이스북의 무기 


최근 북미 시장에서 슈퍼앱 관련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문제는 미국에서 슈퍼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큰 장벽은 바로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Apple)과 구글(Google)입니다. 앱스토어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 이윤과 사용자 데이터를 창출해 내고 있는 이들 사업자들로서는 자사 OS와 사용자 사이를 가로막는 슈퍼앱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갤러웨이 교수는 이 중 특히 애플과 관련해, 지난 10여 년 간 팀 쿡(Tim Cook) 주도로 이루어진 애플의 생태계 확장 전략이 iOS 상에서 슈퍼앱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하는데요. 애플 ID를 이용해 광범위한 수의 서드파티 앱 로그인을 지원하고, 신용카드부터 직불카드까지 iOS 상의 모든 결제 시스템을 장악함으로써 애플이 자체 페이 중심으로 서드파티 미니앱 간의 손쉬운 통합을 지원하는 슈퍼앱의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애플과 구글에 대항할 수 있을 만한 사업자로는 아마존과 메타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인도 시장에서 이미 슈퍼앱 구축을 추진 중인 이들 사업자들은 미국에서도 양대 모바일 OS 사업자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을 대신할 대안적 인터렉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아마존에게는 에코(Echo) 등 음성기반으로 인터렉션이 발생하는 각종 알렉사(Alexa) 탑재 디바이스가, 메타에게는 오큘러스 VR(Oculus VR)이 각각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항하기 위한 대안적 패러다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음성 관련해서는 다소 하이프(hype)가 식은 상태이지만, VR의 경우 최근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되며 메타의 미래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는데요. 메타의 메타버스 비전에 대해 여러차례 비판적 목소리를 내 온 갤러웨이 교수는 이를 "사람들이 요리나 데이트처럼 즐거움을 주는 실제세계에서의 활동을 상반신만 있는 아바타로 가득찬 가상세계에서 보내는 멀미나는 시간과 맞바꿀 것"이라는 "마크 저커버그와 미디어들 간의 합의된 환상"이라고 조롱하면서도, 메타가 제시한 비전에서 '메타버스'라는 말을 '슈퍼앱'으로 치환하면 훨씬 더 말이 되게 느껴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즉 자신이 구축한 가상세계에서 유저들이 회의와 직원교육, 사내교류 등의 업무활동과 게임, 피트니스, 영화감상 등의 오락활동, 각종 경험의 생산과 거래 등의 경제활동까지 모두 수행하게 하겠다는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비전이 채팅과 영상시청, 이커머스, 식당예약, 공과금 납부 등 유저들의 모든 일상적 활동이 하나의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슈퍼앱에 대한 욕망과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인데요.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각종 스마트홈 기기 제어부터 음악 등 미디어 감상, 영상통화 등 가정 내 모든 활동이 알렉사 디바이스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한 데 이어, 알렉사의 활동 영역을 퍼스널 디바이스, 차량, 병원이나 호텔 등 사업장으로 까지 확장하려는 아마존의 움직임 역시 일종의 슈퍼앱 구축 전략으로 이해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슈퍼앱 키플레이어' 결제 사업자, "슈퍼앱 구축 위한 금융-콘텐츠간 인수합병 활발할 것"


이들 테크자이언트들 외에, 미국에서의 슈퍼앱 구축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사업자들로는 핀테크 사업자들, 특히 페이팔(PayPal), 블록(구 스퀘어) 같은 결제 사업자들이 있습니다. 슈퍼앱들의 메인 서비스와 앱 내 미니앱 형태로 존재하는 각종 서드파티 서비스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접촉제 역할을 하는 결제 솔루션들은 슈퍼앱 구축의 핵심 근간으로, 위챗과 그랩 모두 광범위한 사용자수를 가진 위챗페이와 그랩페이라는 자체 결제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인도의 페이티엠 역시 통신요금의 일부로 각종 공과금 및 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출발하여 결제 지원 영역을 식료품, 티켓예매, 이커머스 등으로 확대해 온 업체입니다. 


