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증가에도 반도체가 부족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지난해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전례 없는 공급망 위기 속에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 일부 라인을 폐쇄하기도 했고, 수요가 많은 전자 제품에 대한 판매를 강화한 결과 연말 사상 최대의 생산과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대규모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올해 상반기에 들어서는 일부 제조사의 재고 문제로 전환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몇몇 기업들은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등 반도체 산업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현재 업계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PC와 스마트폰 용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GM, 도요타, 현대차 등 올해 상반기까지 대부분의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겪었던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현업에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최근 아시아 국가의 급성장하는 반도체 산업을 경계하고 있는 미국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로 하여금 중국에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게 하는 등 긴장 관계가 조성된 것 또한 하반기 반도체 수급에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출처: 중앙일보


지난 6월 30일 마이크론의 2022년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EPS는 2.59달러로 시장 예상치보다 0.15달러 높았으나, 매출은 8,640,000,000달러로 전년 대비 2,980,000달러 감소)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는데요. 이 때문에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관련 기업 주가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스 2022년 회계연도 4분기 가이던스 프레젠테이션 자료

출처: 마이크론


이달 하순 AMD(7/25), SK 하이닉스(7/27), 삼성전자(7/28), 인텔(7/28) 등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사업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생산 능력도 고도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전문가들은 주가가 지속 하락하고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처럼 생산량이 비교적 충분함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와 2022년 7월 현재 반도체 업계의 현황 및 관련 기업들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의 원인


1) 반도체 수요를 재편성한 팬데믹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 사용 및 컴퓨팅 성능이 붐을 일으키면서 기본적인 마이크로 컨트롤러와 메모리 칩으로부터 고성능 프로세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데이터 리서치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의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월 별 매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판매의 꾸준한 증가세는 코로나 확산이 시작됐던 2020년 초 주춤해졌다가 같은 해 가을 즈음 가정 용품에 대한 자가격리 수요가 생기면서 다시 급격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2년~2022년 글로벌 반도체 월 별 매출 추이

출처: 스태티스타

2) 반도체 수요 형태 변화: 기계 동력 장치 중심에서 전자 장치 중심으로 

이와 동시에 자동차와 같은 기계장치를 전자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커지면서 기존의 기계 장치에 더 많은 반도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핵심이 석유와 가스를 통해 힘을 얻는 동력 장치로부터 전기와 반도체를 주축으로 한 연료와 통제 시스템 중심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딜로이트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차량 내의 전장기기가 자동차 제조 비용의 약 45%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반도체 부품 비용은 2020년 475달러에서 2030년 600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간 별 자동차 부품에서 전자 장치가 차지하는 비중 변화 예측도

출처: 딜로이트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저사양 반도체를 제조하는 200밀리미터 웨이퍼에서 불균형이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전력 관리 칩과 디스플레이 집적 회로가 포함되며 자동차에서 소비자 전자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로 하게 됩니다. 국제 반도체 장비 재료 협회(SEMI)의 자료를 보면, 2010년 이후 꾸준히 저사양 반도체를 제조하는 시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공급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2010년 이후 설치된 200mm 웨이퍼 상당의 반도체 생산시설 용량 변화

출처: SEMI


3) 생산자 편중에 따른 산업 병목 현상

퀄컴, 엔비디아, 애플 등 통신장비, 컴퓨터,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은 자체 제조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라는 전문 공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런 시설을 위한 투자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도 아닌 데다가 한번 만들면 쉽게 변경하기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 구조 하에서 위탁 생산을 하다 보니, 전문성과 비용 때문에 생긴 산업 구조가 리드타임(생산에서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리고, 수요자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보다는 생산자 위주의 경제가 형성되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반도체 관련 시장 조사기업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TSMC, 삼성, 글로벌파운드리 등 3~4개의 파운드리가 전 세계 대부분의 반도체를 제조합니다. 또한 계약 반도체 제조 사업의 약 91%가 아시아 내에서 이루어지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TSMC와 삼성이 위치한 대만과 한국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22년 1분기 매출 기준)

출처: 트렌드포스


TSMC는 1980년대에 정부 지원을 받아 순수하게 생산만을 위한 반도체 제조 파운드리 사업을 개척했습니다. 주요 업체들이 TSMC와 1차로 거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품질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2위~4위 경쟁업체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TSMC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생산기술을 개선하고 퀄컴, 엔비디아와 같은 회사로부터 새로운 물량을 수주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사업 규모 자체는 크지만, 사업 구조가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의 CPU 반도체 제조에 편중되면서 제때 라인 증설을 하지 못해 생산 지연이 발생하였고, TSMC에서 물량을 공급받는 업체와의 경쟁에 취약해 졌습니다. 인텔은 지난해 3월 20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 주에 2개 공장을 착공하면서 반도체 제조업의 주도권을 되찾고,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5년부터 인텔은 자사 설계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소규모 제조업체로는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 중국의 SMIC, 대만의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있습니다. 단, 이들 기업들은 TSMC보다 기술력이 최소 2~3세대 뒤쳐져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밖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IBM, 모토로라와 같은 기존 업계의 유명 기업들은 이미 최첨단 제조 기술을 따라잡기를 포기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최근 반도체가 국가 경제는 물론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산업임을 자각한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장기적인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보조금 지원을 통한 투자 유치를 적극 시행하거나 법안 통과를 시도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 설비 투자 경쟁이 진행 중입니다.



2022년 하반기 반도체 시장 전망


1) 높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 조짐

미국의 IT 기술 연구 및 자문회사 가트너가 지난 1분기에 발표한 보고서(Semiconductors and Electronics Forecast Database, Worldwide, 1Q 22, 보도자료 참고)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초과 수요 현상과 앱 시장의 성장으로 평균 판매 가격이 올라가 전년 대비 약 13.6% 증가한 6,7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디램(DRAM) 시장은 22.8%,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38.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2023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전망

출처: 가트너


2분기 매출이 발표되는 시기까지만 해도 시장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나, 이후 각 기업의 가이던스와  애널리스트 전망에 따라 2022년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 예상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의 분기 10-Q 보고서 매출 추이(단위: 10억 달러)

출처: 로아인텔리전스 정리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의 매출 분석 (단위: 10억 달러)

출처: 10-Q 보고서 및 Seeking Alpha


하반기 반도체 수요 감소에 대해서는 지난 6월 30일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스 CEO 산자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가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 "시장 상황의 변화를 감안할 때 우리는 공급 증가 궤적을 줄이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면서, 하반기에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사용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의 과잉 공급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메로트라 CEO는 인플레이션 상승, 중국 소비자 지출 감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반도체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론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최소 반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스마트폰 사업부에서 약 1억 3,000만 개, PC 사업부에서 약 3,000만 개의 반도체 생산을 줄일 예정인데, 이는 두 사업부 모두 전년 대비 10% 감소한 수치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GM, 도요타, 혼다 등의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조립 라인을 최대로 가동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첨단 반도체를 공급 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직전 분기의 매출이 급감했다고 발표했고, 자동차 산업 조사 전문업체 AutoForecast Solution(AFS)는 올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목표보다 약 3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22년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목표치 미달 예상 자동차 대수

출처: AutoForecastSolution


현업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공급 부족 문제는 곧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하는데, 다음과 같은 근거가 그것입니다. 지난 7월 6일 블룸버그는 서스퀘하나 파이낸셜 그룹(Susquehanna Financial Group)의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반도체 리드타임(주문 뒤 생산해 배송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여전히 두 배 이상 길지만, 반도체 시장 성장세 둔화의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리드타임이 평균 27주를 기록, 5월에 비해 하루 줄었고, 앞서 지난 1월 25.7주에서 2월 26.2주, 3월 26.6주로 확대된 뒤 4월에는 27주로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12.7주)에 비해서는 리드타임이 아직 두 배 이상 긴 수준입니다.


2017~2022년 6월 반도체 리드 타임 추이

출처: 블룸버그


보고서는 특히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메모리 반도체 등의 리드타임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MCU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을 초래할 만큼 공급 부족이 심각했던 부품이었는데, 이 부품의 리드타임 감소가 반도체 공급 사이클의 정점을 의미한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2) 반도체 공급량은 증가 중이지만, 수요가 줄어 매출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의 생산량은 전반적인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는 신규 공장 및 장비에 대한 투자 계획을 2021년 300억 달러에서 2022년 440억 달러로 늘렸습니다. 중국은 2014년부터 국내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약 5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인텔을 위시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의 보조금과 인센티브 지급을 법제화(이른바 CHIPS 법안이라 불리며, 현재 미 하원에 계류 중)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투자가 계속되면 어떤 영역이든 반도체 부족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때 수요 감소는 즉각 판매 부진으로 가시화 될 수 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1,593억 400만 달러(약 208조 500억 원)로 전기 대비 0.03% 하락했습니다. 분기 기준 반도체 시장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 퍼센트 변화

출처: 옴디아


공급 과잉의 징후도 포착되고 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의 반도체 재고가 증가세에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노트북, 스마트폰용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1위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재고가 이렇게 빠르게 증가한 것은 2018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며, 누적 재고량은 당시보다 훨씬 많은 상태입니다.