'금융 슈퍼앱'을 표방하고 있는 페이팔

출처: 페이팔 


이처럼 슈퍼앱 구축을 위한 핵심 인프라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셈인 결제 사업자들은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 거래량 증대 및 비대면 결제 수요 증가로 인해 주가가 큰 폭으로 급등하며 슈퍼앱을 구성하는 다양한 서비스 및 콘텐츠 업체들을 인수하기 위한 넉넉한 자금력도 손에 넣게 되었는데요. 이는 막대한 매출규모를 자랑하는 테크자이언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갤러웨이 교수는 테크자이언트들의 경우, 이들의 공격적인 스타트업 인수에 대한 반독점 논란이 최근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과 달리 핀테크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이같은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에 주목하며 핀테크 업체들이 슈퍼앱 구축을 위한 인수전에 있어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합니다. 


실제로도 최근 핀테크 사업자들의 커머스 및 미디어 영역 인수가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는 중으로, 올해 3월 스퀘어가 유명 랩퍼 제이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Tidal)의 지분 과반을 2억 9,7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갤러웨이 교수는 스퀘어의 CEO 잭 도시(Jack Dorsey)가 최근까지 CEO를 맡고 있었던 또다른 기업인 트위터(Twitter) 역시, 향후 스퀘어의 슈퍼앱 구축 전략의 일부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트위터가 최근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실현 가능성이 상당한 전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갤러웨이 교수는 이에 대해 "관심의 거래(Attention Arbitrage)"의 중심이, 점점 더 디지털 광고 형태로 관심을 판매하는 소셜 미디어 업체들에서 플랫폼 내 서드파티 서비스들에 대한 이용 편의성을 제공하는 결제 사업자들로 옮겨오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같은 전환이 앞으로 '콘텐츠 기업'으로 느슨하게 묶이는 다방면의 업체들에 대한 핀테크 업체들의 기록적인 인수 행렬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 전망하는데요. 실제로도 이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가 예약 서비스 업체 레지(Resy)를 인수하고, JP모건(JPMorgan)이 레스토랑 리뷰 사이트 운영사이자 레스토랑 평가 업체 저갯(Zagat)의 모기업인 인패추에이션(Infatuation)을 인수하는 등 관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금융과 콘텐츠간 이종결합이 언제니 지금의 슈퍼앱 사업자들이 거둔 것과 같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데요. 실제 올해 9월 '금융 슈퍼앱'을 표방하며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를 추진한 페이팔의 경우, 핀터레스트(Pinterest)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도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급하게 인수 의사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슈퍼앱 사업자들이 중국 및 신흥국에서 거둔 대대적 성공과 이를 미국에서 모방하려는 금융 사업자들의 최근 움직임, 그리고 페이팔이 마음만 먹으면 지분의 단 1%로도 세계최대 레스토랑 리뷰 서비스인 옐프(Yelp)를 인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페이팔-핀터레스트 건과 유사한 인수 소식이 앞으로 꽤 빈번하게 들려오게 되리라는 것이 갤러웨이 교수의 분석입니다. 



마치며....


이상으로 최근 기존 시장인 중국, 신흥국을 넘어서 미국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슈퍼앱 트렌드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미국의 슈퍼앱, 다른 말로는 다방면에 걸친 사용자들의 활동을 매개하는 단일 플랫폼이 되려는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아마존의 알렉사가 될지, 메타의 메타버스가 될지, 아니면 페이팔이나 스퀘어 등의 핀테크 자이언트들이 될 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겠으나, 앞으로 이를 위한 움직임이 한층 더 활발해질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슈퍼앱 플레이어들의 인수 타겟으로 떠오른 커머스, 미디어 등 범 콘텐츠 영역에도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을 전망으로, 사상 최초의 시총 5조 달러 기업이 되려는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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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 상장 후 그랩의 주가 변화 

출처: 구글 파이낸스 


이같은 주가하락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랩의 메인 비즈니스인 승차공유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추가적인 여행제한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남아프리카에서 신종변이 발생이 확인된 뒤, 우버(Uber)의 주가가 10% 가량 하락하는 등 승차공유 업체들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 현황에 따라 상당히 큰 폭으로 변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랩 역시 동남아시아에서의 델타변이 확산이 한창이던 올해 9월, 2021년 매출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지난달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9% 감소한 반면 순손실은 9억 8,800만 달러로 늘어난 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한 바 있는데요. 이에 더해 상장 직전 그랩이 본사를 두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두 건의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진되는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슈퍼앱 대표주자' 그랩과 페이티엠의 초라한 IPO 성적표, "슈퍼앱 경쟁심화의 신호"