연간 국내 반도체 재고 추이출처: 블룸버그


3) 어두운 반도체 사업 전망

올해 초만해도 주요 언론과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들은 파운드리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특히 8인치 파운드리의 매출과 수익성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8인치 파운드리의 경우 이미 올해 초 최대 2~3년 치의 일감을 모두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는 12인치와 비교해 생산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사라지는 분위기였지만, 자동차와 IT(정보기술)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종류가 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1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파운드리 공정의 가동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8인치(200㎜) 파운드리 공정의 가동률이 최대 90%까지 하락해 파운드리 공정 가동률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폭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들이 미리 예약했던 일감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TV 등의 올해 출하량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DDI)과 이미지센서(CIS), 전력 관리 반도체(PMIC) 등에 대한 고객사의 주문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2년 하반기 파운드리 용량 활용률 예상치

출처: 트렌드포스


게다가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위축이 공급 부족이었던 반도체 시장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공급망 문제로 자동차 생산 차질의 원인으로까지 꼽혔던 반도체이지만, 올 하반기에는 공장 가동률이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망에 국내 반도체 제조업계가 즉각 반응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의 분사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수년간 호조세를 이어온 파운드리 사업의 하락세 전환 우려 속에 팹리스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고객사 다변화를 통한 수익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4) 팹(fab)에 대한 각국의 투자는 계속될 것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팹'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제조 시설'을 뜻하는 'fabrication facility'의 준말로 실리콘 웨이퍼 제조 공장이나 반도체 부품(특히 집적 회로)을 생산하는 공장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생산한 반도체는 주로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 등의 핵심 부품(CPU, GPU, RAM 등)으로 사용됩니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이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반도체 장비 재료 협회(SEMI)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시설들이 모두 가동되는 2024년 이후부터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용량이 현재보다 약 40%, 특히 자동차 부문의 공급 부족을 해소할 200mm급 반도체 설비의 용량은 약 21% 올라가게 됩니다.


200mm 반도체 설비 용량 추이

출처: SEMI


인텔은 미 오하이오 주에 건설 예정인 200억 달러 규모의 첨단 '메가 팹', 미 애리조나 주와 독일 마그데부르크 공장을 포함해 6개의 팹을 운영 또는 건설 중에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 주에 대규모 팹을 투자할 계획이며, TSMC는 애리조나 주에 유사한 시설을 계획 중입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투자 시 미국 정부가 520억 달러 이상의 세금과 보조금을 지원하는 CHIPS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업계 수장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하원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아시아의 반도체 생산 독주를 막기 위해 유럽이 본격 투자에 나선 상황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부터 인텔, 마이크론, 반도체 산업협회 등 각계 인사가 나서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CHIPS 법안도 머지않아 가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럽도 미국과 중국, 한국, 대만이 이끌어온 글로벌 반도체 투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물론,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최소한의 ‘반도체 자립’ 기반 만들기에 나선 것입니다. 유럽은 2000년대 이후 설계 기술은 미국에, 제조 기술은 대만과 한국에 주도권이 넘어간데다 환경오염 및 근로자 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중단해 왓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공급 부족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자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합작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손잡고 프랑스 서남부 그르노블 일대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반도체 공장은 최근 부지 선정을 마치고, 연내 건설을 시작해 오는 2026년 먼저 완공된 생산 라인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한편, 독일은 지난 3월 프랑스와 치열한 경쟁 끝에 미국 인텔의 최신 반도체 공장을 북동부 마그데부르크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텔은 이곳에 내년 상반기부터 170억 유로(약 22조 5,000억 원)를 투자해 CPU부터 메모리까지 다양한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최대 8개의 생산라인을 2027년 본격 가동시킬 목표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특히, 독일과 EU는 이 공장에 약 70억 유로(9조 2,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만 TSMC와도 비슷한 형식으로 독일 내 반도체 공장 건립을 논의 중입니다. 독일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예산은 총 140억 유로에 달합니다.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 분석 및 하반기 전망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까지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5G, 로봇 공학, 기계 학습 및 전기 자동차와 같은 성장 동력으로 인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공급 제약과 어려운 거시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가 잉여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다른 섹터보다 상승 폭이 컸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기록적인 매출 경신을 발표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관련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의 매출보다 앞으로 업계의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지난 1년 동안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내 반도체 설계, 공급, 제조, 판매에 관련된 대표적인 16개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모아 지수화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티커명: SOX)와 미국의 대표적인 500개 상장 기업을 지수화한 S&P500 지수의 일일 주가 수익률 변화를 비교해본 차트입니다. 지난해 연말 S&P500 지수보다 약 2배 가량 올랐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7월 12일 현재 S&P500 지수보다 반대로 2배가량 하락하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연말 수익률 고점 9.39%에서 -12.09%로 내려 하락률이 21.48%인 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일일 수익률 +21.34%으로부터 -23.06%로 떨어지면서 올해 들어 하락율만 약 44%가 넘습니다.


지난 1년 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와 S&P500 지수 일일 주가 수익률 비교

출처: 트레이딩뷰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인해 S&P500 지수가 13% 대의 하락율을 기록 중인 가운데, 에너지, 기술,  반도체와 같이 지난해 많이 올랐던 종목의 낙폭이 컸습니다.


엔비디아와 AMD 모두 GPU 프로세서 주문 감소에 대한 우려로 하락했는데, 특히 엔비디아는 지정학적 압박과 독점 금지를 회피하고자 소프트뱅크로부터 암(Arm Ltd.)을 인수하기로 했던 거래가 결렬되면서 연초 이후 50% 이상 하락했습니다.


인텔은 지난 2월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로 주가 상승을 기대했으나, 올해 이익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최근 인텔은 의회가 작년에 상원에서 통과된 520억 달러 규모의 CHIPS 법안을 서둘러서 통과시키지 않으면 오하이오 주로의 시설 확장이 어려울 수 있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이와 관련된 회사인 마벨(MRVL), 퀄컴(QCOM),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XN)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의 주가도 42%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산업 자체가 어느 정도 일정한 순환 주기를 가지기는 하지만, 메모리는 특히 순환과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을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6월 30일 산제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 최고경영자(CEO)의 프레젠테이션 자료 발표 이후 마이크론의 주가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지만, 하반기 전망이 좋지 않아 반등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세계 경기 불황에 따른 중국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의 영향으로 퀄컴, 스카이웍스 솔루션(SWKS), 코보(Qorvo), 브로드컴(AVGO)도 하락하면서 스마트폰 관련 반도체주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2022년 7월14일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 추이 비교

출처: 핀비즈


2020년과 2021년에 발생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수혜를 입었던 반도체 파운드리와 장비 제조업체들도 올 상반기에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연초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0억~44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전반적인 수요 감소의 영향은 피해 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반기에 TSMC의 주가는 37%, 글로벌파운드리(GFS)의 주가는 40% 이상 하락했습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램 리서치(LRCX), KLA(KLAC) 등의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은 약 40% 대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네덜란드 ASML이 일부 도구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후 장비 관련 업체의 주가는 동반 하락했는데, ASML의 주가는 올해 39% 하락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와 2023년까지 경기와 정치적 영향으로 반도체 주문이 줄어들 경우 이들 업체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반도체의 수요 자체가 훨씬 많아지고 순환 주기도 더 빨라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시장의 모습을 보면 수요 감소에 따른 업체들의 매출 축소가 유력해 보입니다. 지난 6월 마이크론의 다음 분기에 대한 부정적인 가이던스와 함께 3분기 매출을 예상보다 5분의 1 수준인 72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로 인해 그래픽 반도체의 가격은 올해 1월 이후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삼성전자도 이번 분기 영업 이익이 정체될 것이라며, 2022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규모 공급이 구체화될 때 수요가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지금은 앞서 계속 언급한 것처럼 경제와 정치 논리로 세계 각국에서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산업 구조의 변화로 반도체 순환 주기가 빨라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 대규모로 반도체 공급이 구체화될 시기에 현실적인 수요가 사라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적인 생산설비 투자는 몇 년 뒤에 필연적으로 반도체 과잉 생산으로 이어질 것이고, 업체간의 치킨 게임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과다한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업계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관련 소식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해야 할 것입니다.