당초 그랩은 이같은 모빌리티 업계의 제반 상황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광범위한 서비스를 단일 앱에서 제공하는 자사 슈퍼앱 전략의 특성상 그랩이 리프트(Lyft)처럼 승차공유 비즈니스만 운영하는 사업자들보다 코로나19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푸드 딜러버리 등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서비스들이 모빌리티 영역의 타격을 상쇄할 것이라는 그랩의 기대는 실제 공개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그랩과 유사한 시기에 '인도의 슈퍼앱'을 표방하며 상장한 페이티엠(Paytm) 역시 거래 첫 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것입니다. 상장 이전 인도 최대규모의 테크 IPO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페이티엠의 경우, 봄베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첫 날인 18일 목요일 공모가대비 무려 27% 하락한 가격으로 장을 마친데 이어, 월요일에도 주가가 추가로 13% 하락하며 인도 최악의 대형 IPO 중 하나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뉴스레터 '자비도, 적의도 없이(No Mercy / No Malice)'를 운영하는 스캇 갤러웨이 교수는 두 업체의 상장을 즈음하여 스퀘어(Square)가 코어 비즈니스인 결제를 넘어서 암호화폐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인 블록(Block)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틱톡(TikTok)의 운영사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커머스 야심을 확장하기 위해 두바이의 라스트마일 배송업체 아이마일(iMile)에 투자하는 등, 슈퍼앱 관련 소식들이 유난히 많이 발표되었다면서 그 의미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슈퍼앱 영역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it’s getting crowded in the super-app lobby)"

즉, 너도나도 슈퍼앱 경쟁이 뛰어듦에 따라 이들 업체들이 매우 심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미국으로 옮겨 오는 슈퍼앱 경쟁, "미국 슈퍼앱 패권 잡는 자가 최초 시총 5조 달러 달성할 것" 


이같은 슈퍼앱 경쟁은 주로 모바일 중심으로 인터넷 시장이 태동하고, 단독 앱 생태계가 북미에 비해 덜 발달된 중국 및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요. 그랩이 있는 동남아시아가 대표적 격전지로, 그랩의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고젝(Gojek)과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자이언트 토코피디아(Tokopedia)의 인수합병으로 탄생한 고토그룹(GoTo Group)을 비롯해 라인(Line), 이커머스 플랫폼 Shopee를 운영 중인씨리미티드(Sea Limited), 잘로(Zalo) 등 수많은 슈퍼앱들이 있으며 센트럴 그룹(Central Group), 짜른포카판 그룹(Charoen Pokphand Group) 등 대기업들도 속속 슈퍼앱 출시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단일 앱으로 매개하는 슈퍼앱

출처: No Mercy / No Malice


북미 기업들의 경우, 본국보다는 주로 영어권 국가 중 최대규모 신흥시장인 인도에서 슈퍼앱 경쟁을 벌이는 중으로 이미 아마존의 아마존페이(Amazon Pay), 구글의 구글페이(Google Pay), 메타(Meta)의 왓츠앱(WhatsApp), 그리고 월마트(Walmart) 산하 플립카트(Flipkart) 소유의 폰페(PhonePe) 등 수많은 서비스들이 인도에 진출해 경쟁 중입니다. 이 중 메타의 경우 특히 지난해 인도 최대 통신사이자 로컬 테크 자이언트인 지오플랫폼(Jio Platforms)이 지분 9.9%를 인수한 뒤, 관계사 왓츠앱 기반으로 식료품 주문배송 서비스 지오마트(JioMart)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갤러웨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슈퍼앱 구축의 궁극적 목표는 인구수가 가장 많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규모가 가장 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시장에서 슈퍼앱 패권을 쥐기 위한 이른바 '왕좌의 게임'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 예측합니다. 즉, 향후 10년간 슈퍼앱 구축은 향후 10년간 미국 테크 기업들이 "필수 전략(strategic-imperative)"이라는 것으로, 갤러웨이 교수는 미국에서 슈퍼앱 구축에 성공하는 기업이 기업가치 5조 달러를 달성하는 최초의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보이스 & VR, 슈퍼앱 최대 장벽 구글·애플을 넘어서기 위한 아마존 & 페이스북의 무기 