각 분야의 첨단 기술 적용에 대한 수요 증가와 5G 통신 장비,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의 장기적인 확충 가능성 등은 이 분야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요소로 볼 수 있지만,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부정적인 요소로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미래를 불투명해 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생산량 증가에도 반도체가 부족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지난해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전례 없는 공급망 위기 속에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 일부 라인을 폐쇄하기도 했고, 수요가 많은 전자 제품에 대한 판매를 강화한 결과 연말 사상 최대의 생산과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대규모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올해 상반기에 들어서는 일부 제조사의 재고 문제로 전환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몇몇 기업들은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등 반도체 산업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현재 업계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PC와 스마트폰 용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GM, 도요타, 현대차 등 올해 상반기까지 대부분의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겪었던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현업에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최근 아시아 국가의 급성장하는 반도체 산업을 경계하고 있는 미국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로 하여금 중국에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게 하는 등 긴장 관계가 조성된 것 또한 하반기 반도체 수급에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출처: 중앙일보


지난 6월 30일 마이크론의 2022년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EPS는 2.59달러로 시장 예상치보다 0.15달러 높았으나, 매출은 8,640,000,000달러로 전년 대비 2,980,000달러 감소)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는데요. 이 때문에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관련 기업 주가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스 2022년 회계연도 4분기 가이던스 프레젠테이션 자료

출처: 마이크론


이달 하순 AMD(7/25), SK 하이닉스(7/27), 삼성전자(7/28), 인텔(7/28) 등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사업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생산 능력도 고도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전문가들은 주가가 지속 하락하고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처럼 생산량이 비교적 충분함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와 2022년 7월 현재 반도체 업계의 현황 및 관련 기업들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의 원인


1) 반도체 수요를 재편성한 팬데믹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 사용 및 컴퓨팅 성능이 붐을 일으키면서 기본적인 마이크로 컨트롤러와 메모리 칩으로부터 고성능 프로세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데이터 리서치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의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월 별 매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판매의 꾸준한 증가세는 코로나 확산이 시작됐던 2020년 초 주춤해졌다가 같은 해 가을 즈음 가정 용품에 대한 자가격리 수요가 생기면서 다시 급격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2년~2022년 글로벌 반도체 월 별 매출 추이

출처: 스태티스타

2) 반도체 수요 형태 변화: 기계 동력 장치 중심에서 전자 장치 중심으로 

이와 동시에 자동차와 같은 기계장치를 전자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커지면서 기존의 기계 장치에 더 많은 반도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핵심이 석유와 가스를 통해 힘을 얻는 동력 장치로부터 전기와 반도체를 주축으로 한 연료와 통제 시스템 중심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딜로이트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차량 내의 전장기기가 자동차 제조 비용의 약 45%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반도체 부품 비용은 2020년 475달러에서 2030년 600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간 별 자동차 부품에서 전자 장치가 차지하는 비중 변화 예측도

출처: 딜로이트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저사양 반도체를 제조하는 200밀리미터 웨이퍼에서 불균형이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전력 관리 칩과 디스플레이 집적 회로가 포함되며 자동차에서 소비자 전자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로 하게 됩니다. 국제 반도체 장비 재료 협회(SEMI)의 자료를 보면, 2010년 이후 꾸준히 저사양 반도체를 제조하는 시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공급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2010년 이후 설치된 200mm 웨이퍼 상당의 반도체 생산시설 용량 변화

출처: SEMI


3) 생산자 편중에 따른 산업 병목 현상

퀄컴, 엔비디아, 애플 등 통신장비, 컴퓨터,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은 자체 제조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라는 전문 공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런 시설을 위한 투자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도 아닌 데다가 한번 만들면 쉽게 변경하기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 구조 하에서 위탁 생산을 하다 보니, 전문성과 비용 때문에 생긴 산업 구조가 리드타임(생산에서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리고, 수요자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보다는 생산자 위주의 경제가 형성되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반도체 관련 시장 조사기업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TSMC, 삼성, 글로벌파운드리 등 3~4개의 파운드리가 전 세계 대부분의 반도체를 제조합니다. 또한 계약 반도체 제조 사업의 약 91%가 아시아 내에서 이루어지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TSMC와 삼성이 위치한 대만과 한국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22년 1분기 매출 기준)

출처: 트렌드포스


TSMC는 1980년대에 정부 지원을 받아 순수하게 생산만을 위한 반도체 제조 파운드리 사업을 개척했습니다. 주요 업체들이 TSMC와 1차로 거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품질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2위~4위 경쟁업체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TSMC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생산기술을 개선하고 퀄컴, 엔비디아와 같은 회사로부터 새로운 물량을 수주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사업 규모 자체는 크지만, 사업 구조가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의 CPU 반도체 제조에 편중되면서 제때 라인 증설을 하지 못해 생산 지연이 발생하였고, TSMC에서 물량을 공급받는 업체와의 경쟁에 취약해 졌습니다. 인텔은 지난해 3월 20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 주에 2개 공장을 착공하면서 반도체 제조업의 주도권을 되찾고,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5년부터 인텔은 자사 설계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소규모 제조업체로는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 중국의 SMIC, 대만의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있습니다. 단, 이들 기업들은 TSMC보다 기술력이 최소 2~3세대 뒤쳐져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밖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IBM, 모토로라와 같은 기존 업계의 유명 기업들은 이미 최첨단 제조 기술을 따라잡기를 포기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최근 반도체가 국가 경제는 물론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산업임을 자각한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장기적인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보조금 지원을 통한 투자 유치를 적극 시행하거나 법안 통과를 시도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 설비 투자 경쟁이 진행 중입니다.



2022년 하반기 반도체 시장 전망


1) 높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 조짐

미국의 IT 기술 연구 및 자문회사 가트너가 지난 1분기에 발표한 보고서(Semiconductors and Electronics Forecast Database, Worldwide, 1Q 22, 보도자료 참고)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초과 수요 현상과 앱 시장의 성장으로 평균 판매 가격이 올라가 전년 대비 약 13.6% 증가한 6,7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디램(DRAM) 시장은 22.8%,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38.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2023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전망

출처: 가트너


2분기 매출이 발표되는 시기까지만 해도 시장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나, 이후 각 기업의 가이던스와  애널리스트 전망에 따라 2022년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 예상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의 분기 10-Q 보고서 매출 추이(단위: 10억 달러)

출처: 로아인텔리전스 정리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의 매출 분석 (단위: 10억 달러)

출처: 10-Q 보고서 및 Seeking Alpha


하반기 반도체 수요 감소에 대해서는 지난 6월 30일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스 CEO 산자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가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 "시장 상황의 변화를 감안할 때 우리는 공급 증가 궤적을 줄이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면서, 하반기에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사용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의 과잉 공급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메로트라 CEO는 인플레이션 상승, 중국 소비자 지출 감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반도체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론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최소 반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스마트폰 사업부에서 약 1억 3,000만 개, PC 사업부에서 약 3,000만 개의 반도체 생산을 줄일 예정인데, 이는 두 사업부 모두 전년 대비 10% 감소한 수치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GM, 도요타, 혼다 등의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조립 라인을 최대로 가동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첨단 반도체를 공급 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직전 분기의 매출이 급감했다고 발표했고, 자동차 산업 조사 전문업체 AutoForecast Solution(AFS)는 올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목표보다 약 3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22년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목표치 미달 예상 자동차 대수

출처: AutoForecastSolution


현업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공급 부족 문제는 곧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하는데, 다음과 같은 근거가 그것입니다. 지난 7월 6일 블룸버그는 서스퀘하나 파이낸셜 그룹(Susquehanna Financial Group)의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반도체 리드타임(주문 뒤 생산해 배송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여전히 두 배 이상 길지만, 반도체 시장 성장세 둔화의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리드타임이 평균 27주를 기록, 5월에 비해 하루 줄었고, 앞서 지난 1월 25.7주에서 2월 26.2주, 3월 26.6주로 확대된 뒤 4월에는 27주로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12.7주)에 비해서는 리드타임이 아직 두 배 이상 긴 수준입니다.


2017~2022년 6월 반도체 리드 타임 추이

출처: 블룸버그


보고서는 특히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메모리 반도체 등의 리드타임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MCU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을 초래할 만큼 공급 부족이 심각했던 부품이었는데, 이 부품의 리드타임 감소가 반도체 공급 사이클의 정점을 의미한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2) 반도체 공급량은 증가 중이지만, 수요가 줄어 매출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의 생산량은 전반적인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는 신규 공장 및 장비에 대한 투자 계획을 2021년 300억 달러에서 2022년 440억 달러로 늘렸습니다. 중국은 2014년부터 국내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약 5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인텔을 위시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의 보조금과 인센티브 지급을 법제화(이른바 CHIPS 법안이라 불리며, 현재 미 하원에 계류 중)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투자가 계속되면 어떤 영역이든 반도체 부족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때 수요 감소는 즉각 판매 부진으로 가시화 될 수 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1,593억 400만 달러(약 208조 500억 원)로 전기 대비 0.03% 하락했습니다. 분기 기준 반도체 시장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 퍼센트 변화

출처: 옴디아


공급 과잉의 징후도 포착되고 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의 반도체 재고가 증가세에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노트북, 스마트폰용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1위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재고가 이렇게 빠르게 증가한 것은 2018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며, 누적 재고량은 당시보다 훨씬 많은 상태입니다.