최근 북미 시장에서 슈퍼앱 관련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문제는 미국에서 슈퍼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큰 장벽은 바로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Apple)과 구글(Google)입니다. 앱스토어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 이윤과 사용자 데이터를 창출해 내고 있는 이들 사업자들로서는 자사 OS와 사용자 사이를 가로막는 슈퍼앱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갤러웨이 교수는 이 중 특히 애플과 관련해, 지난 10여 년 간 팀 쿡(Tim Cook) 주도로 이루어진 애플의 생태계 확장 전략이 iOS 상에서 슈퍼앱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하는데요. 애플 ID를 이용해 광범위한 수의 서드파티 앱 로그인을 지원하고, 신용카드부터 직불카드까지 iOS 상의 모든 결제 시스템을 장악함으로써 애플이 자체 페이 중심으로 서드파티 미니앱 간의 손쉬운 통합을 지원하는 슈퍼앱의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애플과 구글에 대항할 수 있을 만한 사업자로는 아마존과 메타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인도 시장에서 이미 슈퍼앱 구축을 추진 중인 이들 사업자들은 미국에서도 양대 모바일 OS 사업자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을 대신할 대안적 인터렉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아마존에게는 에코(Echo) 등 음성기반으로 인터렉션이 발생하는 각종 알렉사(Alexa) 탑재 디바이스가, 메타에게는 오큘러스 VR(Oculus VR)이 각각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항하기 위한 대안적 패러다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음성 관련해서는 다소 하이프(hype)가 식은 상태이지만, VR의 경우 최근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되며 메타의 미래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는데요. 메타의 메타버스 비전에 대해 여러차례 비판적 목소리를 내 온 갤러웨이 교수는 이를 "사람들이 요리나 데이트처럼 즐거움을 주는 실제세계에서의 활동을 상반신만 있는 아바타로 가득찬 가상세계에서 보내는 멀미나는 시간과 맞바꿀 것"이라는 "마크 저커버그와 미디어들 간의 합의된 환상"이라고 조롱하면서도, 메타가 제시한 비전에서 '메타버스'라는 말을 '슈퍼앱'으로 치환하면 훨씬 더 말이 되게 느껴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즉 자신이 구축한 가상세계에서 유저들이 회의와 직원교육, 사내교류 등의 업무활동과 게임, 피트니스, 영화감상 등의 오락활동, 각종 경험의 생산과 거래 등의 경제활동까지 모두 수행하게 하겠다는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비전이 채팅과 영상시청, 이커머스, 식당예약, 공과금 납부 등 유저들의 모든 일상적 활동이 하나의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슈퍼앱에 대한 욕망과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인데요.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각종 스마트홈 기기 제어부터 음악 등 미디어 감상, 영상통화 등 가정 내 모든 활동이 알렉사 디바이스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한 데 이어, 알렉사의 활동 영역을 퍼스널 디바이스, 차량, 병원이나 호텔 등 사업장으로 까지 확장하려는 아마존의 움직임 역시 일종의 슈퍼앱 구축 전략으로 이해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슈퍼앱 키플레이어' 결제 사업자, "슈퍼앱 구축 위한 금융-콘텐츠간 인수합병 활발할 것"


이들 테크자이언트들 외에, 미국에서의 슈퍼앱 구축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사업자들로는 핀테크 사업자들, 특히 페이팔(PayPal), 블록(구 스퀘어) 같은 결제 사업자들이 있습니다. 슈퍼앱들의 메인 서비스와 앱 내 미니앱 형태로 존재하는 각종 서드파티 서비스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접촉제 역할을 하는 결제 솔루션들은 슈퍼앱 구축의 핵심 근간으로, 위챗과 그랩 모두 광범위한 사용자수를 가진 위챗페이와 그랩페이라는 자체 결제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인도의 페이티엠 역시 통신요금의 일부로 각종 공과금 및 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출발하여 결제 지원 영역을 식료품, 티켓예매, 이커머스 등으로 확대해 온 업체입니다. 