연간 국내 반도체 재고 추이출처: 블룸버그


3) 어두운 반도체 사업 전망

올해 초만해도 주요 언론과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들은 파운드리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특히 8인치 파운드리의 매출과 수익성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8인치 파운드리의 경우 이미 올해 초 최대 2~3년 치의 일감을 모두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는 12인치와 비교해 생산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사라지는 분위기였지만, 자동차와 IT(정보기술)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종류가 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1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파운드리 공정의 가동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8인치(200㎜) 파운드리 공정의 가동률이 최대 90%까지 하락해 파운드리 공정 가동률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폭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들이 미리 예약했던 일감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TV 등의 올해 출하량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DDI)과 이미지센서(CIS), 전력 관리 반도체(PMIC) 등에 대한 고객사의 주문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2년 하반기 파운드리 용량 활용률 예상치

출처: 트렌드포스


게다가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위축이 공급 부족이었던 반도체 시장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공급망 문제로 자동차 생산 차질의 원인으로까지 꼽혔던 반도체이지만, 올 하반기에는 공장 가동률이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망에 국내 반도체 제조업계가 즉각 반응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의 분사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수년간 호조세를 이어온 파운드리 사업의 하락세 전환 우려 속에 팹리스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고객사 다변화를 통한 수익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4) 팹(fab)에 대한 각국의 투자는 계속될 것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팹'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제조 시설'을 뜻하는 'fabrication facility'의 준말로 실리콘 웨이퍼 제조 공장이나 반도체 부품(특히 집적 회로)을 생산하는 공장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생산한 반도체는 주로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 등의 핵심 부품(CPU, GPU, RAM 등)으로 사용됩니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이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반도체 장비 재료 협회(SEMI)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시설들이 모두 가동되는 2024년 이후부터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용량이 현재보다 약 40%, 특히 자동차 부문의 공급 부족을 해소할 200mm급 반도체 설비의 용량은 약 21% 올라가게 됩니다.


200mm 반도체 설비 용량 추이

출처: SEMI


인텔은 미 오하이오 주에 건설 예정인 200억 달러 규모의 첨단 '메가 팹', 미 애리조나 주와 독일 마그데부르크 공장을 포함해 6개의 팹을 운영 또는 건설 중에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 주에 대규모 팹을 투자할 계획이며, TSMC는 애리조나 주에 유사한 시설을 계획 중입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투자 시 미국 정부가 520억 달러 이상의 세금과 보조금을 지원하는 CHIPS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업계 수장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하원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아시아의 반도체 생산 독주를 막기 위해 유럽이 본격 투자에 나선 상황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부터 인텔, 마이크론, 반도체 산업협회 등 각계 인사가 나서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CHIPS 법안도 머지않아 가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럽도 미국과 중국, 한국, 대만이 이끌어온 글로벌 반도체 투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물론,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최소한의 ‘반도체 자립’ 기반 만들기에 나선 것입니다. 유럽은 2000년대 이후 설계 기술은 미국에, 제조 기술은 대만과 한국에 주도권이 넘어간데다 환경오염 및 근로자 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중단해 왓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공급 부족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자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합작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손잡고 프랑스 서남부 그르노블 일대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반도체 공장은 최근 부지 선정을 마치고, 연내 건설을 시작해 오는 2026년 먼저 완공된 생산 라인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한편, 독일은 지난 3월 프랑스와 치열한 경쟁 끝에 미국 인텔의 최신 반도체 공장을 북동부 마그데부르크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텔은 이곳에 내년 상반기부터 170억 유로(약 22조 5,000억 원)를 투자해 CPU부터 메모리까지 다양한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최대 8개의 생산라인을 2027년 본격 가동시킬 목표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특히, 독일과 EU는 이 공장에 약 70억 유로(9조 2,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만 TSMC와도 비슷한 형식으로 독일 내 반도체 공장 건립을 논의 중입니다. 독일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예산은 총 140억 유로에 달합니다.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 분석 및 하반기 전망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까지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5G, 로봇 공학, 기계 학습 및 전기 자동차와 같은 성장 동력으로 인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공급 제약과 어려운 거시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가 잉여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다른 섹터보다 상승 폭이 컸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기록적인 매출 경신을 발표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관련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의 매출보다 앞으로 업계의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지난 1년 동안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내 반도체 설계, 공급, 제조, 판매에 관련된 대표적인 16개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모아 지수화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티커명: SOX)와 미국의 대표적인 500개 상장 기업을 지수화한 S&P500 지수의 일일 주가 수익률 변화를 비교해본 차트입니다. 지난해 연말 S&P500 지수보다 약 2배 가량 올랐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7월 12일 현재 S&P500 지수보다 반대로 2배가량 하락하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연말 수익률 고점 9.39%에서 -12.09%로 내려 하락률이 21.48%인 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일일 수익률 +21.34%으로부터 -23.06%로 떨어지면서 올해 들어 하락율만 약 44%가 넘습니다.


지난 1년 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와 S&P500 지수 일일 주가 수익률 비교

출처: 트레이딩뷰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인해 S&P500 지수가 13% 대의 하락율을 기록 중인 가운데, 에너지, 기술,  반도체와 같이 지난해 많이 올랐던 종목의 낙폭이 컸습니다.


엔비디아와 AMD 모두 GPU 프로세서 주문 감소에 대한 우려로 하락했는데, 특히 엔비디아는 지정학적 압박과 독점 금지를 회피하고자 소프트뱅크로부터 암(Arm Ltd.)을 인수하기로 했던 거래가 결렬되면서 연초 이후 50% 이상 하락했습니다.


인텔은 지난 2월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로 주가 상승을 기대했으나, 올해 이익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최근 인텔은 의회가 작년에 상원에서 통과된 520억 달러 규모의 CHIPS 법안을 서둘러서 통과시키지 않으면 오하이오 주로의 시설 확장이 어려울 수 있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이와 관련된 회사인 마벨(MRVL), 퀄컴(QCOM),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XN)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의 주가도 42%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산업 자체가 어느 정도 일정한 순환 주기를 가지기는 하지만, 메모리는 특히 순환과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을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6월 30일 산제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 최고경영자(CEO)의 프레젠테이션 자료 발표 이후 마이크론의 주가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지만, 하반기 전망이 좋지 않아 반등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세계 경기 불황에 따른 중국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의 영향으로 퀄컴, 스카이웍스 솔루션(SWKS), 코보(Qorvo), 브로드컴(AVGO)도 하락하면서 스마트폰 관련 반도체주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2022년 7월14일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 추이 비교

출처: 핀비즈


2020년과 2021년에 발생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수혜를 입었던 반도체 파운드리와 장비 제조업체들도 올 상반기에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연초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0억~44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전반적인 수요 감소의 영향은 피해 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반기에 TSMC의 주가는 37%, 글로벌파운드리(GFS)의 주가는 40% 이상 하락했습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램 리서치(LRCX), KLA(KLAC) 등의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은 약 40% 대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네덜란드 ASML이 일부 도구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후 장비 관련 업체의 주가는 동반 하락했는데, ASML의 주가는 올해 39% 하락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와 2023년까지 경기와 정치적 영향으로 반도체 주문이 줄어들 경우 이들 업체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반도체의 수요 자체가 훨씬 많아지고 순환 주기도 더 빨라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시장의 모습을 보면 수요 감소에 따른 업체들의 매출 축소가 유력해 보입니다. 지난 6월 마이크론의 다음 분기에 대한 부정적인 가이던스와 함께 3분기 매출을 예상보다 5분의 1 수준인 72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로 인해 그래픽 반도체의 가격은 올해 1월 이후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삼성전자도 이번 분기 영업 이익이 정체될 것이라며, 2022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규모 공급이 구체화될 때 수요가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지금은 앞서 계속 언급한 것처럼 경제와 정치 논리로 세계 각국에서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산업 구조의 변화로 반도체 순환 주기가 빨라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 대규모로 반도체 공급이 구체화될 시기에 현실적인 수요가 사라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적인 생산설비 투자는 몇 년 뒤에 필연적으로 반도체 과잉 생산으로 이어질 것이고, 업체간의 치킨 게임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과다한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업계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관련 소식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해야 할 것입니다.


각 분야의 첨단 기술 적용에 대한 수요 증가와 5G 통신 장비,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의 장기적인 확충 가능성 등은 이 분야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요소로 볼 수 있지만,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부정적인 요소로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미래를 불투명해 보이게 하고 있습니다.