'금융 슈퍼앱'을 표방하고 있는 페이팔

출처: 페이팔 


이처럼 슈퍼앱 구축을 위한 핵심 인프라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셈인 결제 사업자들은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 거래량 증대 및 비대면 결제 수요 증가로 인해 주가가 큰 폭으로 급등하며 슈퍼앱을 구성하는 다양한 서비스 및 콘텐츠 업체들을 인수하기 위한 넉넉한 자금력도 손에 넣게 되었는데요. 이는 막대한 매출규모를 자랑하는 테크자이언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갤러웨이 교수는 테크자이언트들의 경우, 이들의 공격적인 스타트업 인수에 대한 반독점 논란이 최근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과 달리 핀테크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이같은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에 주목하며 핀테크 업체들이 슈퍼앱 구축을 위한 인수전에 있어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합니다. 


실제로도 최근 핀테크 사업자들의 커머스 및 미디어 영역 인수가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는 중으로, 올해 3월 스퀘어가 유명 랩퍼 제이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Tidal)의 지분 과반을 2억 9,7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갤러웨이 교수는 스퀘어의 CEO 잭 도시(Jack Dorsey)가 최근까지 CEO를 맡고 있었던 또다른 기업인 트위터(Twitter) 역시, 향후 스퀘어의 슈퍼앱 구축 전략의 일부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트위터가 최근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실현 가능성이 상당한 전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갤러웨이 교수는 이에 대해 "관심의 거래(Attention Arbitrage)"의 중심이, 점점 더 디지털 광고 형태로 관심을 판매하는 소셜 미디어 업체들에서 플랫폼 내 서드파티 서비스들에 대한 이용 편의성을 제공하는 결제 사업자들로 옮겨오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같은 전환이 앞으로 '콘텐츠 기업'으로 느슨하게 묶이는 다방면의 업체들에 대한 핀테크 업체들의 기록적인 인수 행렬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 전망하는데요. 실제로도 이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가 예약 서비스 업체 레지(Resy)를 인수하고, JP모건(JPMorgan)이 레스토랑 리뷰 사이트 운영사이자 레스토랑 평가 업체 저갯(Zagat)의 모기업인 인패추에이션(Infatuation)을 인수하는 등 관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금융과 콘텐츠간 이종결합이 언제니 지금의 슈퍼앱 사업자들이 거둔 것과 같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데요. 실제 올해 9월 '금융 슈퍼앱'을 표방하며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를 추진한 페이팔의 경우, 핀터레스트(Pinterest)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도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급하게 인수 의사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슈퍼앱 사업자들이 중국 및 신흥국에서 거둔 대대적 성공과 이를 미국에서 모방하려는 금융 사업자들의 최근 움직임, 그리고 페이팔이 마음만 먹으면 지분의 단 1%로도 세계최대 레스토랑 리뷰 서비스인 옐프(Yelp)를 인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페이팔-핀터레스트 건과 유사한 인수 소식이 앞으로 꽤 빈번하게 들려오게 되리라는 것이 갤러웨이 교수의 분석입니다. 



마치며....


이상으로 최근 기존 시장인 중국, 신흥국을 넘어서 미국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슈퍼앱 트렌드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미국의 슈퍼앱, 다른 말로는 다방면에 걸친 사용자들의 활동을 매개하는 단일 플랫폼이 되려는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아마존의 알렉사가 될지, 메타의 메타버스가 될지, 아니면 페이팔이나 스퀘어 등의 핀테크 자이언트들이 될 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겠으나, 앞으로 이를 위한 움직임이 한층 더 활발해질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슈퍼앱 플레이어들의 인수 타겟으로 떠오른 커머스, 미디어 등 범 콘텐츠 영역에도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을 전망으로, 사상 최초의 시총 5조 달러 기업이 되려는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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